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온기

by 바스락

매일 아침 그냥 지나치던 커피숍으로 향했다. 은은한 커피 향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싶었다.

따뜻하게 전해오는 온기 때문이었을까, 커피 한 모금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익숙한 길에서 마주한 낯선 눈물이 싫지 않았다.


흐르는 눈물을 그냥 뒀다. 목구멍을 타고 흐르던 커피 한 모금이 몸속으로 퍼져가는 속도는 느렸고, 눈물이 흘러내리는 속도는 빨랐다. 채워지기 전에 비워내야 하는 것처럼, 쌓아있던 눈물은 뜨겁게 뺨을 타고 흐리더니 차갑게 식었다. 얼굴에 남겨진 흔적만이 낯선 경험을 상기시켰다.


오늘 왠지 눈물을 받아들여야 할 것 같았다.


어제저녁 엄마와의 짧은 통화에서 느꼈던 온기 때문일까?

"언제 밥 먹으러 와"

언제 올 거냐? 가 아니라 밥 먹으러 오라는 엄마 말이 가슴 언저리에 묵직하게 머물렀다.


"엄마, 나 찰밥 먹고 싶어"

"그러면 엄마가 해줘야지"


찰밥 먹고 싶어, 나도 찰밥 좋아해!

엄마에게 투정 부리는 데 족히 40년이 걸린 것 같다. 늘 엄마가 넘어질까 봐 엄마 등 뒤에 버티고 있던 내가 불쑥 앞으로 튀어나왔다.

찰밥을 먹고 싶었냐는 엄마의 물음에 생기가 느껴졌다. 웃음기 가득한 엄마 목소리에 온기가 담겨있었다.


어리석은 자기 판단은 때로는 눈을 멀게 하고, 자기 생각이 옳다고 단정 짓게 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나는 늘 엄마의 보호자가 되길 자처했다. 엄마가 힘들어 쓰러지지 않도록 보호막을 설치하고 지키는 일, 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히 그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엄마는 보호받을 대상이 아닌 지극히 평범한 엄마였고, 나는 엄마 딸이었다. 그 사실을 나만 모르고 살고 있었다.



아무것도 아니었던 나의 일상이 순간, 순간 질문을 던진다.


너 왜 울었냐? 이제는 엄마가 그렇게 물어봐 주는 것 같다.

아침 흘렸던 눈물이 나에게 전하고자 했던 건 뭘까?


흐르던 눈물

흔들린 중심

헤매던 정신

찰나의 순간,

홀가분하게 다가온 눈물,


조용히 답해본다.


이제 좀 사는 것처럼 살아봐라!

뒷모습만 보고 살지 말고, 앞도 좀 보면서, 화장도 하고, 투정도 부리고, 안 했던 것도 하면서

그냥 그렇게 살아봐라!


봄은 나에게 눈물로 다가왔고,

곧 돋아날 새싹은 나에게 새로운 숙제로 깨달음을 선물하려 하는 건지?


눈물을 받아들이기로 하니, 질문이 많아지는 하루를 보낸다.



나에게 온 찰나의 순간, 홀가분하게 먹먹했던 그 느낌을 잡아보려 며칠을 매달렸다.

아직 나는 미숙하여 내 감정도, 느낌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다시 그런 순간이 온다면,

깊숙이 숨겨둔 내면의 나를 찾아볼 용기가 생겼을 뿐이다.



<해인의 섬> 마노엘


오직 나만이 꿈꿀 수 있는 진실한 꿈 하나

그러한 꿈에는 거짓이 없어 부끄러움도 없다.


어는 날 누군가의 삶과 비교당하게 될지라도

어느 날 어떤 시련에 잠시 날개를 접게 될지라도


그러한 꿈을 지닌 사람의 삶은 누가 뭐라 해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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