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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스락 Mar 03. 2024

달걀 인생 2막, 짭조름한 행복.

라라크루 금요문장 (2024.03.01) '묘사'

안중근은 왼팔로 총신을 받치고 오른손 검지를 방아쇠울 안에 넣었다. 엎드린 자리가 편안했다. 안중근은 검지손가락 둘째 마디를 방아쇠에 걸었다. 안중근은 숨을 크게 들이쉬고 반을 내쉰 다음 숨을 멈추었다. 바위는 보이지 않고 노루만 보였다. 조준선 끝에서 총구는 노루의 몸통에 닿아 있었다. 오른손 검지 둘째 마디는 안중근의 몸통에서 분리된 것처럼, 직후방으로 스스로 움직이면서 방아쇠를 당겼다. 총의 반동이 오른쪽 어깨를 때렸다. 총의 반동에 어깨로 맞서지 않고, 몸 안으로 받아들여서 삭여내야 한다는 것을 안중근은 소싯적부터 알고 있었다. 
김훈, <하얼빈>


나의 문장 



크기가 일정한 서른 개의 둥근 알이 각자의 몸집에 맞는 둥지에 안착해 일렬종대로 상위만 내밀고 있다.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둥둥 공중을 거니는가 했더니 어느새,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는 낯선 집으로 이주했다. 팔팔 끓는 뜨거운 욕조에 담길 걸 알고 있는지 모르는지.


한 알 한 알 조심스럽게 꺼내어 푹푹 끓어오르는 물이 가득한 욕조 안에 살포시 내려놓는다.

이내 뜨거워서 또르르 구르더니 서로 부딪혀 깨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자리를 잡는다.

뜨거워진 알들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물을 밖으로 튕겨 내며, 공중 부양을 시도한다.


이내 차가운 물에 퐁당, 거칠고 딱딱했던 껍질은 어느새 보드랍고 매끄러워져 힘없이 주르륵 벗겨진다. 껍질이 벗겨지면 하얀 속살이 김을 모락거리며 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뽐낸다.

향긋한 버터 샤워를 시작으로 풍미 가득 맥주를 좔좔 부어주고 표고버섯, 파 송송 썰어 넣어주면 알록달록 기분 전환. 마지막으로 간장 방울 떨어뜨려 주면 이내 하얀 속살에 윤기 가득한 달콤. 짭조름한 달걀조림이 완성된다.


하얀 밥 위에 쓱쓱 비벼 먹으면 밥 한 공기 뚝딱 달걀 인생 2막은 우리 가족에게 행복을 선물한다.


표고버섯 파 송송 달걀조림


한 줄 요약 : 음식 만드는 정상만큼이나 먹는 즐거움에 꽃이 핀다.



#라이트라이팅#라라트르#금요문장#달갈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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