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조로운 일상

by Minnesota

일상이 단조롭다.


아무 일 없음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지만 한편으론 나의 일상이 참 단조롭다는 점에 놀라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이 그렇게 단조롭게 살아가고 있는 것을 너무 잘 알아서 구태여 누군가를 붙들고 이야기할 여력도, 여유도 없다.


그게 삼십대의 삶인가보다.


엄마 집에서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을 때는 그 때 나름의 단조로움과 지겨움이 있었겠지.


지금은 내가, 또는 남편이 준비한 밥을 먹는 것 자체에 대한 권태로움을 느낀다.


글쎄다. 내가 먹고싶은 면을 못 먹어서 그런 권태를 느끼는게 아닌 것 같다.


면을 끊임 없이 먹던 순간에도 이 권태는 항상 느껴왔다.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 스텝퍼 30분을 하고 아침을 먹었고 일을 했으며 점심 시간에 PT를 받고 돌아와서 다시 밥을 먹었다.


2시간 쯤 지났을 무렵 다시 스텝퍼 30분을 했고 오늘의 세번째 샤워를 마치고나니 자연스럽게 배가 고팠다.


당장 먹어버리면 나는 긴긴 밤 배고픔에 시달릴테니 참고 있는 상태다.


밥을 미리 만들어놓고 적정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 모든 과정이 참으로 지난하다.


지난하다란 표현의 사전적 정의가 두 가지가 있는데 그 중 첫번째인 '지극히 어렵다'라는 뜻으로 나는 활용했다.


뭐가 그렇게 어렵니? 라고 누가 묻는다면 나는 할 말은 없다.


더 이상 나는 이전처럼 내가 하는 모든 행동에 의미 부여를 할 힘이 남아있지 않아 언젠가부터 의미 부여 하기를 그만두었다.


내가 지금 이 순간에 A를 하면 난 B가 되어있겠지 라는 생각을 하며 20살 이전까지의 삶을 살아왔고


20대는 그 공식이 먹히지 않는구나를 10년에 거쳐 고통스럽게 체화하는 시기였다.


그리고 30대가 된 나는 '의미부여'의 허상을 믿지 않고 더 이상 행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의미부여하지 않는 삶 속에서 의미가 부여되지 않은 행동을 그때 그때 나의 욕구나 나의 일, 또는 단기적 목표에 따라서만 움직이는 삶을 살게된 것이다.


누군가는 나에게, 그냥 지금 편한대로 살면되지 뭘 그렇게 일을 벌리니? 라고 한다.


그렇다. 결혼도 했겠다 내가 지금 결혼에 피말려하는 30대 여성으로서 소개팅 시장에서 허우적댈 일도 없는데 굳이 열심히 살을 빼고 있다.


신기할 노릇이다.


지금 다니는 직장을 계속 다닐 참인데 거액을 들여가며 석사를 따는 중이고.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기 때문에 일을 벌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니까 삶이 쉽사리 회색이 된다.


예전에는 의미를 부여하면 나의 모든 행동이 핑크빛으로 보였다. 희망이란 것으로 잠시 나 자신을 홀려두는 것이다.


지금은 희망과 의미부여에 대해 목매지 않는 삶을 살고 있기에 회색빛 단조로운 삶을 영위한다고 볼 수 있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도 딱히 없다. 그냥 쓰고싶어서 쓰는 것일 뿐이다.


이 글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없다. 다만, 나는 지금 내 머릿속의 생각과 나의 감정을 포착해두고 싶을 뿐이다.


작가 이상의 권태에 대한 글을 읽은 적이 있었다. 글 자체가 참으로 권태로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렇게도 지난하게 하루가 또 흘러간다.


그리고 나는 내일도 아침에 눈을 뜨면 이 지난한 하루를 더 살아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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