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3

by Minnesota

조훈현, 바둑계의 전설이라고 해야 하는 분의 책 '고수의 생각법'을 읽었다.


바둑을 전혀 모르는 나로서는 조훈현이란 이름 석 자도 낯설었다.


그러나 그의 책은 앉은 자리에서 순식간에 끝낼수 있을 정도였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내가 1, 2년 전에 이 책을 읽었다면 그의 말에 그다지 동의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저 '나이 많은' 누군가가 하는 이야기라고 치부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26살인 나는 그의 이야기가 어쩐지 너무나도 크게, 가깝게 다가왔다.


휴대폰과 가능한한 멀리 떨어진 하루를 보내고 나니 기분도 한결 낫고 안색도 더욱 밝다.


'몰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리라.


아직 나는 26이란 나이가 너무나도 낯선데 벌써 5월이 끝나간다.


그리고 곧 8월이 되면, 8월 1일이 되면, 나는 진정한 26이 된다.


솔직한 심정은, 작년 8월 1일보다 낫길 바란다.


작년 8월 1일에 나는, 회사에서는 시달릴 때로 시달리는 상황이었고


말도 안 되는 관계에 빠져 들고 있었다 (돌이켜 보면 단순히 기댈 곳이 필요했었기에)


오늘 나는 책 한 권을 온전히 읽을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다.


그리고 내가 그 책의 내용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는 점에 감사한다.


그리고, 내일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아직 고작 26밖에 안 됐다는 사실에 또 감사한다.


애교와는 거리가 먼 딸에게 '오랜만이야'라고 인사하는 아버지께 감사한다.


책에서, 실패는 아프더라도 꼼꼼하게 복기하되 복기가 끝난 이후엔 깨끗이 잊으라고 하더라.


나는 깨끗이 잊고 있다. 열심히, 꾸준히, 온 힘을 다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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