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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스락 Oct 27. 2024

제제를 만난 날.

라라크루금요문장 (2024.10.25)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여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이란 없다. 읽기란 자기 자신만큼 읽은 것이다. 같은 책을 읽어도 각 개개인은 자신의 가치관, 세계관 그리고 자신이 씨름하는 물음들이나 살고자 하는 삶의 방향 등에 따라서 한 책으로부터 각기 다른 것들을 얻는다. 어떤 이는 니체로부터 심오한 생명철학을 찾아낸다. 반면 '나치주의의 공식 철학자'라고 일컬어질 만큼 니체의 글은 나치 사상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읽히기도 한다. 세계 곳곳에서 각기 다른 정황 속에서 매일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 그 시대와 공간을 초월한 '영원한 고전'이란, 그런 의미에서 허구적이다. ... 하나의 책은 거대한 도시와 같다. 큰 거리, 작은 골문, 유명한 장소, 무명의 장소 등 무수한 공간들이 모여 있는 거대한 도시처럼, 다양한 개념.세계.가치를 담고 있다. 한 도시를 다룬 여행 책자의 안내문이 그 도시의 무수한 다층적 모습을 담아낼 수 없다. 오히려 이러한 표피적인 안내서는 그 도시를 깊이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 마치 그 여행 책자에 열거된 곳들을 겉핥기식으로 돌아다니는 것으로 그 도시를 안다고 착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 무엇보다도 책 읽기에서는 '나는 어떠한 문제의식 및 물음들과 씨름하고 있는가'가 중요한 출발점이다. '나만의 물음'이 부제할 때, 아무리 추천 도서를 모두 읽었다 해도 자신을 성숙하고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지적 자양분을 얻기는 어렵다. 

<정의를 위하여>  강남순 


나의 문장


책 잘 읽는 아이가 아니었다. 독서의 의미는 아직도 잘 알지 못한다. 습관처럼 활자를 들여다볼 때는 생각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가 많다.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을 때. 도망치는 유일한 방법이 독서였다. 책을 읽는 건지 생각 정리하는 건지 알 수 없는 그저 현실에서 도망치는 유일한 삶의 방식이었다. 


중학교 2학년 때 읽었던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는 활자만 읽던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부정도 긍정도 아닌 그저 모호한 마음 어디쯤에서 배회하던 나에게 희망을 안겨 주었던 책이었다. 


다섯 살 제제를 통해 희망을 보았고, 가슴에 꽃을 피웠다. 지금도 여전히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는 나에게 최고의 책이다. 제제와 함께 기도했던 소녀는 여전히 희망의 꽃을 피우고 있다.


책을 의무적으로 읽어야 한다는 강박이 들 때면 읽기를 멈춘다. 나만의 책 읽기는 이제 시작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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