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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E스포츠 2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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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마태 Oct 13. 2023

미디어Ⅰ

Chapter10-1 공간 중심의 이해

공간 중심의 이해 


이스포츠는 일렉트로닉 스포츠(Electronic Sports)의 약자다. 일렉트로닉은 전자라고 번역할 수 있다. 이 해석법에 의하면 이스포츠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된 비디오 게임을 도구로 활용해 경기를 실현한다가 된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기술을 강조하는 표현이다. 이 배경에 의해 중국에서는 전자경기운동(电子竞技运动)이라고 표기한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도 이스포츠를 사용한다.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개념에 대한 이 해석법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된다. 물론 이 책도 기술을 중심으로 이스포츠를 파악해오고 있다. 다만 개념을 설명하는 다른 표현도 있다. 


국제올릭핌위원회는 추가로 가상 스포츠(Virtual Sports)라는 표현도 사용한다. IOC는 2021년 도쿄 올림픽 전에 이스포츠 공식 대회(IOC 최초)라고 할 수 있는 올림픽 버추얼 시리즈를 열었다. 다만 이 대회에는 현재 이스포츠로 활성화되어 있는 인기 게임 타이틀이 아닌 3D 게임으로 구현한 실제 스포츠로 진행했다. 종목은 야구, 모터스포츠, 사이클, 요트, 조정으로 5개 종목이었다. 현재 IOC가 이해하는 이스포츠는 대중들이 이해하는 이스포츠와 같다. 그렇기 때문에 이스포츠라는 단어를 쓴다. 그러나 가상 스포츠라는 단어를 별도로 사용함으로써 IOC가 올림픽 도입에 추구하는 이스포츠의 모습을 정의했다고 할 수 있다.


IOC는 스포츠는 인간의 신체적 활동을 기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활동이 발생하는 공간이 현실이 아니라 가상현실일 수는 있다고 판단한다. 반대로 이는 가상현실이 아닌 경우에는 신체적 활동이 기초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와 마우스로 하는 활동이 과연 스포츠인가?'는 역사적으로 꽤 오래된 담론이다. 다만 반대의 논리가 아주 강하지는 않은 것은 현실 세계에 있는 멘털 스포츠와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다. IOC의 또 다른 논리는 스포츠 정신이다. 특히 폭력성에 대한 부분에 분명한 태도를 보인다. 물론 이 부분도 논란의 여지가 많다. 


필자는 FPS게임(*총싸움게임)이 폭력성에 기반해서 불허한다면 올림픽에서 창은 또 투포환은 왜 멀리 던지는가라는 내용에 칼럼을 발표한 적이 있다. 올림픽의 근원을 전쟁과 분리해서 설명할 수 없다는 뜻이다. 물론 현대의 올림픽은 초창기와는 다르다. 평화이고 화합이다. 그런데 FPS게임으로는 평화와 화합을 할 수 없다는 논리 역시 받아들이기 힘들다. 또한 현대 스포츠라는 개념을 대표하기 때문에 몇몇의 이해관계자가 쉽게 도입했다가 또 반대로 제외했다가를 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결론을 내리면 IOC가 앞으로도 같은 기조를 유지할 것인지는 확신이 있지 않다. 다만 가상 스포츠라는 표현에 대해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는다. 지금으로서는 단순한 공간의 이전, 그 이상은 아니다. 


포트나이트 게임을 서비스하는 에픽게임즈는 의도적으로 이스포츠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경쟁적인 게임활동(Competitive Gaming)이라고 부른다. 에픽게임즈의 관점은 게임으로 하는 경기는 스포츠가 아니다. 필자는 에픽게임즈는 이 활동을 스포츠로 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 퍼블리셔는 자사가 서비스하는 게임을 대중이 스포츠로 보는 것을 부담스럽다고 느낄 수 있다. 보통 게임의 스포츠화는 짐이 가볍지 않다. 안정적으로 대회를 개최해야 하고 팀과 선수를 케어해야 하고 또 수익도 추구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게임을 개발하고 사용자를 위한 이벤트를 여는 수준을 넘어선다. 


게임 서비스는 게임이 상품이다. 따라서 유능한 개발자들을 모아 게임을 개발한다. 반면에 이스포츠는 경기가 상품이기 때문에 이벤트(대회)를 개최하는 것에 전문성이 있다. 따라서 둘은 사업적으로는 별 연관이 없다. 만약 게임사가 이스포츠를 한다라고 발표한다면 그 뜻은 이스포츠로 사업을 확장한다가 된다. 모든 게임사가 이스포츠 사업을 하는 것을 원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원하지 않는 것을 해야 한다면 부담이 된다. 물론 사용자가 원하면 대회는 개최를 해줄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이 스포츠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과 같은 뜻은 아니다. 포트나이트는 인플루언서가 참여하는 대회를 꾸준히 개최하고 있다.


팬데믹 기간이 지나면서 그동안 공격적으로 이스포츠로의 사업 확장을 시도했던 여러 퍼블리셔들이 현재는 투자를 줄이고 있다. 사업 확장의 대표적인 예는 프랜차이즈 제도다. 프랜차이즈는 전형적인 스포츠의 유산이다. 안정적으로 리그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리그 자체에 대한 투자와 함께 리그에 참여하는 팀의 안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장밋빛 미래가 담긴 초장기 리그 운영 계획을 발표하여 공격적으로 투자자를 끌어모은 리그와 팀은 이제 그 책임을 고스란히 감당하게 되었다. 에픽게임즈는 그런 다른 퍼블리셔를 보면서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추구하더니 결국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하며 혼자 속으로 웃고 있을 수 있다.   


이처럼 이름에 따라 개념이 다르고 개념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인다. 어떤 것은 활동의 근거(신체)에 초점을 맞추고 어떤 것은 의도적으로 한 개념(스포츠)을 배제함으로써 의미를 반강제적으로 축소시킨다. 주어진 상황과 환경이 다 다르기 때문에 어떤 것이 맞고 어떤 것이 틀리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지금은 어떤 선택이 더 똑똑하게 되었는지를 결과론적으로 접근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 이야기가 끝이 난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벌어졌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질 수 있다. 지금까지 한 가지 모습으로 정형화되지 않은 이스포츠를 보아왔다. 그래서 그 똑똑이 반드시 현명이지는 않을 수 있다.  

        

아직 가장 역사적이고 대표적인 한 해석이 남았다. 사이버 스포츠다. 물론 사이버도 이스포츠처럼 기술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사이버는 말 그대로 가상 세계다. 그래서 기술이 아닌 공간을 강조하는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를 테면 가상공간에서 실현하는 스포츠라는 표현이라 여길 수 있다. 공간을 강조한다는 것은 방식이 아닌 사건을 강조한다는 뜻이다. 이스포츠에서 방식을 강조한다는 것은 전자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이스포츠를 정의하는 기준이 비디오 게임인가에 초점을 맞춘다. 반면 사건을 강조한다는 것은 무엇을 하는가에 관심을 갖는다는 의미다. 결국 활동을 보게 된다. 


최근에는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이미 잘 알고 있지만 여기서 간단하게 의미를 살펴보면 가상(초월)을 의미하는 meta와 세계를 의미하는 Universe의 합성어다. 이 단어가 등장하게 된 계기는 기술의 발달이다. 기존의 디지털 세계는 2차원이었다. 지금 우리가 모니터로 보고 있는 것과 같다. 면으로 보면 사진이고 면이 움직이는 것으로 보면 동영상이다. 그러나 미래의 세계는 3차원이다. 미래의 콘텐츠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만지고 냄새를 맡으며 맛을 본다. 기술의 이름으로 나열하면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확장현실(XR)이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2018년도 작품인 레디플레이어원은 가상현실 오아시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메타버스를 가장 잘 설명하는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상당히 인상적인 관점을 보여준다. 사용자들이 메타버스의 세계에 들어가서 하는 활동은 한마디로 게임이다. 영화 내내 메타버스 세계에 가서 하는 일이란 거의 전부 게임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메타버스 콘텐츠에는 여행이나 기타 등등도 있을 것이라고 말은 한다. 그런데 필자는 가장 영향력 있는 콘텐츠는 게임일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메타버스라는 말 자체가 주로 게이밍(게임 활동)을 위한 용어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 


사이버란 간단하게는 '인터넷상의'라는 뜻이다. 여기서 인터넷이란 온라인이라고 할 수 있다. 온라인은 오프라인과 구별된 공간이라는 것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사이버 스포츠란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스포츠라고 할 수 있다. 스포츠는 그 말 자체가 활동의 의미를 담고 있다. 사이버는 메타버스와 같은 뜻을 지닌 단어는 아니지만 온라인에서 이루어진다라는 공통점이 있다. 오직 서로 다른 점이 있다면 사이버는 2차원과 3차원을 전부 아우르는 단어이지만 메타버스는 3차원에만 해당된다. 여기까지를 정리하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그 "이스포츠"는 본래의 한계를 넘어 공간적인 해석도 담아야 한다는 결론이다. 


이스포츠의 모든 활동은 온라인에서 이루어진다. 그것은 단순이 경기만이 아니다. 결국 추가로 궁금해야 할 것이 생긴다. 과연 이 공간 속에서 우리가 말하는 그 이스포츠를 인간들은 총체적으로 어떻게 생산하고 소비하고 있는가다. 그동안 이스포츠 생산이라는 것은 오프라인 공간에서 온라인에서 소비될 콘텐츠를 기술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찬가지로 오프라인에 있는 누군가가 제공되는 콘텐츠를 소화 가능한 기계에 받아서 소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건이 이루어지는 공간의 관점에서 행동하는 사물로 세계를 바라보면 완전히 새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보다 인간의 본성에 근거한 해석을 할 수 있다. 이를 테면 이런 질문들과 그 질문들에 대한 답변이 될 수 있다.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그런 공간을 찾게 했을까?', '사람들은 그 모인 공간에서 할 수 있었던 것이 무엇일까?', '그 공간 간에서 했던 활동들이 결국 문화와 산업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우리가 영화 레디플레이어원에 공감했다면 그것은 기술의 진보 때문이 아니다.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으며 언제 존재할 지도 알 수 없다. 그래서 그런 기술을 할 수 있을 것을 기대하는 것으로 공감하지 않는다. 언제가 존재할 혹은 언제 존재할지 모른다고 해도 그 속에 있는 인간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감정을 이입을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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