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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thew Min 민연기 Jan 01. 2021

2020년 정리하기


새해가 밝았습니다. 생각해 보면 이 상투적인 문장도 퍽 시적입니다. 해가 떠오르는 현상 보다 떠오르면서 밝아지는 풍경을 묘사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새해 첫날 많은 사람들이 해맞이를 떠나나 봅니다. 올해는 코로나로 그마저 온라인으로 바라보아야 했지만 말이죠. 저야 올해도 새해는 어제랑 똑같은 해인 걸 하며 실컷 늦잠을 잤고요.


매해 그렇듯 올해도 지난해를 정리하면서 시작합니다. 작년에 얼마나 많은 읽을거리와 볼거리를 즐겼나 헤아려 보면서요.


57편의 영화를 봤습니다.


작년에도 좋아하는 영화를 많이 보지 못해 아쉬웠는데 올해는 작년보다 덜 봤습니다. 대신 넷플릭스 덕분에 아내와 드라마를 많이 봤지요.



'두 교황'은 기대하지 못한 보석 같은 영화입니다. 서로 다른 성격의 두 교황의 삶과 신앙에 대한 관점이 흐뭇한 영화입니다. 포스터나 광고처럼 아름다울 듯한 '플로리다 프로젝트'도 좋았습니다. 내용과 분위기는 가난한 백인 저소득층에 대한 고발로 대단히 무겁더라도 말이죠. 영화 '힐빌리의 노래'와 비슷합니다. '포드 vs 페라리'가 좋은 영화였다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고요.



이제야 만난 영화 '완벽한 타인'은 좋은 시나리오가 짜임새 있는 구성을 만났을 때 얼마나 빛나는지 생각하게 해 주었고 뻔한 듯 뻔하지 않은 이야기의 영화 '시동'에서는 웹툰의 상상력에 다시 감탄했습니다.



넷플릭스 덕분에 좋은 다큐멘터리도 많이 만났는데 '아메리칸 팩토리'가 정말 훌륭했습니다. 어두운 현실을 감동적으로 담은 드라마 '체르노빌'도 저에게는 2020년 최고의 작품이었습니다.


9편의 애니메이션을 봤습니다.


아이들이 다 커 버려서 함께 즐긴 만화영화는 별로 없네요. 코로나로 극장에 가기 힘들기도 했고요.



그래도 '내 몸이 사라졌다'의 독특한 상상력과 이제 만났지만 성장하는 청춘의 아픔을 그린 '목소리의 형태'도 좋았어요.



115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2020년은 내가 책을 얼마나 더 읽을 수 있을까 시험해본 해이기도 합니다. 목표까지는 아니었고요. 그래도 짬 나는 시간은 거의 독서에 투자한 덕분인지 올해는 115권이나 읽었습니다.



가벼운 책이나 너무 어려운 책도 있었지만 새로운 시선을 주는 책을 만날 때는 정말 행복했습니다. 간간이 소설도 읽었는데 알베르 카뮈의 최초의 인간은 정말 훌륭한 작품이었습니다. 중도에 끝나버려 너무 안타깝지만요.



창의력을 기록 분석으로 접근하거나 뇌과학적으로 접근한 잠 같이 지식을 더해준 책도 좋았고 포퓰리즘의 위험을 생생하게 알리는 '어느 독일인의 삶'도 좋은 책이었습니다.



프랑스에서 발간된 '인간 증발'은 일본 사회를 분석하는 르포입니다. 하지만 이야기 흐름과 문장이 너무 좋아 현실을 담담히 담는 것으로 이렇게 감동을 줄 수 있구나 감탄했고요.


6편의 만화책을 봤습니다.


만화책은 주로 교양 만화 위주로 읽었는데



원자에 대해 다시 설명하는 '아톰 익스프레스'는 몇 번이고 다시 읽고 싶은 책입니다. 시리즈의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요. '충사'도 이런 독특하지만 설득력 있는 세계관을 가진 작품도 있구나 감탄한 만화책입니다.


10개의 게임을 즐겼습니다.


짬짬이 게임도 많이 했어요.



너무 유명한 '언차티드'는 이제야 즐겼고 캠페인 모드가 너무 좋았던 '타이탄 폴 2'도 정말 즐거웠습니다. 아마 '세키로'에게 몇 달을 빼앗기지 않았다면 더 많은 게임을 했을 테지요.



그래도 가장 큰 충격적인 게임은 '알릭스'입니다. VR로 만들어진 콘텐츠가 이렇게까지 발전했구나 게임은 진행은 않고 멍하니 VR 세계에 서 있기만 했을 정도 이니까요.


197개의 미디어를 즐겼습니다.


따로 기록하지는 않았지만 드라마를 많이 봤습니다. 일이 끝나도 아내와 함께 무언가 즐기고 싶었고 어쩐지 나만 혼자 동떨어진 미디어 세계에 빠져 있는 것 같아서요. 아내와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서 좋았어요.


이렇게 보고 듣고 읽으며 보낸 2020년은 저에게 가장 많은 미디어를 즐긴 해가 되었습니다. 2021년도 딱히 목표를 삼지는 않을 거예요. 책은 그냥 지금 정도만 읽고 싶고 게임도 세키로 같은 게임만 아니면 더 많이 하고 싶고 가족과 영화도 많이 볼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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