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나 자신에게 만족할까.

by Minnesota

생각해보면 나는 어느 순간에도 나 자신에게 100프로 만족한 적이 없었다.


25살, 졸업 전에 이미 나는 정부출연기관에 합격하여 학기 중간에 이미 회사를 다니고 있었다.


과 동기나 친구들은 어떻게 들어갔니 거길, 너 석사도 없는데 어떻게 연구직으로 갔니 이렇게 물었고


심지어 과 교수님들도 굉장히 궁금해했다. 어떻게 거길 들어갔는지.


그만하면 그 나이 또래, 이 시기 대한민국에서 나 자신에게 만족해도 될 법한데 나는 그때 참 나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참 되바라진 생각을 많이 했었다. 어느 세월에 여기서 석박사해서 더 나은곳으로 갈까. 이 생각뿐이었다.


그래서 하고싶은 공부도 아닌 정책학과 석사과정에 덜컥 지원해서 합격해버렸고 당연한 절차겠지만 다니기 죽도록 싫었던 회사와 죽도록 하기 싫었던 공부 모두 때려쳤다.


그리고 26살, 나는 전혀 다른 분야의 그러나 공공성이 다분한 회사에 다시 들어갔고, 2년을 버텼다.


다들 좋은 직장이라고 부러워했었고 그때도 난 여전히 내 자신의 모습이 작게만 느껴졌다.


나는 사회복지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고 아마 죽을때까지도 관심은 생기지않으리라는 것을 아무래도 최종면접때부터 난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다녔다. 어떻게든 자리잡아보려고 했지만 28살에는 매일 회사 옥상에 올라가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하나 죽치고 서서 한숨만 쉬어대다 퇴사했다.


그리고 29살 11월에 지금의 회사에 들어왔고 겉으로 보면 잘 다니고 있다.


그런데 지금도 나는 여전히 나 자신에게 100프로 만족을 못하고 있다.


내가 주식 터져서 부자가 된 건 아니어도, 나는 항상 통장 잔고에 긴급 상황 발생 시 해결할 정도 수준의 돈은 있는 상태다.


이 회사를 내 발로 나가기 전까진 짤리지 않을 것이고 대학원은 벌써 5학기 중 3학기 째 다니고 있다.


그래서 남들 눈엔 딱히 뭐가 부족하냐 소리를 들을 법하다.


일단은 남은 2학기 다닐 돈이 없어서 대출받을 일도 없고 적당히 적금도 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래, 이제 더 구질구질하게 갖다 붙이지 않아도 내가 지금 나 자신을 작게 생각하고 불만족을 느낄 필요는 없다는 게 바로 요지이다.


그런데 왜 나는 나에게 만족을 못할까?


대학원 수업을 듣거나 과제를 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나는 항상 아 이 학위 따면 다른 길이 나올까?


이게 나한테 새로운 기회를 줄까? 안 주면 어쩌지? 난 뭐한거지?


머릿속으로 항상 이 생각이 든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회사야 뭐 모든 사람들이 비슷할테니 생략하겠다.


주말에 쉴 때도 두서너시간까지야 괜찮지만 그 후로는 멀뚱멀뚱 침대에 누워있자니 죄책감이 밀려든다.


시간은 너무 순식간에 스쳐 지나간다. 내가 31살이라는것이 실감되기도 전에 3월 중순에 다다르고 있다.


스쳐지나가는 시간의 속도가 빨라지는만큼 나는 나 자신을 끊임 없이 평가하고 평가하고 다시 평가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나 자신에게 만족하는 순간이 극히 드물다.


결론은 나는 더 잘나지고 싶다.


난 회사밖에 몰라요. 회사가 내 인생의 전부여요~하는 노래 부르는 인간이 되고싶단게 아니다.


일도 공부도 결혼생활도 완벽하게 하고 싶단 의미다.


25살에서 31살이 되는 과정에서 나는 꽤 많은 것을 포기했다.


나는 이미 출산, 육아에 대해서는 90프로정도 마음을 내려놓은 상태다. 포기했다.


꽤 큰 포기였다. 나머지를 잘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벅찰때가 많다.


어떻게하면 효율적으로 일하고 성과를 내고 그 성과를 촌스럽지 않게 세련되게 어필할 수 있을까에 대해 틈틈히 생각한다.


어떻게하면 논문을 잘 써서 특대 출신이라는 무시를 당하지 않고 박사과정에 진학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어떻게하면 박사과정에 잘 진학을 해서 다른 창구, 다른 기회를 찾을지도 벌써부터 생각한다.


3월은 유난히 이런 생각을 많이 하는 한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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