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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맫차 Jun 23. 2021

우리는 누구나 날 때부터 2인조다.

이석원 아저씨의 책

a.

아저씨라는 호칭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점점 더 한국 사회에선 묘하게 변하고 있는데,

그런 점과 반대로 '아저씨'라는 호칭과 잘 어울리는 어른들을 좋아한다.

저 호칭이 담백하게 붙는 사람이란 건

내 개인적인 기준으로는 정말 멋진 사람이란 뜻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DJ 배철수 아저씨

이 분은 거의 나에게 최고의 아저씨이다.

산울림 김창완 아저씨도 그에 못지않고,


두 분들에 비해

조금 나이대가 내려간다면 바로  책을  이석원 아저씨일 것이다.

(물론 이석원 아저씨는 아저씨라는 호칭 극도로 싫어하실 것 같지만..)



b.

벌써 햇수로 3년이 지났지만,

그 어느 때에 내 인생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났었고

여전히 그 안에서 허덕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몇몇 사람들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는데,

새삼 아무것도 묻지 않고 도와줬던(아마 몇몇 사람들은 모를 수도 있겠지..)

그 사람들에게 감사하다.


트라우마라는 것이 무서운 이유는

어떠한 일이 있고 나서 이제 좀 괜찮아졌을까,

아니면 잊었을까 하는 시점에,

딱 그 시점에 퓨즈가 끊기는 경험을 해버리게 한다는 점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어느 순간에 모든 것들은 다시 그 악몽의 순간으로 후퇴해버린다.


이건 마치 하루키의 '노르웨이 숲'에 나오는 여주인공 나오코가

갑작스럽게 도쿄를 떠나버린 것과 같은 순간이라 추측해보긴 하는데..



아무튼 최근의 나는

이제 정말 좀 괜찮아졌을 거야라고 생각했던 어느 시점에

다시 한번 퓨즈가 끊어지는 경험을 했다.


단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으며

오히려 더 점점 침식되고 있었던 건 아닌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모든 걸 부정하고 싶고

반복되는 이런 모욕적인 경험에

온몸이 부들부들 떨 정도였다.


언제쯤 괜찮아질 수 있을까

다시 다 잊어버릴 수 있을까를

매번 상상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언제 또 추락해버릴지 모르는

출발점도 아닌 후퇴해 버린 시점으로 돌아갈지도 모르는 이 상황을

꾸역꾸역 헤치고 밀어내고 앞으로 나가 시간을 보내야 한다.


2인조에서 이석원 아저씨가 말하는 것처럼

우린 다 행복해지고 싶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c.

언니네 이발관의 다섯 번째 앨범

'가장 보통의 존재'는

나의 대학생활과 20대를 함께 한 앨범이다.

'아름다운 것'을 적어도 10000번은 넘게 들었을 거고,

몇 백번은 처음부터 끝까지 불렀을 것이다.


d.

a. 는 이 책의 작가에 대한 애정

c. 는 이 책을 쓴 작가의 이전 직업과 결과물에 대한 애정

b. 는 이 책에서 작가가 말하는 어려운 시간들에 대한 극복법을 나 나름대로 따라 하고 연습해 본 것이다.


무언가를 적어내는 것과 솔직함만으로

조금이나마 앞으로 나아갈 수 있고,

남의 시선과 나 자신에게 솔직해질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될까?

이석원 아저씨가 말해주니까 따라 해 보는 것이다.



e.

p. 184

따지고 보면 이 모든 고민과 생각들은 결국엔 행복하게 살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일 텐데 행복이란 뭘까.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 걸까.


나는 항상 그걸 생각해.


행복.


d.

p.220

서점을 갈까 미술관을 갈까 결정을 하지 못하다 흘러 흘러 간 곳은 성북동의 어느 돈가스집. 그곳에서 홀로 돈가스 정식을 먹다 보니 예전에 함께 왔던 이가 생각났다. 궁상이래도 좋고 미련이라 해도 좋고 누가 뭐라든 신경 쓰지 않는다. 나는 그냥 내가 잊을 때까지 하염없이 추억한다. 그게 내가 사랑했던 이를 떠나보내는 방식이라서.


f.

이 글은 언제쯤 발행 버튼을 누르게 될까.

쓰고 난 뒤, 바로 누르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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