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십팔년 십이월 셋째주_2018년 연말정산
2018년의 시간도
이제 열흘 남짓 남았다.
매해 이맘때쯤 느끼는 다사다난했다는 기분과 함께-
짧게는 몇 주, 길게는 일 년 내내
놓칠 수 없었던 음악들, 2018년 연말정산-
1. 올해의 발견
윤지영 - 문득(eternal)
무언가에 반해버리는 순간은 찰나라고 하는데
찰나는 약 75분의 1초(약 0.013초) 정도라고 한다.
물론 그 정도까진 아니겠지만, 재생 버튼을 누른 순간부터
온몸에 감각이 살아나게 되고
첫 번째 기타 리프가 나올 때쯤이면 이미 푹- 빠져있게 될 거다.
3분이 채 안 되는 노래를 쉬지 않고 10여 번 반복해서 들은 걸 생각해보면,
(음원의 유튜브 재생수를 계산해볼 때)
그녀와 그녀의 음악을 알고 있는 사람은 채 한국에 만 명이 안될 것 같다는 확신.
그래서
올해의 發見
우린 그 날 오래된 것을 버렸고
속이 시원했을 쯤 마주한 우리 마음도
많이 낡아있구나
알았을 때 아침은 어색하게 밝아왔었지
난 영원한 맘을 사랑하나 봐
이미 비에 젖은 마음도 좋아
우리가 바다로 걸어 들어가자
윤지영 - 문득(eternal) 중에서
2. 올해의 커버
스텔라장 - 아름다워(디깅클럽서울ver.)
HD 화질이 아닌
일부러 144p와 240p로 설정하고
듣는다는 그 음악(MV)
뜨거운 안녕을 6개 국어로 부르는 스텔라 장의 매력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뮤직비디오 속의 그녀의 목소리와 스타일은(핑크 리본과 파란 원피스!)
정말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제목처럼 아름다운.. 커버라고 말할 수밖에-
아름다워
오 그대가 아름다워
아름다워
그대 모습이 아름다워
복잡한 도시를 나와
이름 모를 해변으로
우리는 함께 차를 달리네
아름다워
오 그대가 아름다워
스텔라장 - 아름다워 중에서
3. 올해의 콜라보레이션
BEAKER X 장기하와 얼굴들 - 나란히 나란히
떠나는 마당에
더더더 좋은 결과물들만 남겨주면 어떡하란 말인가.
평소와 같은 사무실 풍경에
석양이 지는 느낌의 조명 아래서
그들만의 해피엔딩을 말하는 것 같다.
어찌 되었건 이미 막차는 떠나버렸는데 말이다.
[mono] 일곡일담 by 장기하
4. 나란히 나란히
이렇게 생각했던 적이 있다. 내가 이렇게 노력하는데 그 사람은 왜 그걸 몰라 줄까? 그런데 한참 후, 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게 정말 가치 있는 노력이었을까? 상대방은 원하지도 않는 것을 주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나도 지치고 상대방도 외로워졌던 것은 아닐까?
관계가 틀어지는 것은 결국 다 그런 문제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믹스가 거의 끝나갈 때쯤 양평이형이 전주와 간주에 인공적인 박수 소리를 첨가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그게 결과적으로 화룡점정이 됐다.
곡의 분위기가 어딘가 밋밋해서 조금 아쉬웠었는데 그 문제가 확 해결됐다. “어쩌면 나는 결국...” 하는 부분의 경우 보컬의 질감을 확연히 다르게 만들기 위해 이런저런 시도를 했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기가 쉽지 않았다. 양평이형이 다시 한 번 아이디어를 냈다. 아예 통화하는 소리를 녹음하면 어떠냐는 것이었다. 오호...! 나는 즉시 옆방으로 가서 엔지니어 나잠 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에 대고 노래를 불렀고 나잠 수는 자기 휴대폰을 스피커폰 모드로 설정한 후 거기서 흘러나오는 내 노랫소리를 녹음했다. 결국 어떤 음악에서도 들어본 적 없는 보컬 사운드를 내는 데 성공했다.
비이커와의 협업 덕분에,
MV가 없는 곡의 담백한 라이브 영상과 함께
장기하의 마음도 조금이나마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어쩌면 나는 결국 네가 정말로 원하는 건
단 한 번도 제대로 해줘본 적이 없는 건지도 몰라
진짜로 그랬는지 아닌지는 이제는 물어볼 수조차 없어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가만히 누워 외로워 하는 것뿐이네
나란히 나란히 걸어다닐 걸 그랬어
마주보며 웃을 걸 그랬어
나란히 나란히 걸어다닐 걸 그랬어
자주 손을 잡을 걸 그랬어
가만히 가만히 생각해 볼 걸 그랬어
정말로 네가 뭘 원하는지
나란히 나란히 걸어다닐 걸 그랬어
마지막일 줄 알았다면
장기하와 얼굴들 - 나란히 나란히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