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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야 서둘러

초조한 행운

by 바스락


아침 출근길에 까치 한 마리가 발 앞에 놓인 나뭇가지를 물고 휘리릭 하늘로 날아올랐다.

까치를 따라 시선이 움직였다. 전깃줄에 잠시 앉아 숨을 돌리더니 큰 가로수를 향해 날아올랐다.

까치 입에 물려 있던 나뭇가지는 까치 몸통만큼 큰 가지였고 입에 물러 있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까치를 뒤로하고 걸음을 재촉하는데 커다란 나무 위에 빗살무늬처럼 생긴 새 둥지가 보였다. 매일 오가는 길목인데 새 둥지는 처음 보았다. 한참 새 둥지를 올려다보는데 이유 없는 포근함이 느껴졌다.


월요일인데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아침에 까치를 만난 행운 덕분인지 초조하게 밀려오던 월요일의 중압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나의 초조했던 행운은 잠시 후 먹구름처럼 밀려오고 있었다. "실장님께서 찾으십니다" 후배 말에 아무 준비 없이 상사 방으로 향했다. 곧장 쏟아지는 질문 공세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생각보다 대처를 잘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마무리할 찰나 '삐질'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100% 확신이 없는 답에 살짝 흔들렸고 나의 흔들림은 고기를 잡기 위해 쳐둔 어망에 빨려 들어가는 물고기처럼 길을 잃고 있었다.


"점심 전까지 답 가져와"


딩~ 그 말은 메아리처럼 귀에 쏙 박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한번 집 나간 정신줄을 다시 데려오기는 쉽지 않았다. 책상에 앉아 자료를 취합하고 해결책을 찾아보는데 생각은 오리무중으로 흩어져버렸다.


조용한 점심시간 컴퓨터 앞에 앉아 모니터만 '멍'하니 쳐다보다 아침에 봤던 까치가 왜 나뭇가지를 물고 갔을까,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 까치야 너도 둥지를 만들기 위해 나뭇가지를 하나씩 그렇게 입으로 물고 나르고 촘촘하게 둥지를 만들고 있었을 거야,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잖아, 그래 까치야 나도 지금 나뭇가지를 찾고 있는지 모르겠다. 포기하지 않고 답을 찾아보자!


엉뚱한 생각에서 답을 찾아가고 있었다. 다시 자료 취합을 하고 다른 방법으로 데이터 분석을 했다. 점심시간이 끝나가는 시간 점차 초조했던 마음은 고요해졌고, 차분해졌다. '모르는 건 모르는 거고, 몰랐던 건 몰랐던 거야' '모르는 게 죄는 아니잖아' 머릿속에 퍼져가는 생각들로 자꾸 쓴 미소가 입가에 번지는 게 느껴졌다.


길어지는 보고 끝나지 않은 보고 그러나 밀리지 않았던 보고 그렇게 출근해서 10분도 지나지 않아 시작된 예상치 못했던 하루는 오후 5시 20분이 지나서야 막을 내릴 수 있었다. '모르는 건 몰랐다고 했고,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더 세심하게 검토하겠다고 했다.' 왜 이제서야 문제점이 보이냐는 질문에는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라고" 답했다. 분명 어제와 다른 내 모습에 나조차 놀라고 있었다.


덕분에 성깔 나는 하루에서 차분한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초조함에 묶어둔 마음은 아침에 만난 까치 덕분에 의연할 수 있었다.



한 줄 요약 : 똑 뿌러지지 않아도 괜찮아, 방법은 또 있으니까,



#라이트라이팅#라라크루#까치#둥지#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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