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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스락 Jan 19. 2023

몽글몽글 내 나이

눈물이 참 많은 나이.

며칠 전 인기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서른에서 마흔이 되는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었다.

22년에서 23년이 되면 서른에서 마흔이 된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아니 뭐가 그렇게 받아들이기 힘들어. 시간은 그냥 가는 거지. 그렇게 붙잡고 싶은 걸까?

나로서는 공감이 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기안 84 손가락 포즈가 세 개에서 네 개가 되는 순간 알 것 같았다.

애잔함, 서운함, 설렘, 두려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들.


찰나의 순간을 느끼지 못했기에 시간이 지나도 그리움이 남아 있었던 건 아닐까.

나는 서른에서 마흔이 되는 순간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해가 바뀌는 몇 년 동안 회사 직원들과 새해 인사를 했던 기억이다.

서른에서 마흔이 되는 그 순간 집에 가서 쉬고 싶었다.  


그 후 마흔은 나에게 눈물로 다가왔다.

이유 없이 길을 걷다 울었고, 바람소리에 눈물이 났다.

사는 게 살아간다는 게 너무 슬퍼서 자면서도 울었던 기억이다.


책상 앞에서 일을 하면서도 혼자 훌쩍였던 것 같다.

이유 없이 흐르는 눈물은 눈치가 없는 녀석이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줄줄, 훌쩍, "엄마 또 울어"

오죽하면 아이들이 엄마 또 운다고 내 눈치를 보기도 했으니까.


'괜찮다'라고 달려왔던 나는 괜찮지 않았던 것 같다.

'지나간다'라고 생각했던 시간들은 그냥 지나가지 않았던 것 같다.

'잘할 수 있다'라고 버텨왔던 나는 잘하고 있지 않았던 것 같다.


이유 없이 주책없이 흘렸던 눈물은 몽글몽글해진 내 마음을 달래주려 했던 것 같다.

나 아직 설레고, 두렵다고 괜찮은 척 살지 말고 아프면 아프다. 

힘들면 힘들다 느끼고 표현하면서 살아가라는 메시지었던 것 같다.


그렇게 마흔 혹독한 신고식을 통해 삶은 나에게 그냥 던져진 게 아니란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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