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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스락 Sep 26. 2023

김 피곤 씨!

애칭인가요?

분주했던 시간이 지나면 마음의 여유가 조금씩 찾아올 법도 한데,

남편의 장기 출장으로 마음의 빗장은 단단해졌지만, 몸의 활력과 움직임은 현저히 둔해졌다.


속전속결로 움직이던 몸뚱이는 온데간데없고 조금만... 나중에.... 미루는 습관이 생겼다.

아침형 인간들인 우리 집은 늦잠이 허용되지 않는다.


주말 아침은 평소보다 늦은 8시쯤 아침밥을 먹어야 하고 삼시 세끼 꼬박 다 챙겨 먹는 밥돌이

밥순이 들이다. 내가 아이들을 잘못 키운 게 틀림없다. 아침밥을 안 먹으면 미안하고 불안한

마음에 어릴 적부터 아침을 꼬박 챙겨 먹여서 이제는 습관이 되어 버렸다.

"엄마 내일 아침은 뭐예요?" 잠들기 전 아이들이 기대에 찬 얼굴로 묻는다.

음~ 김치찌개.  맛있겠다.~~ 꿀잠~~



아침에 먹는 삼겹살과 등심 한판은 활기찬 하루 시작을 알리는 에너지 원천이고 아침에 먹는

부대찌개에 라면 사리는 하루를 알리는 행복이다.

김밥은 기본 두 줄 이상은 먹어줘야 하고 주먹밥은 말 그대로 주먹만 한 밥 뭉치를 세 개 정도는

먹어줘야 든든한 아침 식사가 된다.

먹는 재미와 행복을 너무 잘 알고 있는 아이들에게 아침밥은 행복이고 사랑이다.



남편의 출장이 잦아지고 길어지면서 간편 식품을 찾은 횟수가 늘어나고 엄마는 잠깐잠깐 파업을

선언했던 것 같다.


남편이 출장에서 돌아오면 따뜻한 밥 한 끼 해줘야 하는데 그것도 마음만 열정이 가득하고

몸 안에 에너지가 소진되어 외식을 외친다.


그렇게 몇 주를 반복하고 출장을 다녀온 남편이 말하기를 "우리 김 피곤 씨" 오늘도 엄청 피곤해 보이네~

그래, 나가서 먹자!!

주머니 사정도 허술한데 또 외식이라니 내키지 않지만, 뚝딱 한 상을 차릴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다.

어디에 그렇게 에너지를  쓰는지 요즘은 퇴근길에 녹초가 된 몸을 질질 끌고 집에 들어온다.


학원을 싫어하는, 그냥 공부를 싫어하는 두 녀석 중 한 녀석은 학원 다닌 지 이제 2년 잘 적응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학원 안 가고 싶다고 훌쩍거린다. 알아서 척척 잘하면서 잊을만하면 내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한다. (엄마 관심을 받고 싶어서 그런 것 같다)

이제 겨우 학원 일주일 차인 아들 녀석은 수학 문제 하나 풀 때마다 으르렁거린다.

두 녀석 엄마가 처음인 덜 큰 어른은 모자람투성이고 감정도 말솜씨도, 부족해서 아이들과

실랑이를 하다 녹다운이 된다.

최대한 아이들 의사를 들어주고 존중하는 편인데 그래서인지 자기주장들이 너무 너~무 ~ 강하다.


김 피곤 씨는 남편이 없는 동안 녀석들과 신경전과 고성방가가 난무한 무비를 몇 편 찍었다.


다행히 남편은 나를 나물 하거나 타박하는 어투가 아니라 걱정 반 장난 반으로 애칭처럼

"김 피곤 씨"를 찾는다.


"김 피곤 씨" 피곤하지 얼른 자.

머리가 베개에 닿기 전에 코를 고는 우리  "김 피곤 씨"

남편이 불러주는 "김 피곤 씨"에 안도하는 이유는 뭘까?


아! "김 피곤 씨"는 오늘도 피곤하다.



한 줄 요약 : 나를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사람, 단 한 사람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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