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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스락 Mar 10. 2024

그 사람 장점을 닮고 싶다

라라크루 금요문장 (2024.03.09)

야무지게 똑 부러지는 모습만 보이게 되는 상대가 있는가 하면 허술하고 실수투성이의 모습만 꺼내게 되는 상대가 있다. 사랑하기에 좋은 사람은, 이 사람과 함께할 때 나의 가장 성숙하고 괜찮은 모습이 나오는 사람이다. 나는 어차피 누구에게도 완벽하거나 객관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사람으로 존재할 수 없다. 대상과 상황에 따라 미세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출처 : 나를 숨 쉬게 하는 보통의 언어들 김이나 지음 


나의 문장


괴팍하고 성격 급한 타 팀의 팀장이 있다. 거친 표현과 큰 목소리 때문에 그 팀장의 존재만으로 사무실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왠지 오늘 사무실이 조용하구나! 생각하면 아니나 다를까 그 팀장 휴가 거나 외근으로 사무실에 없을 때가 많다. 유난히 집중되지 않고 산만함이 느껴질 때면 어김없이 그 팀장 목소리가 내 고막을 자극하고 있을 때다. 몇 년 동안 업무나 개인적으로 얘기를 나눠 본 적이 없고, 소문으로만 알고 있는 팀장이다. 특히 입이 거친 팀장으로 알고 있었다.


회사에서 급하게 진행하는 프로젝트 리더로 그 팀장을 만나게 됐다. 내심 거친 언행에 긴장하고 있었고 업무 범위를 어떻게 정해야 할지 난감해하고 있었다. 그 팀장이 다가와 대뜸 업무 진행에 대해 논의하자며 자기 생각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설명했다. 난감해하고 있는 나와 달리 개선 방향성과 수익 창출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구상까지 끝낸 상태였다. 특히나 그동안 듣고 있던 그 괴팍한 자기중심적인 언행은 느껴지지 않았고, 문제 해결에 대한 적극적인 업무 성격이 느껴졌다.


그렇게 6개월가량 그 팀장과 일을 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업무 스킬, 추진력, 빠른 판단력과 문제해결 능력 등 다양한 면에서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시원함을 느끼게 해 준 팀장이었다. 물론 말이 너무 많아 그 모든 내용을 듣고 있다 보면 듣기에 한계가 느껴져 에너지가 소진되기도 했지만, 뜻이 맞아 재미있게 일했던 기억이다.


괴팍해서 남의 말을 듣지 않는다던 소문은 주장이 너무 강해서 수용하지 않은 것처럼 보일 뿐 배타적이거나 불합리하게 타인의 의견을 배제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논리적으로 반박을 제시하면 그 또한 잘 이해하는

그냥 일 잘하는 스타일의 팀장이었다.


한 번은 오전부터 계속된 회의에 지칠 대로 지쳤는데,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가는 그 팀장에게 이제 그만하자고 했더니 "왜요"? "귀에서 피 날 것 같아요." 하며 웃었다. "어, 팀장님 알고 계셨구나, 팀장님이랑 얘기하다 보면 귀에서 피난다는 걸" 당황한 팀장은 애써 침착한 척 하하하 웃고 있었다.


"팀장님 저는 팀장님 업무 스타일이 좋습니다" "배울 부분도 많다고 생각해요. 근데 좀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말씀드려도 될까요?" 잠시 뜸을 들이고 넌지시 의견을 말했다.

"일도 너무 잘하시고, 성격도 좋은데 그 모든 걸 화술로 다 까먹고 계신 거 아시죠?"

팀장은 당황한 기색 없이 그저 멋쩍어하면서 "내가 좀 그런 면이 있죠" "알고는 있는데 잘 고쳐지지 않네요"

"그래도 이렇게 책임님이 저를 알아주시니까 기분 좋네요"

"사실은 고쳐볼까도 했는데, 성격이 어디 가나요 그냥 저는 남들 의식 안 하고 저처럼 사는 게 편하네요"


그 후로 그 팀장과 나는 스스럼없이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가 됐다.


지금도 회사 사람들은 애기한다. 시끄러워집중이 안 돼! 입이 너무 거칠어!

하지만 나에게는 그 모든 모습이 남다른 열정으로 느껴진다.


나에게 회사 멘토를 묻는다면 아마도 그 팀장님을 얘기할 것 같다.


열심히 일하는 팀장, 그러나 입이 거친 팀장, 그러나 팀원을 정말 아끼는 팀장, 단지 성격이 너무 급해 팀원들시간을 기다려주기에 버거운 열정 과다 팀장, 그래서 목소리가 입이 거칠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남들이 말하는 단점이 나에게는 장점으로 느껴진다.




한 줄 요약 : 사람의 단점보다 장점을 찾아 닮아가는 하루가 되길 바라본다.



#라이트라이팅#라라크루#금요문장#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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