하루종일 비가 내린다.
가려고 했던 코타키나발루가 우기라고 하는데, 사실상 한반도가 진정한 우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아침에 눈을 뜨면 일어나는게 쉽지가 않다. 남편이랑 같이 출근하듯이 나와서 운동을 하고 피부관리를 받았다. 10회 끊은 관리도 이제 2번 남았다. 2번만 더 가면 그 동네는 영원히 갈 일은 없을 것이다.
13시쯤 집에 도착했고 밥을 먹고 3시간 가량 집중해서 해야 할 일을 했다.
배도 안고픈데 아무것도 안하니 계속 뭘 먹는다. 남편은 오늘 9시에나 온다고 했다.
보통은 온다고 한 시간보다 더 늦게 온다.
다시 무언가 하기 위해 집안을 정돈하고 깨끗이 샤워를 하고 차를 내려서 서재에 앉는다.
서재라는 공간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와일드베리인가 하는 차를 직구해서 마시는 중이다. 맛있다.
아직 새로운 논문은 시작도 못했다. 9월초에 생각했던 주제가 벌써 가물가물하다.
사실 그럴만도 한게 9월초부터 지금까지 너무 많은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생리는 오늘이 3일차이니 내일쯤되면 덜 고통스러울 것이다.
내일은 학교에 가야한다. 그 사실을 오늘에서야 알았다.
10일간의 유예기간동안 모든 것을 잊고 살았던 것 같다.
오늘은 차분히 받아들이고 있다. 현실을 다시 받아들인다.
서재에 앉아있으면 온전히 내 세상이다.
나만의 사무실 같다. 바로 몇주 전까지 나는 아주 좁은 공간에 쳐박혀서 방치되어 있었다.
주어진 일 없이 세월을 흘려보내다가 집에 가는 나날이었다.
까마귀 깃털 하나가 책상 위에 있다.
남편이 산책길에 주어온 것이다. 나름 깨끗이 한다고 한번 빨아서 둔 깃털이다.
까마귀가 일본에선 길조라니까. 한번 주어온 것이리라.
시간은 벌써 6시인데, 나는 벌써 살짝 가물가물하다.
체력이 굉장히 한정적인 사람이다.
그래도 한번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