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모든 전형이 끝나서 즐거운 마음으로 출근하면 되는데 이상하리만치 떨린다.
그래서 A에게 문자를 했고 잘 할거라는 연락이 왔다.
수요일 합격 통보를 받은 이후에 곧바로 A에게 이 소식을 알렸다.
통화가 하고 싶다고 말하는 나에게 그는 1초의 망설임 없이 익숙한 회사 전화로 나에게 전화를 건다.
다음주부터 바로 교육이라는 말과 더불어 몇 마디 농담이 오고 갔다.
그는 바로 이틀 후인 금요일에 휴가를 내고 서울에 오겠다고 한다.
대신에 나보고 서울에서의 일정을 계획해 보라고 한다.
나는, 고작 20분 대화에 환하게 웃을 수 있게 하는 그가 그리웠다.
동시에 무서웠다.
새로운 시작에 앞서 지나간 인연의 끝자락을 밟고 가는게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계획은 생각해보겠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고나서 나는 망설였다.
바로 이틀 후에 A를 만나는게 맞는건지, 정말 준비가 된 건지, 모두 알 수 없었다.
결국 나는 적당한 핑곗거리도 없이 그에게 안 된다는 말을 전했다.
새로운 시작은 제로 베이스에서 하는 게 맞다는 생각에 다시 한번 그에게 NO라고 했다.
지난 번 서울 출장길에 온 전화에도 NO라고 했고
이번에도 역시 NO.
그리고 나서 오늘은 첫 스타트를 끊기 전날의 불안감 때문에 다시 A를 찾았다.
그는 곧 답장을 주었지만 통화의 가능성에 대해선 단호하게 NO라고 말했다.
내가 지금 이렇게 두려운 이유는, 새롭게 시작할 그 곳에서는 방패막을 찾아선 안되기 때문이다.
방패막이 있었기에 다른 이의 시샘과 질투를 받았고 나는 결국 나와야 했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방패막을 찾아서도, 만들어서도 안 된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이렇게 두려운 것이리라.
A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
회사에서 선배와 싸우거나 누군가에게 혼나거나 하고 나서 A의 목소리를 들으면 언제나 조금은 가라앉았다.
진정제 역할.
더 이상 평가받을 일도 없는데 왜 이렇게 떨릴까.
그 수많은 평가 과정에서도 이렇게 떨린 일이 없는데.
잘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