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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썼던 편지

그리웠습니다.

by 바스락

타지 생활을 하면서 종종 엄마에게 손 편지를 썼었다. 밤이 되면 찾아오는 맥락 없는 서글픔에 글자에 그리움을 꾹꾹 눌러 담아 엄마가 편지를 읽을 수 있도록 최대한 크고 바른 글씨로 안부를 묻곤 했었다.


엄마는 늦은 나이에 한글 공부를 시작했다.


"막내야, 엄마 글자잔 갈쳐주믄 안 되냐?"


중학교 때 엄마가 용기 내 나에게 했던 말이다. 찬송가를 보고 싶은데 까막눈이라 뭔 말인지 모른다며 수줍은 미소로 말을 꺼내고서는 쑥스러워하셨다.


연필을 손에 쥐고 꾹꾹 눌러 담던 엄마의 소망이 노트 위에 꿈이 되어 새겨졌다. 방바닥에 엎드려 'ㄱ' 'ㄴ' 조용히 소리 내 글자를 쓰는 동안 엄마 옆에서 나는 깜지를 쓰곤 했다.


"워메, 뭔 글자를 그라고 빼곡히 쓴다냐, 뭔 글자가 그라고 생겼다냐"

"엄마 이렇게 빈틈없어 써야 해, 이것은 깜지라고 숙제여"

"으따 뭐 그란 숙제가 있다냐"


한글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엄마는 성경책을 품고 다니셨다. 풀벌레 소리만 들리던 시골집에 엄마의 성경책 읽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하고 더듬더듬 성경책 읽어주는 엄마 목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곤 했었다.



어머님께.

엄마, 잘 계시지 나도 잘 지내고 있어요.

항상 엄마 걱정이야, 나는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있어요.

같이 지내는 언니들 친구들이 잘 챙겨줘서 즐겁게 지내고 있어요.


딱딱하기 그지없던 편지를 엄마는 아직 지니고 계셨다.

어찌나 볼펜을 꼭꼭 눌러 섰는지 그 당시 손목에 힘이 고스란히 편지지에 옮겨져 있는 것 같았다.

처음 편지를 받고 엄마는 제대로 읽지 못해 옆집 학생한테 읽어 달라고 했다고 했다.

작은 글씨체 긴 문장 삐죽 바르지 못한 글씨체 때문에 제대로 읽을 수 없었을 엄마를 생각해서 그다음 편지부터는 꼭 하고 싶은 말 꼭 쓰고 싶은 말만 간단하고 크게 써서 보냈었다.


엄마 나는 잘 지내, 엄마도 잘 지내고 계셔?


며칠 전 엄마 성경책을 사면서 더듬더듬 한 글자 한 글자 꼭꼭 음미하며 읽고, 또 읽던 엄마 모습이 생각났다.



한 줄 요약 : 엄마에게 편지를 썼던 그날은 외로움이 차고 넘쳤던 날이었지만, 쓰고 나면 위로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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