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옹 속 레옹이 내 이상형이었다.
영화 속 마틸다는 너무나도 약하고 갸날픈 소녀인데 레옹은 그녀를 지키고자 조용히, 무던히 애쓴다.
나는 그런 남자를 흠모해왔던 것 같다.
내가 마틸다처럼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건 아니다.
그런데도 난 세상의 우울과 고통, 시련에서 나를 지켜줄 존재를 간절히 찾아왔다.
이십대 내내 연애를 했지만 그런 사람은 없었다.
거의 포기의 시점에 다다른 29살 끝자락에, 우연히 만난 남자가 나의 레옹일 줄 누가 알았을까.
내가 아프면 손발 다 주물러주고, 운동하겠다 하면 코치도 해주고, 아프다고 징징대면 무던하게 설거지하고 빨래 널고 쓰레기를 버리고 온다.
그러면 나는 죽어가다가 다시 살아나곤 한다.
오늘 등산하면서 앞에 먼저 가는 남편의 등을 봤는데 새삼 미안했다.
저렇게 무던하고 듬직한 사람인데 내가 너무 나쁘게 했던게 기억이 나더라.
이제 절대 그러지말아야지 다짐하면서 산을 탔다.
운동해서 힘들다하면 온 몸을 주물러준다.
(심지어 재즈까지 틀어놓고.)
나보다도 더 같이 벚꽃 구경 가기를 원했던 남자이다. (다행이도 오늘 관악산에서 참 많이 보고왔다.)
드라이브 가는 길에 하늘에 구름을 보고 우리 집 햄스터 닮았다고 하는 남자.
레옹처럼 순진무구한 면도 있고, 끝까지 책임지려는 우직함도 있고, 그런 거 보면 이 만한 사람이 또 없겠다 싶다.
무엇보다도 항상 옆에 있어주고 내 옆에 있기를 원하는 남자니까, 내 남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