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스락 Nov 14. 2023

독천 5일장

추억의 간식 보따리

전남 영암 독천 5일장.

5일에 한 번 열리는 시골에서는 깨나 큰 '장날' (4, 9일에 열리는 지금의 재래시장)

마을에 작은 문방구가 유일했던 시골 마을에서 5일에 한 번 열리는 '장날'은 큰 행사였다.


온갖 물건을 대롱대롱 매달고 다니는 만물상 아저씨. (없는 거 빼고 다 있다)

흰쌀밥을 부르는 각종 젓갈과 밑반찬, 알록달록 곱디고운 몸빼 바지

코를 찌르는 쾨쾨한 홍어 삭힌 냄새, 좁디좁은 골목에 펼쳐진 자판 사이로 구경꾼들이

인산인해였다. 물건 값을 흥정하는 목소리... "골라, 골라~ 단돈 이천 원" ~ "싸다, 싸"

시끌벅적 활기가 넘치는 시장과 기름 냄새가 그리워 장이 서는 날이면 엄마 따라

장에 가고 싶어 안달이 났었다.




독천은 집에서 버스 타고 20여 분 떨어진 곳에 있었다.

5일에 한 번 장이 열리긴 했지만, 장에 가는 건 쉽지 않았다.

엄마는 주로 장에 팔 채소(고추, 호박, 상추 등 야채)를 가져가셔서 팔기도 하고 교환도 하셨기 때문에

일단은 팔 물건이 있어야 했고, 학교를 쉬는 주말만 가능했다.


독천 5일장 추억의 간식

칼칼한 장떡 (김치에 고추장을 푼 김치전) 야채, 고구마튀김, 바삭한 옛날 통닭

(하얀 봉투에 김이 모락모락, 고소한 기름 냄새로 이미 할 일 다한 통닭 한 마리)

엄마 손을 꼭 잡고 장에 따라가야 겨우 먹을 수 있는 특별한 간식이었다.

어느 날 엄마가 기름진 하얀 봉투를 들고 잠들어 있는 나를 깨울 때면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도

못하면서 맛나게 잘도 먹었던 기억이다.




장에 간 엄마를 목이 빠져라 기다렸던 이유는 '간식' 기다림에 지쳐갈 때쯤 엄마는 커다란 노란 봉지 하나를

머리에 위고 오셨다.

노란 뻥튀기 (개나리 콘)


원했던 통닭은 아니었지만, 오빠와 나는 팔짝팔짝 뛰면서 노란 뻥튀기 봉지를 끌어안고 하하 호호

신나게 웃고 떠들었던 것 같다. 노란 뻥튀기를 녹여 먹기고 하고 열 손가락에 끼워 장난치면서 쉴 새 없이 

먹다 보면 다음 날은 노란 똥을 선물해 주기도 했었다.


특별한 간식은 아니었지만, 어린 시절 오빠와 내가 가장 많이 웃고 떠들었던 추억의 노란 뻥튀기.

(지금은 '개나리 콘'이다)



#라이트라이팅#라라크루#갑분글감#간식#


























작가의 이전글 들여다 보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