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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스락 Oct 18. 2023

포기도 습관이다

도망치는 게 일상이니 

야, 친구야... 쉬엄쉬엄하자

그러다 지치면 아무것도 못 한다.

친구들이 종종 나한테 하는 말이다.


뒷심 부족인 나는 항상 문어발식 스케줄과 일을 만든다.

조금이라도 짬이 나면 자기 계발에 뛰어들어 뭐라도 배워야 한다.

점심시간에 피아노 학원,

퇴근 후 요가, 필라테스, 주말에 기타...

배우고 싶은 것들이 일렬종대로 줄을 서 있다.


막상 완벽하게 끝내는 건 아무것도 없다.

중도 하차, 중도 포기,  그리고 또 도전...

나의 이십 대와 삼십 대는 도전과 실패가 반복되었다.

아마도 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르다 보니 이것저것 다 찔러봤던 것 같다.


그러다 엄마가 되었고, 나의 도전은 잠시 휴식기를 맞이했다.

나의 휴식기는 육아에 몰입했고 그 시간도 치열했다.


하지만, 내 안에 꿈틀거리는 도전은 여전히 작은 틈만 보이면 불쑥불쑥 얼굴을 내밀었고

아이들을 핑계로 포기는 습관처럼 나를 꽁꽁 감싸기 시작했다.


아주 작은 성취도 느끼지 못하고 포기만을 반복하다 보니 도전하고자 하는 마음도 

차츰 모습을 감춰갔고 그냥 살자. 네가 뭘 할 수 있겠어. 그냥 살아~



그리고 평범한 일상...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게 뭘까? 나는 뭘 해야 행복할까? 심한 고민에 빠졌다. 

그렇게 글 쓰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너무도 평범한 나의 글은 쓸수록 자신감이 후퇴되고 다른 이의 글을 읽을 때면 작은 용기마저도

저 나락으로 떨어지곤 했다. 중년의 방황이다. 


이러다 또 포기하는 건 아닐까 두려움이 찾아와 동굴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혼자 방구석 낙담을 하고 있을 때 글을 통해 알게 된 선배 작가님들이 여기저기서 속삭여준다.

작가님! 안녕~  작가님! 안녕~~

몇 번의 망설임으로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면 너무 반갑게 인사를 받아 준다.

어색해서 도망치고 싶은데 옆구리에 작은 실타래를 감아 놓았는지 종종 실타래가 팽팽해지는 느낌에 

다시 용기를 내고 인사를 한다. 언제쯤 익숙해질 테냐...


육아와 회사만 오가던 서울 촌년은 몇 년 동안 사적인 인간관계를 맺어본 적이 없다.

인맥이라곤 회사 사람, 동네 사람이 전부인 나는 새로운 관계에 항상 기웃, 멈칫을 반복하다 틈이 생기면

도망칠 궁리를 한다.


도망치는 게 일상이니? 그렇게 무섭니? 센 척은 혼자 다 하면서.... 이제는 새로운 관계도 새로운 사람도

만나며 살자... 외로웠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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