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9-3 지역 연고
지역 연고의 가치
이스포츠는 장소의 구애가 거의 없다는 특징이 있다. PC방에서도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심지어) 길거리에서도 할수 있다. 모바일 폰을 들고 공원 벤치에 앉아 토너먼트 플랫폼에 접속한다면 그것외로는 더 필요한 것이 없다. 결국 접근성으로 인해 최근 몇년 동안 이스포츠의 문화와 산업은 급성장했다. 그런데 그와 동시에 정제되고 구조화된 이스포츠 대회에 참가를 원하는 게이머도 증가했다. 이 기대에 대한 부응으로 가족 대회, 중고등학생 대회, 대학생 대회, 직장인 대회, 여성 대회, 초청전 등 다양한 종류의 대회가 출현했다.
모든 대회가 질적으로 같은 경험을 주는 것이 아니다. 경기장에서 대회를 하는 것과 그렇지 않는 것은 전달하는 경험의 차원이 다르다. 꿈의 무대에 선다는 것이 그저 많은 것을 설명해 준다. 경기장에 설 수 있는데 PC방에 가고 싶은 참가자는 없다. 상을 주고 받는 자리도 PC방보다는 경기장에서 하는 것을 원한다. 멋지다고 느낄 수 있게 잘 구축된 시설이 주는 분위기가 분명 한 몫 한다. 그러나 경기장이 단지 잘 꾸며져 있는 장소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본질은 권위와 자부심 때문이다. 이 권위와 자부심을 선수와 역사가 만든다.
뮤지컬 베토벤 중 '난 해냈어(I made it)‘ 넘버에는 다음과 같은 가사가 있다. ‘이 영광스러운 극장! 하이든과 모차르트가 섰던 이곳!’ 베토벤이 스스로 영광스럽다고 생각하는 이유와 이스포츠 선수가 이스포츠 경기장에서 느끼는 감정은 다르지 않다. 경기장은 그곳에서 경기하는 선수에게 동일한 감격을 전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감격이 될 선수들이 먼저 무대에 서야 한다. 결국 프로 수준의 리그가 열려야 한다는 결론이다. 다만 해야 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은 서로 다른 이야기다. 관계자들은 프로 리그의 경기를 지역에서 치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서울에서 개최하는 인기 프로 경기를 지역에서 개최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에 대해 명쾌한 답을 하기 어렵다. 서울에 있는 프로팀과 제작팀이 지역으로 내려와 활동을 한다는 것은 언급해온 바와 같이 형평성, 비용 등의 난제를 선행해서 해결해야만 한다는 뜻이다. 아직까지도 유의미한 움직임이 없다. 이로 인해 꽤 오랬동안 지역에 경기장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조차도 어려웠다. 우리는 전통 스포츠에서 이 이슈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찾아 볼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지역 연고는 훌륭한 시작이 될 수 있다.
이스포츠는 지역 연고도 리그 유치처럼 쉽지만은 않은 주제다. 이스포츠는 분명 스포츠와 비슷하다. 팀으로 활동하고 주경기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선뜻 지역 연고를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고민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런데 책의 서두에도 밝힌 바와 같이 스포츠와 다른 점이 많다. 어떻게 보면 스포츠와 동일하게 접근해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오히려 많이 없다고 느낄 수도 있을 정도다. 그 중에 지역 연고도 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미 실현된 이스포츠 지역 연고가 어떻게 가능할 수 있었는지를 설명하고 있지 않았을까 한다.
스포츠 선수들은 지역에서 성장한다. 다니는 학교에 야구부가 있다. 야구부가 있다는 의미는 야구장이 있다는 뜻이다. 야구장이 없는데 야구부가 있을 수 없고 야구부가 없는데 야구를 할 수 없다. 그런데 이스포츠는 지역에 기반해 활동한다거나 성장하는 것과 같은 저변에 관한 인식이 없다. 출신 지역이 의미가 없다. 이스포츠 선수들은 온라인에서 게임한다. 온라인이 경기장이다. 어디서 태어나도 온라인에 모인다. 온라인에서 만난 누군가에게 어디사는지를 묻지 않는다. 지역을 연고로 하겠다고 할 때 개연성이 강할 수 없다.
서울에서 팀을 운영해온 조직들은 선수를 온라인에서 만나고 입단을 권유했다. 서울에서 팀을 운영한 이유는 서울에 방송국(경기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서울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살기에 선수가 될 자질을 가진 아이들을 만날 확률도 높았다. 접근성도 연고도 좋았다. 어느 지역에 살아도 서울로 오는 것에 대한 허들은 높지 않았다. 친척들 중 한명 정도는 서울에 있을 수 있다. 정리하면 서울로 올라오기 전까지는 온라인상에서 활동을 해도 문제가 없고 서울로 올라와야 하는 시점에는 서울인 것에 대해서 문제가 없었다.
팀 입장에서 지역 연고 자체는 사업적으로 매력은 있다. 팀은 팬 도달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지길 원한다. 시기나 상황이나 환경에 구애 없이 두터운 팬층을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안정적인 도달률은 홍보 효과를 보장할 수 있게 한다. 안정적인 도달률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충분한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 더욱이 도달 수를 늘림과 동시에 소재의 의존도도 분산 해야 한다. 다양한 소재에 근거한다면 한두가지 소재가 약해져도 도달률이 급락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밸런스를 맞추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소재는 스타 선수다. 예를 들면 페이커 선수가 있는 T1과 페이커 선수가 없는 T1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후원 및 파트너십 가치 차이가 크다면 팀 입장에서는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만일 파트너사와의 홍보 효과에 대한 게런티가 있다면 슬럼프에 빠져 쉬고 싶어도 팀이 선수의 출전을 강요 해야 할 수도 있다. 선수의 매 상황을 자세히 알기가 어려운 팬들은 언제나 선수를 보고 싶어 한다. 선수가 출전하지 않으면 시청률이 떨어진다. 홍보 효과가 하락된다.
그러면 파트너사는 선수가 출전하지 않은 이유를 팀에 물을 수 있다. 이와 같이 다양한 이해 관계가 서로 맞물리게 되면 팀도 판단의 폭이 좁아진다. 필요한 판단을 하기가 어렵다. 컨디션이 저하되었거나 슬럼프에 빠진 선수가 쉬지 못하고 출전하게 되면 팀 전체의 퍼포먼스가 떨어진다. 만일 패배를 거듭하면 팬들은 실망한다. 그래도 팀은 필요한 판단(휴식)을 하기가 어렵다. 결국 선수를 또 내보내게 된다. 그렇지 않으려면 후원금을 낮춰야 할지도 모른다. 후원금은 선수 연봉과 직결된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못하게 된다.
성적의 하락은 파트너사들이 바라는 바도 아니다. 파트너사는 최고의 선수가 최고의 퍼포먼스를 꾸준히 내는 것을 원한다. 그 상태가 기대하는 수준에 맞은 것이며 그 상태에서 출전 숫자를 채우는 것을 보장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팀은 선수를 어떻게 할 수 없다. 그래서 결국 선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어서 후원에 대한 결과값이 안정적이게 될 수 있도록 구조화 해야 한다. 선수가 출전하지 않아도 홍보 효과가 확보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으면 언급한 악순환이 무한 반복된다.
의존도란 말 그대로 특정 요소에 얼마나 의존을 하는가이다. 팀의 입장에서는 인기 척도다. 인기가 뷰어십이고 뷰어십이 홍보 효과이고 홍보 효과가 후원금의 규모다. 팀의 인기의 가장 큰 배경은 프랜차이즈 스타다. 다만 페이커 선수가 없어도 티원을 응원 할 수 있다면 의존도는 낮아진 것이다. 쉽게는 티원이라는 브랜드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을 늘리는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팀 브랜드를 좋아하게 만들기 위해 프로모션이나 이벤트 등의 활동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성적이다. 이 성적이 역사를 장식한다.
퇴역 군인의 가슴에 훈장이 몇개 달려 있는지를 본다. 훈장이 그의 군 생활이 얼마나 가치가 있었는지를 증명한다. 팀의 인기의 배경은 성적이고 성적이 역사를 장식한다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가치를 팬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팬심에 인한 결과가 로열티(충성도)가 된다. 로열티의 어원을 살펴보면 기사가 군주에게 충성을 맹세할 때 사용한다. 기사는 군주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봉토를 받는다. 지역을 다스리면서 지킨다. 신뢰에 기반하지만 최종적으로는 권리를 이용하는 대가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현대 스포츠에서 팬을 대상으로 하는 로열티는 힘에 의한 관계정립이나 전략적 제휴와 같은 것에는 적용할 수 없다. 팬이 팀을 위하고 팀이 팬을 위할 때 로열티가 작동한다. 따라서 그 안에는 비즈니스 원리가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위함'이라는 순수성 자체는 유지되어야 한다. 팬들은 좋아하기 때문에 팀을 응원하고, 팀을 응원해왔기 때문에 역사를 공유한다. 역사를 공유한다는 의미는 팀과 선수가 서로 묶여 있다는 뜻이다. 묶여 있음은 시간이 지날 수록 단단해진다. 이후에는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영국 프리미어 리그의 명문 구단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대한민국 국적 선수인 박지성을 영입했다. 이렇게 되면 한국 국민의 맨유 팀에 대한 팬심이 발동하고 로열티가 성립한다. 심지어 로열티는 맨체스터라는 도시가 정확히 어디있는 지도 몰라도 작동한다. 이후 박지성 선수는 은퇴했다. 그러나 아직도 다수의 한국 국민이 박지성 선수의 맨체스터 유나이티 시절을 기억하며 여전히 그 팀의 팬으로 남아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연고지는 로열티의 마지막 관문격이다.
팀이 지역에서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하다. 지역에서 프로를 꿈꾸는 예비 선수들을 영입하고 육성하고 지역명을 걸고 경기에 출전해 성적을 내야 한다. 또한 지역민을 위한 여러 이벤트도 열어야 한다. 팀이 투자를 할 수 있는 근거는 팀에 대한 지역의 사랑이다. 사랑이 이미지가 되고 이미지가 곧 판매 상품이 된다. 사랑의 배경은 진정성이다. 진정성이란 역사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의지다. 역사를 팬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겠다고 하면 지역민은 팀을 로열티의 대상으로 인정할 수 있다.
여기까지를 정리하면 지역 연고가 선수에 대한 의존도를 줄인다는 것은 단순화 하면 선수나 코치는 지역을 떠날 수 있어도 팀은 떠나지 않는다는 내용의 소통이다. 그래서 로열티라는 것은 일방이 아니게 된다. 팬이 팀에게 형성되는 것임과 동시에 팀도 팬에게 형성이 된다. 팀에 대한 팬의 로열티가 작동할 경우에 시장은 가치가 높은 브랜드로 인정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진정성을 위한 행위 자체가 바로 로열티가 되는 것은 아니다. 로열티를 위한 매개이다. 매개가 작동되는 원리가 진정성이다.
브랜드가 되면 후원사와 파트너사는 홍보 효과에 대한 안정감을 갖는다. 선수가 출전을 하지 않아도 팀을 좋아하는 팬들이 팀을 계속 응원 할거라는 확신을 얻는다. 팀이 가진 이미지에 안정적으로 편승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팀도 선수 출전 등에 대해 자유로워진다. 슬럼프에 빠진 선수도 마음편히 회복할 시간을 얻을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지역 연고는 이스포츠에 괜찮은 답이 된다.
다만 이 로열티는 한 번 구축되면 더 할 일이 없는 만능 열쇠 같은 것은 아니다. 땅은 변하지 않을수 있다. 그러나 사람이 사는 사회는 변한다. 도시는 커질 수도 있고 작아질 수도 있다. 더이상 그 종목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 좋아할 만한 연령층이 지역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 팀 사업의 성격이나 목표가 변할 수도 있다. 원하지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방법(소재)이 없을 수도 있다.
이스포츠와 지역연고
신세계그룹은 SK와이번스를 인수하고 신세계가 아닌 자회사의 브랜드 SSG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와 동시에 야구단의 창단식을 연고지인 인천이 아닌 서울에서 했다. 비즈니스적으로 서울에서 개최해야 할 이유가 있었다고 풀이할 수 있다. 이후 신축 돔구장을 청라국제도시에 건축하겠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때는 스타필드와의 연계가 내재되어 있다. 이처럼 팀에게는 환경에 따라 새로운 변화나 시도가 계속 필요하다. 지역 연고에도 끊임 없는 혁신이 요구된다.
팀들은 늘 경쟁한다. 모든 지역이 연고가 가능하지만 분명 더 매력있는 지역이 있다. 지역의 관심이나 투자 규모가 매력 요소 일 수 있다. 투자는 자금과 인프라를 의미한다. 이미 지역에 활용할수 있는 경기장이 구축되어 있다면 경기장이 없는 그외 지역보다 선택하는데 유리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인구는 시장의 크기다. SSG를 위해서는 서울에서 창단식을 하고 스타필드를 위해서는 송도에서 돔구장을 구축하는 등 전략적인 선택을 하게 한다. 서울과의 접근성도 확인할만한 내용이다. 소비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위치에 경기장이 있다면 팀의 팬으로 영입하기가 보다 유리하다.
현재 LCK 소속 중에 지역을 연고로 하는 팀은 샌드박스게이밍 외로는 없다. 적은 숫자다. 또한 이제 막 시작했다. 아직 지지기반이 탄탄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향후 이스포츠가 지역 연고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숙제가 있다. '지역에 팀이 속해 있다는 것을 지역민에게 어떻게 증명을 할 것인가'이다. 많은 전문가는 이스포츠에서 지역 출신 선수가 지역을 연고로 하는 팀에서 활동하게 되는 그림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진다. 지금은 한 선수는 강원도, 다른 선수는 부산, 또 다른 선수는 광주 출신과 같은 식이다. 현실적으로 지역에 묶여서는 팀을 짤 수 없다고 여긴다.
지역 선수=지역 팀 공식이 의미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지역 출신이어야 지역을 대표하는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만일 선수의 선발에 관해 지역에 묶이는 부분이 없다면 대신 팀이 지역을 대표해야 할 다른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언뜻 쉽게 떠오르는 것이 없다. 떠오른다고 해도 ‘그 지역 출신의 선수이다’ 만큼이나 직관적이지도 않다. 다만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다. '지역 출신의 선수인가가 과연 제일 중요한 이슈인가!' 대답은 그렇지는 않다. 프로 단계로 오면 실력이 항상 우선한다.
맨체스터 출신 선수가 하나도 없는 리그 1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출신 선수가 반정도 되는 리그 4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중에 하나를 팬들이 선택해야 한다고 가정해보자. 100%라고 할 수 없겠지만 1위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대부분 원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모든 팀의 목표는 리그 1위이다. 대부분의 팬들은 응원하는 팀이 지는 것을 보는 것을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괴로워한다. 응원하는 팀이 한판 이기면 그렇게 기분이 좋고 한판 지면 세상 우울한게 스포츠다.
팀의 성적과 관계 없이 한 팀만을 응원하는 팬들이 있다. 처음 얻었던 경험이 삶에 크게 영향을 줄 수 있다. 아빠를 따라 처음 야구장에 간 딸이 있다. 아빠가 응원하는 팀을 거기서 처음 보았다. 그 팀을 응원하는 이유는 그 팀이 이 지역 연고 팀이기 때문이다. 아빠는 경기시작 전 응원할 팀의 점퍼를 사주었다. 같은 팀을 응원하는 구역의 속한 자리에 둘이 앉았다. 아빠가 응원하는 팀의 선수가 홈런을 쳤다. 그 일대의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환호를 질렀다. 그렇게 기뻐하는 아빠와 사람들의 모습을 처음 보았다.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경험이었다. 고향, 부모님의 응원 팀, 처음 겪었던 경험 등이 해당 스포츠 종목에 대한 애정과 응원 팀을 결정하는데에 큰 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는 오직 팬들에게만 적용되는 개념이다. 이 경험을 소속 팀 선수에게까지 확대할 수 있지는 않다. 한화 이글스의 선수가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할 수 있다. 이적해 와서 잘하면 똑같은 인기를 누린다. 심지어 소속 리그, 종목, 국경, 인종, 성별 등 그 어떤 것도 상관 없다. 출신이 쿠바인 외국인 용병도 국내 팀에 소속되게 되면 지역을 대표한다.
마이클 조던이 야구를 할 수도 있다. 지역 출신 선수 만큼이나 지역 연고의 의미를 강하게 증명하는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출신 선수가 아니라도 지역을 대표할 수는 있다. 그래서 역설적이지만 연고지 성공의 핵심은 기본적으로 팜시스템(지역 출신의 선수를 발굴 할 수 있는 구조)에 있음과 동시에 팀은 또한 성적을 내기 위해 최선의 선택(영입)을 해나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살짝 딜레마인 것 같으면서도 큰 묘미가 있다. 팀 운영이란 이렇게 일종의 예술의 영역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지역 출신은 지역민의 로열티 형성에 영향을 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맨체스터 출신 선수가 있다면 팀에서 가장 인기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내가 아는 누구의 형의 친구의 사촌일 수 있다. 선수의 동네에 여전히 그 선수의 부모가 살고 있을 수 있다. 초등학교 동창일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공유 할 것은 많다. 연습했던 축구장, 들렸던 카페, 학교에 걸려 있는 졸업 사진처럼 여기 저기에 흔적들이 있다. 팀에 더 뛰어난 선수가 있다고 해도 인기는 또 다른 문제다. 다른 기준이 같다면 커뮤니티 출신은 다시 큰 힘을 발휘한다.
많은 사람들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떠올릴 때 웨인 루니 선수를 기억한다. 영국 출신으로 팀을 대표한다. 더 나아가 영국 축구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는 래쉬포드라는 선수도 있다. 영국 맨체스터 지역에서 태어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스 출신이다. 영국 리그에서는 자주 출신을 강조한다. 영국 출신의 선수가 적어서일 수 있다. 그런데 래쉬포드는 영국 국적임과 동시에 맨체스터 출신이다. 축구에서 등번호 10번은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팀을 대표하는 선수라 말 할 수 있다. 래쉬 포드는 맨체스터 유나티이드의 18-19 시즌부터 웨인 루니의 등번호인 10번을 물려 받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는 팀을 대표할만한 실력자들이 많다. 그러나 래쉬포드와 같은 히스토리를 지닌 사람을 중심으로 헤리티지(유산)가 이어진다. 영국 국민에게 축구가 가지는 의미를 생각하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선수는 과거에는 지역 공장을, 이제는 시를, 더 크게는 국가를 대표한다. 최종적으로 그들 자체를 대표하는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팀이 운영하는 팜시스템은 팀이 지역을 사랑하고 지지하고 있다는 증거의 역할이다. 축구와 같이 10번을 누구에게 물려줄지를 정할 때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어느 순간 팬들이 지역에서 차세대 페이커가 나오기를 바라고 있다면 팀의 팜시스템은 완벽한 존재 근거를 가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페이커(1인자)가 아니라도 괜찮다. 왜냐하면 게임은 팀 단위로 뛰기 때문이다. 1명만 있어도 된다 로열티는 성립한다. 스포츠 스타들은 퍼즐 조각에 비유할 수 있다. 타 지역 출신의 선수들은 필요에 의해 끼워 넣는 것에 가깝다면 지역 출신은 온전한 퍼즐 조각이다. 정확히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 이스포츠에서 팜시스템은 육성군과 아카데미다. 중고등학생 아마추어 단계에서 프로 단계로의 성장 과정이 최종 연고 팀까지 이르는 것으로 되어야 한다.
슬램덩크 만화를 읽던 아이가 어느날 농구공을 들고 학교 운동장에서 농구공을 던지며 놀았다. 곧 모르는 사람과도 3:3 농구를 해가면서 자란다. 지역 농구 클럽에 가입해 아마추어 대회에 나간다. 연고 팀에 속한 슈퍼스타의 화려한 플레이를 보고 팀과 선수의 팬이 된다. 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장에 방문한다. 농구부가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을 고민할 수도 있다. 이 경험을 가진 아이에게는 같은 팀을 응원하는 팬들과의 연대감, 선수와의 친밀감, 늘 찾아갔던 경기장이 주는 설레임이 작동한다.
팬은 경기장을 중심으로 퍼져나가는 저변 문화를 확인한다. 저변 문화의 상징으로서 경기장과 경기장을 중심으로 형성된 팀 문화에 열광한다. 지역 경기장의 근거다. 이스포츠는 스포츠와 다른 부분도 있다. 대표적으로 온라인이다. 따라서 초중고에 프로 선수 육성을 위한 이스포츠 팀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당장 높지는 않다. 그러나 불가능하지는 않다. 반면에 지역 연고팀과 경기장을 중심으로 하는 온-오프라인 팜 시스템은 즉시 가능 할 것으로 보인다. 래시포드가 있는 지역 팀을 이스포츠는 지금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