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by Minnesota

4년 전의 일이다.


미국 교환학생을 갔을 당시에 나는 행복했었다.


인생에서 언제가 행복했냐고 묻는다면, 미국 교환학생 시절과 2013년에 벨기에와 프랑스를 갔던 때.


미국 교환학생 때는 단순히 자유로워서 행복했던 게 아니다.


돌아봤을 떄 유일하게 '나도 좋아했던' 사람과 연애를 했던 때이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내 이름(영문 스펠링)으로 시를 지어주는 공대 남자를 만났기 떄문이다.


처음으로 아침밥을 만들어준 남자를 만났기 때문이다.


그 사람과는 처음해본 게 참 많았다.


같이 시카고 여행을 가서 St. Patrick's Day parade도 보고.


정말 우연히 한 행사에서 만났는데 내가 핸드폰을 자꾸 잃어버리는 와중에 그가 자꾸 찾아주었다.


그러던 와중에 찍은 사진에 보면 벌써 나는 그의 머리 위에 오렌지 껍질을 올려 놓을 정도로 친해져 있었다.


친해졌다기보단, 그가 좋았던 것이다.


키가 크고 나이키 저지를 입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었다.


피부가 약간 거무잡잡했고 머리는 짧았고 삐죽삐죽 세웠다.


아직도 생생하게 우리가 어떻게 만나게 되었고 어떤 식으로 연애했는지 어떻게 헤어졌는지 기억이 난다.


여전히 그리울 때가 많다. 그 때가 그리운 것이리라.


같이 찍은 사진으로 뺑그르르 두른 피넛 버터 jar는 여전히 갖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갖고 싶은 사진들과 그가 써놓은 You and I라는 글씨까지.


4년이 흘렀어도 여전히 그 사람은 내가 유일하게 진심으로 사랑했던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처음으로 도시락을 싸주던 사람.


처음으로 자신의 스키옷을 빌려주며 너무 큰 스키옷의 소매를 접어주던 사람.


스키타러 가서 다쳐왔더니 이제 절대 못 나간다고 호통 치던 사람.


추운 겨울날, 감기 걸릴까 걱정되어서 생강을 넣은 우유를 끓여 놓았던 사람.


새벽녘까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넌 계속해서 알아가고 싶은 사람'이라고 했던 사람.


자신의 부모님과 여행을 같이 가자고 했던 사람.


처음으로 남자친구의 부모님과 식사를 했었고 남자친구의 아버지가 싸준 도시락을 먹었던 그 때.


그 사람의 졸업식에서 함께 찍은 사진은 아직도 갖고 있다.


다른 어떤 기억보다도 자주 떠오르는 기억은,


함께 캠퍼스 근처에서 밥을 먹고 그는 도서관으로 가고 나는 다른 곳을 들렀다가 그 곳으로 나중에 가겠다하고선


조금 있다가 내가 그를 만나러 도서관에 갔을 때


나를 꼭 껴안고 'I missed you.'라고 했던 그 순간.


푸르른 잔디 밭 위에 그와 나와 그의 자전거와 함께 앉아 있던 순간.


그렇게 아름다운 순간이 있었다는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다시 생각해도 아름다웠던 순간들.


다시 그런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싶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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