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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스락 Feb 25. 2024

생활 속 귀인, 바로 당신

라라크루 금요문장 (2024.02.23)

우연히 두 글을 동시에 만났다. 하나는 안락사, 존엄사, 조력 자살에 대한 정의부터 꼼꼼히 기술된 논리 정연한 글이었고, 다른 하나는 누군가에게 대한 지지를 담은 글이었다. 첫 번째 글을 읽으며 이론으로 무장되었던 고드름 같던 마음이 두 번째 글을 만나 주르륵 녹아내렸다. 냉랭했던 마음에 온기가 돌았고, 나만 보던 내가 누군가를 위해서 무언가를 하고 싶은 마음을 품게 되었다. 후자 쪽 글을 쓰고 싶어졌다. 내가 그다지 다정한 사람이 아니란 것, 그런 능력을 타고나지 않았다는 것은 잘 알지만, 죽기 직전인데 뭐 어때? 예전과는 완전 다른 사람인 듯, 한 번 시도해보고 싶어졌다.

신민경 <새벽 4시, 살고 싶은 시간>



나의 문장


새벽 수영 가기 전 라라크루 대장님 오늘의 문장을 읽고 또 읽었다.

다른 삶, 다른 생각 길을 따라 걸으며 문장을 되새겼다.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 그렇게 살아봐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자,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몸이 춤을 추듯 리듬을 타는 게 느껴졌다.


매일 가던 길에서 조금 다른 방향으로 길을 틀었다. 평소 그냥 지나쳤던 가로등 불빛이 친근하게 느껴졌다.

오늘은 조금 다른 하루로 시작하기 위해 수영장에서 일찍 나왔다. 정해진 시간에 조금씩 엇박자를 내보기로 했다. 역시나 여유롭다. 뛰지 않아도 되는 아침을 맞이했고 그토록 앉고 싶었던 '엉뜨의자'에 앉아 온몸으로 전해지는 온기를 느껴본다. 단순한 일상이 이토록 행복하다니 (시간을 정복한 느낌이랄까 ㅋㅋ)


다가오는 버스를 유유히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로 올라탔다. 오늘 버스는 느낌이 다르다. 뭔가 고급스러운 느낌이랄까 (오늘 운수 좋은 날인가 봐, 보이지 않은 어깨 뽕을 으쓱해본다.)


창가에 머리를 기대어 잠을 청하는데 낯선 기분, 계속 비어 있는 옆자리 서너 명의 사람이 앉았다 일어나야 회사에 도착하는데 오늘은 허전하다. 그러고 보니 사람도 많지 않다. 금요일이라 그런가.


 졸다 깨 시계를 보니 회사 근처에 도착할 시간인데, 낯선 거리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어디냐, 어디쯤 온 거야~ 왜 이리 낯설지)


그때 눈에 들어온 숫자 6514, 난 분명 5714를 탔는데, 상황판단 할 겨를 없이 헐레벌떡 버스에서 내렸다.

망연자실, 이런 느낌일까? 한 시간 전 버스 정거장에 두 대의 버스가 동시에 왔고 6514를 5714로 착각하고 주저없이 올라탔던 것 같다.


정신없이 버스에서 내렸지만 여기가 어딘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콩닥거리는 마음만큼 혼미한 정신.

토끼 굴을 건너 온 것도 아닌데 낯선 곳에서 길 잃은 고양이처럼 무작정 뛰기 시작했다.

몸은 이리저리 날뛰는데 정신은 아직 버스에서 내렸던 신림동 어딘가에 멈춰 있었다. 울고 싶은 마음에 라라 쑥 마늘에 하소연하고 네이버 길 찾기를 했지만, 실패 설상가상 택시 앱을 켰지만, 모래시계만 뱅뱅 돌뿐 택시는 잡히지 않은다. 허둥거리며 헤매는 동안 출근 시간은 이미 지나버렸다.

불안한 마음에 진땀이 났고, 당황함에 안전부절못했지만 친절하게 길을 알려주는 귀인들을 만났고 평범한 아침에 느낄 수 없었던 폭발적인 감정을 생생하게 체험하는 살아있는 하루를 느꼈다.

(미숙한 인간은 정신없는 상황에서 라라 생각이 났고, 쑥과 마늘을 더 열심히 먹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아침에 만난 귀인

귀인 1 (젊은 여자) : 귀에 꽂고 있던 이어폰을 빼고 길을 알려준다. (눈물 나게 고마웠다)


귀인 2 (아주머니) : 3번 플랫폼으로 가는데 왼쪽으로 가야 사람이 없어요.

                         (갈아타는 전철 방향을 몰라 쩔쩔매고 있는데 길을 알려준다)


귀인 3 (젊은 남자) : 저기 앞에 보이는 하얀 지붕 쪽이 7번 출구네요. 왼쪽 계단 이용하세요.

                     (가던 길을 멈추고 핸드폰으로 출구 확인은 물론 방향까지 상세히 설명해 준다.)




엉뚱하게 시작한 하루 세 명의 귀인을 만났고, 사무실 도착 전까지 귀인들의 행복을 기원했다.


나는 이미 어제와 다른 삶을 살고 있는지 모른다.

낯선 이들에게 아침 인사를 하고, 일상을 공유하고 '좋아요' 하트에 마음 설레고 작은 관심에 널뛰는 마음은 댓글에 함박웃음 짓고 타인에게 위로받고 타인에게 힘이 되어 주고 싶은 마음에 용기를 낸다.


작은 관심으로 시작한 우연한 만남이 인연이 되고 그들의 하루를, 내일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다.

당신은 나의 귀인이고 나도 당인에게 귀인이 되어 주고 싶다.



한 줄 요약 : 내 안의 작은 변화가 일렁거려 선한 영향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실천하고 감사하며 친절한 오늘을 살련다.


#라라크루#라이트라이팅#금요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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