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데이트

by Minnesota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보니 기분이 쌔했다.


연락 끊긴지 오래된 과거의 인연이 많이 등장하는 잡다하고 이상한 꿈을 꿨고, 몸도 영 무겁고 약간 오한도 있었다.


평소처럼 달리기를 하고 온 남편과 아침을 먹었지만 원래 가기로 한 까페 데이트는 다음주로 미루었다.


그러고선 한참을 다시 자고 1:30경에서야 눈을 떴다. 살짝 미열이 있는 듯 했다.


점심을 먹고나서부턴 다행이 컨디션이 돌아오고 있었다. 열도 내려갔다.


커피 딜리버리를 시켰고 도착하자 남편이 산책하고 오자고 제안했다.


집에서 계속 있는것보다 걷고 오는 편이 나한테 더 나을거라고 하길래 나도 밖으로 나갈 채비를 했다.


해질녘에 나가서 조금은 덜 더웠고 오랜만에 오빠랑 나가서 걷는 길이라 기분이 색달랐다.


올해 들어선 같이 걷는게 처음이었다. 우리는 한시간 가량 걸었고 씻고 와서 이 글을 쓴다.


항상 혼자 걷던 길을 에어팟을 빼고 오빠랑 걷다보니 매미 소리가 무척 크구나 새삼 깨달았다.


집에서는 거의 핸드폰만 부여잡고 있다보니, 밖에 나와 손 잡고 걸으며 하는 별뜻없는 이야기도 대화답게 느껴졌다.


사람이 드문 오솔길을 따라 걷는데 남편은 조물락 조물락 끊이지않고 이야기를 해나간다.


둘이 있을때면 밖에 나와있어도 애정표현을 곧잘하는 182cm의 105kg 체격을 보유한 내 남편이다.


지나가는 개도 보고 꽃도 보고 오늘도 죽은 매미를 봤다. 이상하게도 요샌 사마귀를 보는 일이 잘 없다.


집에 돌아왔을때쯤 서로의 모습을 보니 티셔츠가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여름의 한가운데서 남편과 오롯이 함께 있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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