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을 좋아한다.
꼬리치고 달려와 주인 품에 안기는 강아지만큼,
나는 사람이라면 대개 좋아한다.
물론 보기에 쉬워보이는 사람은 아니지만.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들에 대해 알고 싶어서, 그들의 매력에 빠져서가 아니라, 기대고 싶어서다.
줄곧 그래왔다.
그런 나에게 작년은 기댈 수 있는 사람으로 넘쳐났다. 만나는 사람이 있었고 별도로 만날뻔한 사람도 여러 명 있었고, 만나는 사람을 백업해줄 사람도 있었다.(백업이란 단어가 다소 가볍게 들릴 수 있으나 달리 대체할만한 단어가 없다.)
그리고 항상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싫던 좋던 회사에선 항상 부서 사람들과, 퇴근 후엔 만나는 사람과, 주말엔 부모님이나 친구와. 혼자 있는 시간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뿐이었다고 할만큼 사람이 차고 넘쳤다.
그런데, 이상하게 허했다. 회사도, 퇴근 후에 데이트도, 그 누구와 있어도 허하고 외롭고 힘들었다.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사람들과 어울리면 어울릴수록 물 위에 떨어진 먹물이 번지듯이 커져갔다.
그리고 지금. 지금 나는 부모님을 제외하고는 회사 사람도, 사귀는 사람도, 정기적으로 만나는 친구도 없다. 그래서 무척이나 심심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덜 외롭다.
같이 맛있는 것을 먹고 시간을 보내고 스킨쉽을 하던 사람과 있는 것보다 혼자 있는 것이 덜 외롭다. 지금만큼은 그렇다. 물론 사람들과 대화하고 싶은 욕구는 언제나 존재한다. 그러나 그건 한시적인 욕구일뿐. 그리고 막상 대화를 하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얘긴 제대로 못하고 끝낼 때가 많다. 각자의 사정이란 게 존재하기에.
작년엔 언제나 태풍의 눈 속에 있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잠든 그 순간을 제외하곤 외롭고 불안하고 힘들었다. 회사에선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은 마음, 만나는 사람과는 언제고 정리해야 한다는 마음, 그 외 사람들을 만날땐 이 사람들이 내가 외로워서 그들을 만난다는 걸 알아차릴까 두려운 마음.
지금은 홀로 서 있다. 싫던 좋던 온전히 혼자다.
이렇게 되기까지 참 많은 일이 있었다.
그 과정 속에서 분명 난 상처를 받기도 하고 주기도 했으리라.
모든 관계는 흔적을 남긴단 말이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