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by Minnesota

2017년이 됐다.


2016년 4월 퇴사 시점부터 나는 빨리 병신년이 끝나고 새해가 밝았으면 하는 생각을 해왔다.


2015년 4월 입사부터 2016년 4월 퇴사까지 심적으로 굉장히 지쳤었고


퇴사 이후에도, 에너지가 소진된 상태에서 그 이후의 수순을 밟아가느라 힘들긴 매한가지였다.


혼자 살다가 갑자기 부모님 집에 들어와서 내 행동 반경을 모두가 주시한단 사실도 날 예민하게 했다.


그래서 거의 침대에 붙어 살았다. 에어컨 틀고 침대에서 영화를 보거나 미드를 보거나.


굉장히 불행한 여름이었다. 너무나도 더웠고 권태로웠고 지겨웠고 힘겨웠다.


매일 매일 하루하루가 좀 더 빨리 지나가 버리길 바라며 지냈다.


그러던 여름 어느날 충동적으로 오사카로 간 일도 있었다.


그냥 서울이 너무 싫었다. 부모님이랑 부딪히는 것도 지겹고 내가 해야할 일들 겪어야 할 일들을


무기력하게 바라보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그래서 오사카에 2박3일 다녀왔고 다시 돌아와보니 서울의 여름은 여전했다.


그렇게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왔고 추석 연휴가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그대로였다.


누군가는 새로운 사람과 연애를 시작하고 누군가는 졸업을 앞두고 있고 등등


나는 그대로였다.


정말 싫은데 면접 준비를 하러 추석 연휴때 사람이 바글바글한 까페에 들어갔던 기억이 난다.


사람들은 연휴의 즐거움때문인지 늦은 저녁이었지만 들떠보였고


나 혼자 아무 관심도 없는 회사의 홍보 동영상을 보고 비전을 외우기 시작했다.


꾸역꾸역 대략 준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러 갔는데


정류장에 나 혼자 멍하니 앉아서 타야만 하는 버스를 몇 대 그냥 흘려보냈다.


어차피 집에 가서 할 일도 없고 딱히 누군가한테 연락할 일도 없고


그리워할 것도 없고 그냥 그렇게 버스 몇 대를 흘려보냈다.


솔직히 말하면 그 순간에 버스에 올라탈 힘조차 없었던 것 같다.


그만큼 나의 에너지는 메마를대로 메마른 상태였다. (감정도 마찬가지)


그렇게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1차면접을 봤고 바로 이틀 후에 2차면접을 봤고 그렇게 지금 입사한 회사에 합격했다.


첫번째 회사 입사 소식을 들었을 때와 차원이 달랐다.


그렇게 크게 들뜨지도 않았고 당분간(?)은 다른 곳에 이력서를 제출하거나 지난 경력 사항을 기입할 일이 없다는 사실에 안도했을 뿐이다.


그래도 예정대로 스페인에서 사온 좋은 일이 생기면 마시려 했던 샴페인을 땄다.


혼자 1병을 다 마셨고 샴페인은 맛이 좋았다.


그러고 그 다다음날부터 정말 사상 최고로 아팠다.


한 3일간 그렇게 앓다가 연수원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제 2017년.


벌써 8일이나 지났다.


그 사이 수많은 일들이 있었다.


한 사람과는 벌써 만난지 1달이 되었고


다른 사람은 12월 30일부터 만나자는 이야길 들은 상태다.


작년 6월 친구와 장난으로 본 타로점에서 내가 12월에 남자친구가 생긴다더니,


진짜 그래서 생긴건지 의문이다.


2017년 1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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