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나 자신과 비교하기

by Minnesota

아주 예전에, 내가 중고등학생을 지나 대학생이 되었을때까지 나는 남과 나를 자주 비교했다.


24살에 언론사 인턴을 하던 시절, 주말 스터디를 함께 하는 한 여자가 사는 합정 메세나폴리스 아파트에 대해 질투했던 것 같다.


나는 이에 대해 내 친구에게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었고 내 친구는 아직도 가끔 그 이야길 한다. 기억하냐면서.


그 후로 25살이 되었고 엉겁결에 첫 회사에 들어갔고 나는 내 또래 아이들에 비해 꽤나 좋은 회사에 좋은 조건으로 다니고있었다. 남부럽지 않게 됐을까? 아니다.


26살 봄에 나는 퇴사하고 스페인에 다녀왔고 그간 수많은 이별을 겪었다. 누군가의 눈에는 쟤는 웬 남자가 그렇게 꼬일까 했을테다. 나도 정말 모르겠다. 이유는.


헤어지고 울고불고 또 누굴 만나길 반복하는데 여념이 없었던 나는 내가 그때그때 사는게힘들다고 토로할 대상을 찾는 것일 뿐이었다.


나는 우리 집 장녀였고 남동생에 비해 바람직한 학벌과 경력을 꾸려나갔기에 회사를 퇴사하고 싶다고 수백번 이야기해도 집에선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게 인생이고 다 그런거니 참아야해. 그게 다였다.


그런 과정이 모여 나는 어느순간부터 남이 아니라 과거의 나 자신과 현재의 내 모습을 비교하기 시작했다.


26살엔 25살에 첫회사를 다니던 나 자신과 비교해댔다. pros and cons를 철저히 따지면서 내 근속년수를 근근히 이어나갔다.


28살엔 스트레스로 묘기증이란 피부병에 걸렸고 원인은 알 수 없어서 격일로 약을 먹고있다.


그때부터 나는 약 없이도 살던 내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비교하며 씁쓸함과 비참함을 동시에 느꼈던 것 같다.


나는 서서히 남과 나를 비교할 필요가 없음을 느끼게 되었다. 내가 남과 비교해서 딱히 부족한게

없단 것을 알았고 남도 나와 비교하며 불만족을 느낄 수 있단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과거와 현재를 끊임없이 비교하며 현재를 재단하고 평가하는 새로운 습관을 형성한다.


나는 잘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잘 할 것이다라는 자기 암시를 위해선 어쩔 수 없이 행하는 습관이다.


요새는 종종 꿈에서도 그것을 이행하는데,

거의 강박이나 다름 없다고 본다.


남과 비교하지 않으면 좋은 것 아니냐 물을 수 있겠지만, 글쎄다.


과거의 나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는 함정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과거의 내 선택이 모여 지금의 내가 있단 것을 잘 알지만 나는 가끔 그 선택을 송두리째 내 삶에서 떼어내버리고 싶다.


그 선택에 대해 그만 곱씹고 싶고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비교하며 과거의 나를 무시하고싶지 않다.


지금 나는 그 어느때보다도 안정적인 삶을 살아간다.


더 이상 회사 옥상에서 담배도 안 피는데 어슬렁거리며 허송세월하고 있지 않으며,


내가 좋다는 아무 남자나 만나보며 시간을 허비하지도 않는다.


그야말로 건실한 성인 여성으로서 회사에서 성실하게 일하고 집에 오면 나처럼 건실한 성인 남성인 남편과 저녁을 먹고 쉰다.


그래서 지금은 꿈 속에서 말고, 현실에서는 비교 행위를 거의 안 한다.


현실에 집중하고 있고 과거를 곱씹을 시간이 극히 제한적이고 무엇보다도 큰 상실감, 불만족을 느끼는 일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과거의 나에게도 잘했다 한 마디는 해주고 싶다.


그런데 현재의 내가 아직 그럴 여력이 안되나보다.


조금 더 나이를 먹어야 되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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