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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스락 Jan 29. 2023

내 엄마야.

엄마가 있어 좋았다.

명절을 시댁에서 보내고 하루 남은 연휴 엄마를 보러 갔다.

가까이 살지만 자주 찾지 못해 항상 마음이 무겁다.

새해 인사를 하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갑자기 찾아온 강추위만큼 서린 공기다.


몸이 허약한 나를 엎어주던 엄마는 어딜 가고 웃음기 없는 푸석한 할머니가

애써 마른 웃음을 짓는다.


자꾸 목구멍에서 묵직한 뭔가가 올라와 말을 할 수가 없다.

눈치 없는 아이들이 배고프다고 나를 조르고,

내 마음을 아는지 남편이 치킨 두 마리를 시켜서 요란스럽게 먹이 치운다.


바싹 마른 엄마의 웃음기가 '나 숨 좀 쉬고 싶다'라고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엄마 나랑 같이 우리 집에 가자"

그렇게 엄마를 집에 모시고 왔다.


남편도 아이들도 불편하겠지만 내 엄마다.

조용하고 감정 표현도 서툰 엄마는 이방인처럼 주춤주춤 ㅜㅜ 불안해 보인다.


다음 날 아침 오랜만에 깊은 잠을 잤다며 환하게 웃으신다.

가슴이 먹먹하다.


하루, 이틀 남편과 아이들 눈치가 보인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자꾸 화가 나서 예민해진다.

아이들이 할머니만 챙긴다며 볼멘소리를 한다.


"엄마가 아들 나이에 엄마를 챙겨주고 보살펴 준 사람이 지금 할머니였어"

지금 엄마처럼 할머니도 엄마를 사랑하고 보살펴 주셨어, 지금은 엄마가 할머니를

챙기고 보살펴야 해.


딸은 엄마를 이해하지만 불편한 건 사실이라고 한다.

언제쯤 가시냐는 질문에 나도 모르게 버럭 화를 냈다.


"내 엄마를 내 집에서 내가 같이 있겠다는데 니들 눈치를 봐야 하는 거야,

할머니가 계시면 얼마나 계신다고"


사실 아이들에게 화를 냈지만 나 자신이 더 미웠는지 모른다.

엄마가 낯설고 어려웠다.

우린 서로 눈치 보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엄마는 어린 내가 기억날까!

나는 나를 사랑했던 엄마를 기억하는데.

그 기억으로 엄마를 보며 웃을 수 있다.

엄만 내 엄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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