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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스락 Dec 27. 2022

걱정이니? 한숨이니?

아가야, 미안한단 말을 하고 싶다.

바쁘다. 나는 여유가 없다. 끊임없이  배우고 정진한다.

그러니 나 좀 이해해 줘?

정말 너무 힘들다. 퇴사하고 싶다.


얼마 전까지 나를 똘똘 감싸고 있던  나다.

아침이 싫고  버거웠다.

그런 나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해 주는 아이들~ 그래서일까

따지지 말고 일하는 엄마를 이해해 주기를 바랐다.

나대로 최선을 다하는 엄마.

힘든 엄마. 한숨이 많은 엄마.

웃음이 없는 엄마.


타인에게 이타적인 사람이 내 아이에게는 걱정과

한숨만 보였던 것 같다.


어느 날 딸아이와 눈물 콧물 다 흘리며 말싸움을 했다.

"엄마 회사 그만둘까"

"이렇게 매달 울면 엄마가 어떻게 회사 생활을 하니"

"정말 너무 힘들다"


"제발 그만둬, 학원 안 다니고 안 먹으면 되잖어"

"엄마가 야근하는 거 너무 싫단 말이야, 어. 어, 엉..

"난,  엄마가 집에 있었으면 좋겠어" "엉. 엇어...


고작 열 살인 아이가 날 이해 못 한다고 화내고 울고,

그렇게 난 내 법벌이가 중요했다.

태어나 두 달도 안된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별것도 아닌 내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부질없는 욕심으로

그렇게 십여 년을 지내왔다.


내 욕심은 아이들 가슴에 깊은 외로움으로 남겨졌다.

새벽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면,  어둠 속을 뛰어오는 아이

자는 아이들  깰까 살금살금 들어와 거실에서 잠이 들 때면 어느 순간 내 옆에, 발아래 잠들어 있던 아이들.

그때는 집착과 애정이 과하다 생각했다.

항상 나 보다 한 발짝 빨리 뽀뽀를 하고 사랑해라고 말하는 아이들. 당연하다 생각했다. 아니 의식도 못하고 있었다.


주말엔 종종 여행을 갔고,  아프면 병원 데려갔고,  먹고 싶다는 거 만들어 주고 부족함 없는 엄마,  다만 한 달에 삼일정도 야근이니 그건 당연한 거, 바쁘면 전화 못 받는 엄마.


"엄마,  바빠 끊어" (그랬던 나, 밉다.)


한 번도 다정하게 '엄마 일 많아서 많이 늦어,  12시 넘어야 끝날 것 같으니까, 먼저 자'  이렇게 말해 준 적이 없다.

늦는다는 말에 우는 아이들  목소리가 겁이 나고 화가 나서

전화를 피하고,  일에 더 집중했다.

이해할 거라 생각했다.


잠깐의 휴직을 통해 알게 되었다.

아이들은 엄마를 걱정하고,  엄마가 돌아오지 않을까 봐  항상 불안해하고 있었다는 걸.


아들이 말한다.

"엄마 한숨 쉬면 내 가슴이  아파요"

"난, 엄마가 너무 좋은데,  엄마는 나 싫어"?


이건 또 무슨 소리. 요즘 내 머릿속은 온통 니 걱정뿐인데.

출근 때 몰랐던 너의 모습을 요즘  같이 있으니 걱정이 산처럼 쌓여 가는데 의젓하고 배려심  많던 아들은 없고 떼쟁이, 울보, 협상의 달인만 내 앞에 있는 지금,  나도 모르게 한숨이 생활이 되어버렸다.


꼼지락꼼지락 혼자 놀기 좋아하는 딸.

한 달에 세 번은 울지만 동생 잘 챙기고 잘 웃는 아이

속이 꽉 찬 재능부자 딸은 심심해서 그냥 심심하니까

우는 거 들킬까 봐, 엄마 쉬라고 방에서 혼자 놀았다고 한다.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 많은 시간.


이제야 조금씩 느끼고 있는 너의 마음에 엄마가 먼저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


너무 빨리 너무 일찍 어른처럼 커주길 바랐던 엄마로 인해

늘 마음 한구석허전했을 아가들,

요즘 껌딱지처럼 엄마한테 안겨 있는 아가들,

어느새 훌쩍 컸지만 아직은 어린 아가들,

이제 엄마가 먼저 다가가고 표현할게.


사랑해, 잘 자라는 말에 딸이 또 뺏겼다고 한다.

항상 자기가 먼저 말했는데 이제는 엄마가

먼저 사랑한다 말한다고 삐죽거리며 웃는다.


오늘 문득 생각 났다.

미안하다는 말을 해야겠다고 바쁘다고 끊었던 전화에 얼마나 불안하고 슬펐을까.

얼마나 많은 날을 울면서 잠이 들었을까.


올해가 가기 전에 사랑스러운 내 아가들에게 미안하단

말을 전하고 싶다.

엄마의 한숨은 그저 숨을 크게 쉬는 거라고 말했던 것처럼

그때 정말 미안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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