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9-1 상설과 비상설
상설경기장
경기장은 상설경기장과 비상설경기장으로 구분한다. 그중 상설경기장은 스튜디오라는 단어로도 사용한다. 스튜디오는 설비를 미리 갖춰 놓고 방송을 하는 장소다. 오늘날과 같은 모습을 갖춘 이스포츠가 국내에서는 방송국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으로 풀이한다. 이스포츠 대회를 방송으로 제작해 송출하겠다는 생각을 처음 한 곳은 투니버스다. 알려진 이야기에 의하면 황형준 PD는 98년도에 축구 게임으로 월드컵 예측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시장의 반응이 좋았다. 이후 스타크래프트로 방송 제작을 결정한다. 프로그램의 이름은 99 프로게이머 코리아 오픈이다.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자 시리즈로 제작했다. 바로 스타리그다.
그때부터 시장은 이스포츠 제작 전용 스튜디오의 필요성에 대해서 공감했다. 그러나 실제로 전용이라고 말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했다. 전용 목적에 완전히 부합한다고 할 수 있는 공간은 2005년에야 탄생한다. 최초의 상설 경기장인 용산 E스포츠 스타디움이다. 용산 아이파크몰 9층에 위치한 용산 E스포츠 스타디움은 텅 빈 공간에 무대만 설치된 장소였다. 간이의자로 관객석을 마련했다. 관객석의 규모는 300석 정도다. 용산 경기장은 프로리그를 진행하기 위해 대관한 장소다. 프로리그를 제작을 맡게 된 온게임넷이 협회로부터 재대 관하여 이스포츠 방송 제작 전용으로 이용했다.
전용 스튜디오는 이스포츠 방송 콘텐츠 제작에 적합한 구조를 말한다. 크게는 방송 장비와 무대로 구성되어 있다. 일반 방송 스튜디오는 당일 촬영하는 방송에 맞는 무대를 세우고 해체하는 작업을 반복한다. 그런데 이스포츠 전용 스튜디오는 그 작업이 없거나 최소화되어 있다. 제작될 대회의 성격을 보여줄 수 있는 소재들을 부착할 여러 장치들을 무대를 중심으로 카메라에 자연스럽게 담길 수 있도록 고정해 둔다. 장치 위에는 배너도 걸 수 있다. 별도로 제작한 구조물을 추가할 수도 있다. 설치와 해체가 용이하기 때문에 빠른 세팅 변경이 가능했다. 여러 개의 종목의 방송을 연달아 하기에 적합했다.
일반적으로 전용 스튜디오급 상설경기장이라 함은 500석 내외다. 그보다 적게는 200석 이하도 있다. 많게는 1000석가량도 될 수도 있다. 500석을 주로 언급하는 이유는 투자 대비 전달하는 경험의 수준 성능비가 높기 때문이다. 경기장이 주는 경험은 주로 시각과 청각에 집중되어 있다. 관객석 어디에서도 적당한 화면 크기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사운드도 입체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따라서 객석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다. 전체 분위기는 영화관과 비슷하다. 다만 영화관과 시설 구성에서 차이점은 있다. 스튜디오 외 공간이 다수 필요하다. 조정실, 기자실, 선수 대기실, 출연자 대기실, 보조 경기장, 인터뷰 또는 경기 분석이 진행되는 서브 스튜디오 등이 추가된다. 따라서 관객 공간이 영화관과 동일하다 해도 전체 규모는 더 커야 한다. 경기장은 상업적 활용도가 유리하지는 않다고 할 수 있다.
500석 정도 사이즈로 구성할 수 있는 장소가 도심에 비교적 많은 것도 한 가지 이유라 할 수 있다. 대형 건물에는 스튜디오로 활용할 만한 공간들이 꽤 있다. 반면 천 단위 이상인 경우 건물을 경기장만을 위한 용도로 구성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대형 규모는 구축비와 시설 운영 부담이 크다. 현재 이스포츠는 티켓 수익이 유의미하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고정비에 대한 부담이 있다. 반대로 소형 규모는 고정비에 대한 부담은 작지만 대신 활용도에 제약이 있다. 관람객을 수용하지 못하거나 적은 인원만 수용 가능하다.
현대의 스튜디오는 극장형과 아레나형으로 나뉜다. 극장형이란 전체 공간 중에 한 단면에 무대를 세우고 관객이 무대를 향해 단방향으로 바라보는 구조다. 직사각형이나 정사각형의 모양이 많지만 부채꼴도 극장형이라고 할 수 있다. 부채꼴의 경우에는 시설을 오디토리움이라고 부른다. 대표적인 극장형 시설은 상암 이스포츠 경기장과 광주 이스포츠 상설 경기장이 있다. 이 극장형은 방송 촬영에 용이한 구조다. 무대 집중도가 높다. 대부분의 조명이 무대에 초점을 맞춰서 사용된다.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더 시선이 집중된 장소에서 경기를 하게 된다. 관객석에서 무대 방향으로 카메라를 비춘다. 선수를 중심으로 하는 장면들을 더 다양하게, 더 집중적으로, 한 화면에, 담을 수 있다.
업계는 용도와 관련해서는 경기장, 형태와 관련해서는 극장형, 규모와 성격 관련해서는 스튜디오로 표현해 왔다. 방송에 적합한 구조라 함이 극장형이기에 경기장을 전용 스튜디오라고 사용했다. 아레나형 경기장이 구축되기 시작하면서 스튜디오라는 단어의 사용 빈도가 줄었다. 반대로 경기장이라는 표현이 상대적으로 더 자주 사용하게 된 감이 있다. Auditorium(오디토리움) ↔ Stadium(스타디움), Theater(극장) ↔ Arena(아레나) 전체적으로 나열한 단어를 살펴보면 한쪽은 연설, 강연, 대회, 공연 분야에 가깝다. 반대쪽은 주로 스포츠에서 사용한다. 한쪽에서 사용하는 단어를 다른 쪽에서 쓰기가 꺼려진 것 정도로 이해할 수도 있어 보인다. 아레나형이 스튜디오라고 부를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어떤 법칙은 아니다.
극장형은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 숫자에 대한 제약을 비교적 덜 받는다. 아레나형은 경기장 중앙에 선수석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선수석을 무한정 늘리기가 어렵다. 배틀 그라운드는 16개 팀이 한 번에 경기한다. 무대 위 4인용 경기 부스 16개, 총 64개의 선수석을 배치해야 한다. 극장형은 무대에서 관객석 쪽으로 최대 좌석을 마련할 수 있다. 아레나형과 대비해 사용 공간이 줄어드는 효과가 크다고는 할 수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배치 자체가 훨씬 유연한 것은 사실이다.
극장형은 최신 기술을 활용하기에 적합하다. XR은 실제 무대에 컴퓨터 그래픽을 올려 마치 가상의 세계에 있는 것과 같은 효과를 연출한다. 과거의 가상현실 구현은 크로마키를 활용한 기술이었다. 따라서 후반 작업으로 컴퓨터 그래픽을 덧입히는 작업에 가까웠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덩그러니 서서 연기를 해야 했기 때문에 연기자 의존도가 높고 후반 작업 소요시간이 길었다. 이 크로마키는 관객이 있는 스튜디오에서는 활용할 수 없었던 기술이다. 현대의 XR 기술은 카메라가 알아서 공간을 파악해 시점에 따라 실시간으로 공간을 재구성한다. LED 스크린과 추적형 카메라를 사용한다. 신기술이 출현하면서 적용 빈도가 크게 증가했다. 피사체 뒤로 공간(스크린)을 가상으로 확장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극장형에서만 가능하다.
가끔 아레나형 스튜디오가 극장형에 비해 진보된 모델이라 생각하는 분들을 만난다. 대부분은 대체가 어려울 정도의 이유이진 않다. 지금껏 극장형 스튜디오 밖에 없다가 아레나형이 출현하면서 아레나형으로 해야만 할 것 같다는 다소 막연한 생각에 기인할 수 있다. 그러나 아레나형으로의 구축은 위에 언급해 온 바와 같이 극장형이 가지고 있는 장점들을 포기한다는 의미다. 물론 포기되는 장점들이 크게 와닿지 않는다면 아레나 형도 언급한 장점이 있기에 충분히 매력적이다.
대표적인 아레나형은 종로에 있는 롤파크다. 구조는 완전한 구체이지만 무대 뒤편이라 할 수 있는 단면에는 관객석이 없다. 롤파크는 콜로세움을 축약해 놓은 모습이다. 경기장 중앙 하단에 선수들이 경기를 펼치는 2파트의 부스가 각각 곡면으로 구성되어 상호 마주 본다. 부스 위에 대형 스크린이 사방으로 설치되어 있다. 따라서 관객석 어디든 머리를 숙여 아래로 부스를 내려다볼 수 있다. 반대로 고개를 들게 되면 앞에 설치되어 있는 스크린을 볼 수 있게 구조화되어 있다.
극장형은 무대에서 멀어질수록 관람객이 얻을 수 있는 경험의 질이 낮아진다. 무대가 잘 보이지 않고 소리도 정확하게 들리지 않는다. 아레나형은 무대를 중심으로 원형으로 구조화되어 있기에 효과적으로 보완할 수 있다. 스튜디오급 규모를 넘은 만석 단위 이상 되는 대형 경기장은 대부분 아레나형이다. 국내 대형 오디토리움은 벡스코가 최대 4천 석 세종문화회관이 3천 석 규모다. 기계의 도움을 받아도 뒤편으로 갈수록 전달하는 경험의 차이가 눈에 띄게 벌어진다.
아레나형은 극장형에 비해 더 많은 앞자리를 만들 수 있고 앞자리는 크게 불편함은 없는 수준의 큰 화면을 접한다. 그러나 스크린을 올려 봐야 하는 각도가 가파르다면 문제가 된다. 스피커를 단방향으로 설치할 수 없다. 더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하다. 지미집 카메라 설치 시 제약 사항이 극장형에 비해 많다. 경기장 구조에 따라 통행로와 출입구가 많이 필요할 수 있다. 스크린은 사각형이기에 직각으로 배치하게 된다. 그런데 아레나는 원형이다. 시설의 규모에 따라 왜곡된 스크린을 볼 수밖에 없는 자리가 발생할 수 있다.
정리하면 뮤지컬과 같이 무대 앞쪽을 향해 퍼포먼스를 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경우에 한해 아레나형을 고민해 볼 수 있다. 많은 관객에게 보다 일관된 경험을 제공해 줄 수 있다. 특히 디지털(화면) 경험 전달에 있어 강점이 있다. 관객이 어느 좌석에 앉더라도 평균 이상의 경험을 줄 수 있다. 전체적으로 구도(구조)가 잘 잡힌다면 아레나형이 가진 장점이 비약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스튜디오 규모에서는 아레나가 극장형에 비해 드라마틱하게 경험이 향상된다고 판단하지는 않는다. 더불어 장점이 상대적으로 적고 제약 사항들은 더 많다. 아레나형은 범용적인 활용도를 필요로 하는 경우라면 권장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극장형이나 또는 극장형에 준하는 아레나형으로 절충해 구축되고 있는 추세다.
비상설경기장
우리는 스튜디오에서 예선을 진행하고 결승전을 야외에서 개최하는 것에 익숙하다. 반면 글로벌로 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 해외 오거나이저들은 상설 경기장(스튜디오) 의존도가 높지 않다. 북미나 유럽은 지역이 넓다. 대형 장소에 대규모로 모이는 형태의 이벤트가 익숙하다. 지역을 순회하면서 비상설 경기장을 설치해 대회를 진행한다. 주로 활용되는 장소는 컨벤션 센터다. 컨벤션 센터는 대규모 관람객 유치가 가능한 장소이면서도 무대를 신규 설치하기 좋다. 대표적인 주최사는 ESL, 드림핵, PLG, BlastTV 등이 있다.
잘 알려진 대회는 IEM(Intel Extreme Masters)이다. IEM은 인텔이 후원하고 ESL이 주관한다. 유럽 전역을 순회하며 실력자를 모으고 상위 성적자를 카토비체에 불러 연간 결선 대회를 치른다. IEM의 최고 인기 종목은 CS:GO다. 대회의 성격과 규모를 볼 때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과 비교할 수 있다. 뷰어십을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대비 약 ⅓~¼정도다. 평균적인 대회들과 비교할 경우에는 높은 수준이라 할 수 있다. 2019년 발표에 의하면 총 10일간의 대회 총방문객은 약 174,000명이다. 2022년 지스타 4일간 방문객 약 184,000인 것에 비교할 수 있다.
비상설 경기장은 공간만 있는 장소에 대회장(세트장)을 세운다. 따라서 크게 만드는 것을 전제로 한다. 오거나이저가 지역에서 행사를 하기 위해서는 대관, 체재비, 운영비 등이 고정된다. 따라서 무대를 소형으로 계획한다고 해서 전체적인 비용이 획기적으로 감소하지 않는다. 대회장이 작으면 수용할 수 있는 관람객수가 줄어든다. 판매 티켓 수량이 적어지게 되고 수익성이 낮아진다. 그래서 대규모 관람객이 올 것이 예상되는 대회만 비상설로 진행할 수 있다.
유럽과 북미가 지역을 순회하면서 대회를 개최하게 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이슈는 인터넷이다. 이 지역의 초창기 게임 대회를 한 단어로 설명한다면 랜파티이다. 사람들은 IT 박람회나 그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대회장에 자신이 소유한 고성능 컴퓨터를 들고 찾아왔다. 같은 목적에 의해 방문한 성향이 같은 사람들과 교류하기 위해 모였다. 랜파티에 온 사람들은 자신이 들고 온 컴퓨터와 또 다른 곳에서 온 사람들의 컴퓨터에 랜을 붙여 게임 경기를 했다. 랜을 붙여서 게임을 해야 했던 이유는 인터넷으로는 쾌적한 대결 환경을 실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모든 컴퓨터들은 각각의 사용자의 세팅에 맞춘 커스텀이었다. 따라서 일종의 컴퓨터 성능 시합이기도 했다. 물론 게임 실력 대회이기도 했다. 모여든 사람들이 했던 PC 성능 대결과 게임 경기는 보기에 재미가 있었다. 점차 주목을 끌게 된다. 체계화된 게임 대회로 발전한다. 한 지역에서 랜파티를 하고 다른 지역으로 옮겨 랜파티를 했다. 사람들은 따라다니면서 게임 대회를 구경했다. 지금도 그 모양 그대로다. 이제는 이스포츠를 더 이상 랜파티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인터넷을 사용하고 방송으로 대회를 본다.
사람들은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회장에 오는 것을 좋아한다. 대회장(현장)에서 주는 경험이 특별하기 때문이다. 국내와 비교하면 해외 비상설 경기장 입장권은 싸지 않은 편이다. 그래도 북미와 유럽의 소비자는 이벤트 티켓 구입 소비력이 높다. 북미 유럽 소비자는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 기회가 오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 지역은 크고 순회해야 할 곳은 많다. 본질상 서커스와 같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그래서 기회가 왔을 때 입장권을 구입하고 즐기는 것에 익숙하다.
이벤트는 스포츠에서 사용하게 되면 경기라는 뜻이다. 따라서 야외 이벤트라는 단어는 외국에는 없다. 우리가 사용하는 야외란 기본적으로 스튜디오 밖이라는 의미다. 스튜디오가 기준인 이유는 결승전이 아닌 시즌 경기의 대부분이 스튜디오(상설)에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기가 진행되는 경기장이 실외이든 실내이든 할 것 없다. 명칭은 전부 야외 이벤트다. 인기 리그 결승전은 적게는 몇천 명에서 많게는 몇만 명까지도 쉽게 모였다. 장소에 모인 사람들에게 결승전은 일종의 축제다. 10만 명이 운집한 부산 광안리 프로리그 결승전은 역사에 기리 남을 야외 이벤트라 언급할 수 있다. 기업들은 야외 이벤트 기록을 보고 홍보 효과를 확인했다. 이후 기업들이 가진 다양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이스포츠로 몰려들었다.
과거에는 방송 송출 장비를 실은 중계차와 전력 공급을 위한 발전차를 무대 뒤에 주차하고 안에서 송출했다. 야외 이벤트의 전체적 예산은 무대 설치와 운영비, 중계차/발전차 렌트비, 제작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최근에는 방송 기술이 발전함과 동시에 케이블 TV 송출 의존도가 낮아졌다. 방송 장비도 시설도 인력도 간소화되고 있다. 예산의 구성이 달라진 것이다. 야외 이벤트 경기장은 방송사가 이벤트 에이전시를 선정해서 구축한다. 이벤트 에이전시는 방송사의 요청에 맞게 대회 장소을 구축하고 경기장 운영과 방송을 위한 기초 세팅을 돕는다. 장소 구축 외 업무로 티켓 부스 운영, 파트너사 프로모션 부스 운영, 각 종 관람객 지원, VIP 의전 등이 있다. 이후 방송이 시작되면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이슈들에 대응을 한다.
해외도 대부분의 프로세스는 국내와 같다. 다만 생각해 볼 만한 특징이 있다. 주요 오거나이저들은 방송과 관련된 핵심 장비를 구매한다. 한 행사장에서 다음 행사장으로 이동할 때 장비를 들고 다닌다. 대표적인 이동 장비는 스크린이다. 고성능 대형 LED 패널을 지역의 것을 대여하지 않는다. 자기 것을 배나 비행기로 실어 나른다. 만 족 한만 한 퀄리티의 장비를 지역에서 렌트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다른 장비와 호흡이 안 맞을 수도 있다. 그 외 여러 방송 장비와 기타 장치들도 들고 다닌다. 익숙한 장비이기 때문에 설치가 빠르다. 이후 안정적인 운영도 가능하다. 야외 이벤트 개최에 특화된 것이다. 상대적으로 지역 이벤트 에이전시 의존도가 국내에 비해서는 높지 않다고 언급할 수 있다.
야외 이벤트도 극장형과 아레나형으로 나뉜다. 방송국이 주도하던 시기에는 야외 이벤트도 방송 제작 중심이었다. 조명이 집중되고 무대를 향한 구도가 용의 한 극장형 구조가 주류였다. 부스에서 뛰어나와 밝은 무대 한가운데 서서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선수의 모습과 관객 모두가 그 장면을 보고 소리를 지르는 장면을 촬영하고 싶다면 극장형이 이상적이었다. 아레나형에서는 어떻게 구도를 잡아도 선수 뒤에 막이 없다. 어두운 부분이 화면에 함께 잡히게 된다. 물론 선수를 촬영할 수 있다. 그러나 선수만 돋보이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제한적이다. 관객 촬영에 있어서도 전체가 아닌 일부가 보통 잡힌다. 장소에 현재 관중이 얼마나 많은지 대규모의 관객이 어떤 반응을 하는지를 원형으로 둘러있기에 영상에 쉽게 담기가 어렵다.
극장형에서 좌석을 확장할 때는 앞석과 같은 규모로 확장된다. 아레나에서는 방사형이기 때문에 앞석보다 더 많은 수의 좌석이 확보된다. 아레나형은 많은 관객을 소화해도 안정적인 시청 경험을 보장한다. 경기장이 크면 클수록 시야가 더 열린다. 사각지대에 대한 부담이 그만큼 줄어든다. 또한 공간이 크기 때문에 보조 디스플레이 장치도 부착하기 쉽다. 아레나형 경기장에서 한쪽 벽면을 채우는 형태의 준극장형 무대를 설치할 때가 있었다. 2014년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개최한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 대표적이다. 2015년 유럽 때와 비교하면 불과 1년 전이다. 좌석을 설치할 수 없는 곳이 많이 발생했다. 따라서 아레나형으로 구성한다면 5만 명 이상 수용이 가능한 장소임에도 15,000명 정도밖에 수용을 못했다.
경기장의 규모가 커질수록 아레나형이 극장형보다 청각 경험 전달에도 유리하다. 극장에서는 뒤로 갈수록 스크린과 사운드가 너무 멀어진다. 전달할 수 있는 경험의 차이가 야외에서 훨씬 현저하게 떨어진다. 너무 멀다고 느껴지면 그 공간은 티켓 판매가 가능하지 않다. 물론 몇몇 리그는 그곳에도 자리를 배치한다. 리그의 인기를 보여주는 것과 그 자리에서라도 현장에서 경기를 보고자 하는 관객을 위해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반대로 아레나형 시설에서 아레나형 경기장을 구성할 때는 로스(Loss)가 거의 없다.
필자는 2015년 유럽에서 열린 월드 챔피언십에서 처음 아레나형을 보았다. 무대 중앙에 단을 쌓아 부스를 만들고 선수석 위로 4면의 대형 스크린이 걸려 있었다. 필자에게 아레나형 경기장은 상당히 낯설었다. 어떤 이유로 이렇게 구성했는지 당시에는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었다. 라이엇 게임즈가 한국(상암)에서 하지 못했던 것을 서구권으로 돌아가지 마자 시도했던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아레나형에서도 어떻게든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몇몇의 전문가는 방송에 비치는 장면에 이상적인 것은 하나도 없는 아레나형이 오히려 현장의 분위기를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위의 이미지는 BlastTV의 경기장 세트 조감도다. 극장형이긴 하나 최대한 많은 관객석을 확보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늘날까지 북미나 유럽에서 여러 형태의 무대에 대한 꾸준한 시도가 있었고 또 앞으로도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선행해서 제시했던 시도들은 이후 시도할 것들에 영향을 준다. 한 종목이 다른 종목에게 한 방송이 다른 방송에게 레퍼런스가 된다. 최근에 국내에서도 스포츠 경기장과 같은 아레나형 체육 시설을 활용해 결승전을 진행하는 사례가 계속 나온다. 역으로 영향을 받는 것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컨벤션 센터에서 이벤트를 진행하는 경우에는 서구권에서도 극장형이 자주 보인다. 어느 것 하나 과거와 완전히 같은 것은 없다. 아레나형도 극장형도 스튜디오도 최근 것이 조금씩이라도 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