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촌(夢村)에서의 일상
몇 개월이라도 살아본 도시와 장소를 꼽아보라면,
서울 그 안에서도 대치동과 성수동.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 뉴욕의 맨해튼. 최근에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베이징까지-
그리고 최근에는 몽촌토성 근처에 살고 있다.
서울에서 가장 큰 공원을 대로 하나 사이로 마주 보고 있는 이 곳은
반년이 조금 지나는 사이 새로운 콘크리트 건물이 코 앞에 들어섰고,
항상 반짝반짝 빛날 것 같은 유리성 교회의 십자가도 턱 하니 막혔다.
이제 더 이상 거실 창문에서 공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2019년 봄과 여름 내 일상의 풍경은 꽤나 급격하게 변해버렸다.
a. 몽촌(夢村)을 뜻하는 순 우리말인데, 이 단어가 가진 묘한 어감의 이유는 뜻에도 있었던 것 같다. 몽(夢)은 꿈을 뜻하는 옛말 ‘곰’을 의미하며, 촌(村)은 마을을 뜻하는 옛말 ‘말’을 의미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보면 결국 몽촌은 꿈의 마을인 셈이다.
b. 거대한 콘크리트가 곧 창문 앞을 가로막을 거라는 확신이 들면서, 폐쇄의 공포감과 동시에 밖으로 부터 가려질 수 있다는 안정감 또한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하루 눈을 뜨고 창문을 바라볼 때마다 쌓아 올려지는 콘크리트의 속도는 거침이 없었고, 한동안 공원의 녹음을 뒤로한 채 도시 속에 갇혀버릴지 모른다는 무기력함에 휩싸이기도 했다. 매일 사진을 찍어 기록을 하는 일은 무인도의 조난자가 하루하루 자신의 생존을 돌에 새겨 증명하는 일과 비슷해 보였다.
c. 모든 사진은 Leica minilux와 Fujicolor C200으로 촬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