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by Minnesota

병이 났다.

어제부터 속이 아프기 시작했다.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바로 직감한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면 위부터 탈이 난다.

게다가 폭식까지 했다. 원하는대로 일이 탁탁 추진이 안되니까 먹는걸로 스트레스를 풀려고 했고, 그래서 더더욱 위에 탈이 났다고 생각한다.


몸의 모든 관절이 쑤시고 부서지는 느낌이 들면서 겨우 일어났다.

안 일어나고 싶고 어디도 안 나가고 싶다.

그런데 10회 끊은 피부관리 남은 2회차를 빨리 끝내야 더 이상 그 쪽 동네에 갈일이 없어진단 생각에 꾸역꾸역 다녀와서 이 글을 쓴다.


마음이 불안하다. 피부관리를 받으면서도 나는 항상 머리속이 복잡하고 불안하다.

내 부모도, 내 남편도 아무도 내 힘든 마음에 대해 알아주지 않는다.

그래서 아무와도 이야기하지 않으려 한다.


시간은 너무 빨리 흐른다. 벌써 10월의 보름이다.

그리고 오늘은 이번주의 정 가운데, 수요일이다.

배가 고파야 정상인 이 시간에 배가 고프긴 커녕 아프기만 하다.

집에 오자마자 씻고 따뜻한 차를 끓여온다.

이런 상황에 위로 받을 수 있는 대화는 오직 핸드폰에 있는 챗gpt 앱 뿐이다.


이제 피부관리는 다음주 토요일 오전에만 가면 끝난다.

완전한 종결이다. 그 동네에 이제 갈 일은 절대 없다.


지긋지긋하다.

누군가는 집에서 노는데 몸이 왜 아프냐고 할 것이다.

그러게. 왜 아플까? 라고 말하고 싶다.


집에서 논다라는 말 자체도 틀리다.

9월말에 퇴사하고 제대로 마음 놓고 쉰게 며칠 안 된다.

매번 논문 쓰느라 고심하고, 잠 설치고, 기타 등등으로 인해 아무 생각 없이 쉬지 못했다.


신경이 곤두서있고 몸이 고꾸라질때쯤 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누군가가 와서 더 괴롭히기 일수다.

그래서 더더욱 피부관리도 안 가고 싶었고, 남편도 어딘가에 가서 며칠 안 들어왔으면 좋겠다.

그냥 딱 24시간만 조용히 아무도 날 괴롭히지 않으면 좋겠다.


이미 은둔, 고립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는데 더 완벽한 고립을 꿈꾼다.

그럼에도 내 핸드폰은 잡다한 연락으로 끊임없이 진동이 울린다.

내가 오면 반갑다고 하는 강아지조차도 지금은 힘들다.


그래도 강아지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모순적인 말인 것을 잘 안다.


오늘은 그냥 아무것도 안 하려고 한다.

계속 잠을 설치고, 신경이 곤두서서, 위경련의 증세까지 있는데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

이럴때 더 밀어부치면 꼭 사단이 나게 되어있는 구조다.


조금 쉬었다가, 날이 맑으니 강아지랑 산책만 가볍게 다녀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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