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회사원이 그렇듯 매일매일이 바람 잘 날 없다.
매일매일이 그렇기 때문에 어찌보면 별 일 없는 나날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번 주도 그랬다.
지난해 첫 회사에 입사하기도 전 부터 꾸준히 해오던 적금을 재개할 때가 됐다.
적금 재개와 더불어 은행 창구 직원이 관심을 보였고 오는 사람 안막는다는 생각에 OK.
이십대가 된 후로 그런 일은 어느 순간, 뜻하지 않게 발생한다는 걸 잘 안다.
그래서 그런지 나보다 내 동기들이 더욱 들떠보였다.
그러는 사이 수요일엔 SBS에 가서 방송 모금 회의를 했다.
40년차 부장(PD)이 내가 마치 방송국 직원인양 나에게 과제를 던져주신다.
외근 나간 사이에 사무실은 고요한가? 그렇지도 않다.
그 사이 본부장님은 또 한번 성을 내셨다더라.
수요일엔 점심, 저녁을 사수인 대리님과 모두 같이 했다.
점심엔 칼국수를 먹고 교보문고에 잠깐 들렸다가 광화문을 둥글게 걸었다.
걷는 동안 시청 광장에서 하고 있는 지역 축제도 보고 시위대도 보고 그냥 그렇게 걸었다.
저녁은 모듬 순대에 소주다.
저녁엔 항상 연애 이야기가 오고 간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금요일엔 MBC에서 사회공헌 실장 겸 사장님과 회의를 한다.
쥐 죽은 듯이 가만히 자리에 앉아 사장님과 외주업체와 대리님과 PD님들이 하는 이야길 얌전히 듣는다.
한번 미팅을 갖고 나면 온몸에 힘이 쭉 빠진다.
더군다나 대리님이 주말에 교육을 하겠다 하시니 남은 힘이 거의 없다.
토요일 점심 약속은 당연히 광화문이 되고 그것도 1시간 반 정도 짧은 만남이 되겠다.
팀 내 여자 선배가 좋아하는 빵집에 들러서 초콜렛 빵을 사고 나도 덤으로 하나 고른다.
외근 갔다 돌아오면 옆자리 동기가 얌전히 앉아 있다가 탕비실 미팅을 소집한다.
글쎄 점심시간에 남자친구가 이랬다 저랬다 하며 이야길 한다.
나는 들어주고 빵을 나눠 먹으면서 다시 사무실 체제로 몸과 마음을 바꾼다.
킥오프 이벤트에 필요한 물품을 제작하는 업체는 내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한다.
나는 말을 어눌하게 하거나 한번에 못 알아듣거나 그냥 자꾸 못한다고 하는 사람을 싫어한다.
그 업체 사람은 그 3가지를 모두 갖춘 드문 사례다.
그렇게 금요일도 퇴근 시간에 향한다. 나는 대리님 눈치를 본다.
집에 가래니 갈 채비를 한다. 그 사이 계약직으로 오랜 시간 일하신 분이 직원분들과 인사를 나눈다.
나는 다른 부서 신입과 미루고 미뤄온 저녁을 먹으러 간다.
퇴근 후 나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을 만나러 걸어 간다.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내리려면 확 내리지 하고 안 내도 될 신경질을 한 번 낸다.
명동은 역시나 사람이 많고 내 옆에 동기는 남자고 오빠지만 내 성에 안 찬다.
확실하게 가고자 하는 곳으로 나를 이끌기 바라지만, 그렇게 하지 못해서 마이너스다.
결국 가던 길에 보이는 괜찮은 곳으로 방향을 바꾸어 먹고 싶었던
느끼한(충분히 느끼하진 않았지만 먹을만했던) 빠네 파스타와 페퍼로니 피자와 생맥주를 마신다.
맥주를 두 모금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는 내 앞에 있는 남자는 자신의 재미도 없고 야마도 없는 옛날 여자 얘길한다.
시간은 흘러 흘러 9시로 향하고 나는 이 사람과 그 이후의 시간까지 함께할 의향이 없다.
그 사이 나와 함께 일하는 남자 인턴에게 연락이 온다.
혼술하고 있다길래 나오라고 한다.
그날 점심은 내가 샀으니 술을 사라고 말하고 신도림에서 만나기로 한다.
그 길로 나는 노래방은 사양하고 다음 번에 영화나 한 번 보자고 말하며 서둘러 역으로 향한다.
그렇게 2라운드는 이자카야에서 시작한다.
신도림도 언제나 사람으로 북적인다. 우리는 어묵탕에 소주를 먹으며 회사 얘기 그 사람의 얘기 내 얘길 한다.
나이가 26, 27살이라 잘 맞고 코드도 맞는 편이다.
그렇게 11:30까지 딱 1시간 30분동안 소주 2병을 비우고 집으로 향한다.
다음 날, 토요일이지만 사무실에 가야하고 그 전에 또 내가 밥을 사야할 사람을 만나야 한다.
안 지 최소 5년은 됐을 법한 학교 선배를 만났다.
내가 원했던 태국 음식을 먹으면서 사는 얘길 한다.
그 사이 오빠는 그럭저럭 예쁘게 생긴 그럭저럭 괜찮은 여자와 만나기 시작했다.
애정은 그리 크지 않은 듯 하다. 애정이 그리 크지 않은 이유도 잘 안다.
오빠 성에 안 차지 뭐. 그렇지? 너 얘 어떠냐?
하면서 서로 미래의 짝을 찾아주겠다 약속하며 점심을 먹는다.
오빠는 그 사이 내가 조금은 둥글둥글해졌음을 칭찬한다.
예전에는 왜 그리도 뾰족했냐며 안 그랬으면 전 직장 쭉 잘 다녔을텐데 하는 부질없는 얘길 한다.
나는 괜찮다며 여기도 좋다며 서로 명함도 교환하고 그렇게 나름 괜찮은 점심 식사 시간을 보낸다.
광화문은 서서히 집회 준비로 분주하다. 오빠는 굳이 내 회사를 보고싶다며 토요일에 출근하는 나를 데려다 준다.
내가 좋아보이고 회사도 좋아보이고 참 잘 됐다고 하는 오빠를 뒤로하고 나는 익숙한 사무실에 들어선다.
대리님은 청바지 차림이다. 토요일에 전산 교육을 받자니 졸음이 밀려온다.
전날 술 드셨냐 안 먹었다 하루는 쉬어야 하지 않겠냐 그러냐 호호
월요일 킥오프 이벤트 물품을 준비해두고 전산 교육을 깔짝거린다
음악 안듣는다 하신 분이 음악을 자꾸 틀어놓으신다.
책상 좀 치우라고 칭얼칭얼 대니까 병아리 새끼도 아니고 왜이렇게 쫑알대냐 하시면서도
다 해주신다. 중간중간 내 표정을 보니 공부는 하기 싫고 하는 표정임을 알아채신다.
그래도 난 대리님 마음을 알 것 같고 대리님도 내 마음을 알 것 같다.
그렇게 4시에 집으로 향한다.
그렇게 일주일의 끝자락이 손 끝에 스친다.
무슨 일이 있던 그저 그렇구나 그랬구나 하고 받아들이지만 대외적으론 반응을 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