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윗 프랑세즈

by Minnesota

Typical한 스토리.


독일 장교가 전쟁에서 패한 프랑스의 어느 집에 머물게 되고 그 집의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흔해빠진 이야기다.


이 영화를 분명 어디선가에서 들어봤을 법한데, 나는 왜 이제서야 보게 된걸까.


보다가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빨리 끝날까봐 아까워서 중간에 멈추고 이 글을 쓴다.


어제는 참 다이내믹한 하루였다.


1호선이 또 말썽을 부렸고 회사에 도착하니 10시반이었다.


팀장님께 미리 말씀을 드렸지만, 뭐 그렇게 되었으니 아침부터 정신은 없었고


그 후로도 내가 굳-이, 들어갈 이유가 없는 회의에 앉아서 시간을 보냈다.


대표님 방에서 흐르는 시간은 영겁과 같았고 점심 시간에 눈 앞에 음식이 나왔는데 먹지도 못하고 들어간 그 방에서의 시간과


저녁 6시에 또 한번 그 방에서의 시간은, 내 인생에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미 만들어진 보고서에 본인이 한 사업을 '돋보이게'하기 위한 그 초라한 언론 보도 건수들과 사진들.


나는 시간이 흐를 수록 거의 소리 줄임을 해놓은 TV의 아무 의미 없는 화면만 바라보게 되었고


그 시간들은 내게 그 순간에도, 앞으로도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렇게 7시반에 퇴근을 하고 남자친구와 초밥을 먹고 집에 돌아왔다.


남자친구는 고생을 하면서 나를 데려다주고 데리러온다.


그런데 내 마음은 권태롭기만하다.


미디어에서 말하는 그런 권태기가 아니라, 내가 이 사람만을 항상 바라보며 믿고 따르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라는 생각을 할 때 느끼는 권태로움이다.


나의 약간은 지나칠 정도의 예민한 기질과 다른 사람들은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문학적, 예술적 취향을 나는 곧 내 남편이 될 사람과는 절대 나눌 수가 없을 것임을 잘 안다.


그렇게 밤이 흘러 눈을 떠보니 10시반이었고 눈을 뜨자마자 지난 날의 잔재가 머리를 어지럽혔다.


겨우 일어나서 과일 스무디에 커피, 레몬물을 만들어 왔다.


재택근무를 하다보니 더 이상 오늘 같은 공휴일이 공휴일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예물이라는 것을 교환해야 한다길래 명품 가방을 받기로 했다.


그런데 나는 그걸 사러 사람들이 바글바글 거릴 백화점에 가고싶지가 않았다.


참 바보같다. 보통 여자라면 백화점이든 어디든 가서 핸드백을 하나 받아오고 싶을텐데.


나는 나중으로 미뤘다.


이제 이 영화를 마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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