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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근긍 Nov 02. 2016

#10 영화 <인디에어>

쓸쓸한 풍경을 마주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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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쓸쓸함을 표현하기에 가장 손쉬운 장르일지도 모른다. 버려진 의자 사이에 홀로 앉아 있는 여자. 창밖으로 보이는 한 남자의 실루엣. 때때로 속도는 감정이 된다. 느린 풍경의 속도와 정지한 듯한 인물의 움직임이 불러일으키는 쓸쓸함. 그 느릿 움직임만으로 그들은 세상에 홀로 남겨진다. 물론 역설적이게도 공항의 신속한 움직임에서도 그들은 혼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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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생각하는 당신의 가장 행복한 순간에 당신은 혼자였나요? 당신의 배낭에 채울 것은 무엇인가요? 이 영화가 던지는 수많은 화두 앞에 나는 아직도 나만의 답을 찾지 못하고 주춤할 뿐이다. 유목민을 꿈꾼다 말하지만 나를 부여잡는 수많은 것들을 내려놓지 못한다. 지금의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에 내 곁의 사람이 때때로 사람이 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그들이 지친 나에게 용기를 줄 때도 있다. 어느 것이 맞는지 알 수 없다. 이내 새로운 일이 닥쳐와 지금과는 정반대의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어쩌면 내 생각의 속도보다 현실의 속도가 더 빨라 내가 쓸려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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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해고의 장면들을 마주하며 최근에 듣게 된 하나의 일이 떠올랐다. 나와 업무적으로 마주치지는 않지만 한 층에 근무해 자주 인사를 드리던 40대 과장님이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의 강제퇴사였다.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인사팀에서 전화를 받았고 그걸로 끝이었다. 생각보다 관련 절차는 빠르게 진행되었고, 그는 느릿느릿 발걸음으로 자리를 떠났다. 그는 한 집안의 가장이고 두 아이의 아버지이다. 시장은 불안정했고 사업이 좋지 못했으며 거기에 다만 약간 실수만이 있었을 뿐이다. 한껏 술에 취해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그는 남는 이에게 회사에 헌신하지 말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어떤 것이 맞는지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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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달이 지나갔고, 곧 한 해가 마무리될 것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을 만났고, 어떤 이들을 떠나보냈다. 동시에 누군가의 기억에서는 멀어져 갔을 것이다. 그저 문득 여기를 스쳐간 모두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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