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살이 되는 생일날

by Minnesota

생일이다.


우리나라 법칙에 따라 나는 2020년 1월 1일부로

공식적으론 30, 서른이 됐다.


그렇지만 따지고보면 8월 1일 내 생일이 지나야 비로소 30이 되는게 아닌가. 만으로는 여전히 29.


이번 한주는 조용히 흘렀다.


목요일에 학교 선배를 만나 여의도 야경을 보면서

얼음 잔에 토닉워터, 화요, 레몬을 넣어 마시며 그래도 괜찮은 마무리를 했다.


금요일엔 회사 선배(?)가 포시즌스 호텔 아키라 백에 데려가서 런치 코스에 오키나와 맥주까지 마시는 호화로운 점심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금요일 저녁,

오빠가 퇴근길에 미리 주문해두었다 찾아온

초코바나나 맛 베니케이크에 초를 꽂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었다.


케익은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다.

촉촉한 초코 시트 사이에 바나나가 얇게 스며들어있었다. 그리고 디자인, 레터링도 완벽했다.


'사랑하는 탱글아, 생일 축하해요.'



오빠는 나를 다양한 별명으로 부르는 데 그 중 하나가 탱글이다. 탱글탱글해서 좋단다.


그렇게 밥을 먹고 같이 알콩달콩한 시간을 보냈다. 몇 시간 가량.


그리고 밤에 계속 경보음(?) 소리에 깼다.

누가 잘못 뭘 누른 건지 아파트가 흔들릴 정도의 경보음에 잠을 새벽4시부터 못잤다.


토요일 12시가 되서야 오빠는 코골이 때문에 병원에 다녀온다고 했고 나는 혼자다.


혼자는 매번 외롭다.


나는 왜 항상 다른 사람의 배로 외로움을 느낄까.


나름 생일 전야제다운 하루하루를 보낸 것 같은데,

이미 선물도 그렇게나 원했던 애플워치도 받았건만.


어제 밤에 분명히 콩국수를 두둑히 먹고 맥주도 큰 것 한 캔을 비웠고 다저트로 생일 케익을 꽤 먹었는데 지금은 너무나도 배가 고프다.


오빠가 오려면 한참 기다려야만 한다.


빨리 와서 빈자리를 메워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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