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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thew Min 민연기 Jan 20. 2021

로봇이라면 더 진짜 같이

아빠의 장난감 공방


여름휴가를 다녀오는 길에 새로 생겼다는 커다란 몰에 더위를 피하러 가서는 아내는 잠시 옷 가게를 나는 전기 자동차 가게를 아이들은 장난감 가게를 들렀다 옷과 자동차와 장난감은 상관없이 향이 좋은 원두커피와 세일 맥주를 왕창 샀던 적이 있습니다.


그 가게에서 찾은 장난감입니다.


다카라 토미는 다양한 장난감을 만드는 회사인데 유명한 이름과 달리 묘하게 시장에서 별로 호응을 얻지 못한 장난감도 많이 만듭니다. 2개를 세트로 산 이 쿠라타스 로봇도 그중에 하나입니다.



쿠라타스는 일본 스이도바시 중공업에서 만든 대형 로봇입니다. 대형 로봇이니 당연히 조종사 탑승은 기본이지요.


https://youtu.be/2iZ0WuNvHr8


대체 왜 만들었는지 도통 의도를 알 수 없다는 게 소소한 단점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쿠라타스를 무선 조종 로봇 장난감으로 만났으니 아이들을 위해 아버지가 아내의 지갑을 열어야 하는 순간이 돌아온 거죠. 아무리 장난감 가게에 인기가 없어 세일 코너에 몰락한 장난감이라도 말입니다. 등짝은 그다음 문제입니다.


이렇게 아이들과 저는 로봇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낸 후

https://youtu.be/4Kr9WFIiqw8


여느 장난감처럼 어느 구석에서 먼지의 두께만큼 기억도 희미해졌지요.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리 장난감이라도 로봇이면 좀 그럴듯해야 하지 않을까 하고 말이지요.



그래서 아이들의 장난감 무덤에서 쿠라타스를 꺼내 먹선을 넣어보기로 했습니다.



먹선을 넣으면 이렇게 입체감이 살아나거든요. 하지만 본래 민숭민숭한 모양 세라



기왕 넣기로 한 먹선, 라인을 더 넣어 보기로 했습니다.



이렇게요. 그리고 내친김에 무광 코팅도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장난감은 무광으로 처리를 하면 제법 그럴듯해지거든요. 그래서 무선 조종 센서는 페인트가 묻지 않도록 귀찮지만 이렇게 마스킹 테이프를 붙여주어야 했지요.



기왕 귀찮아진 바에 망가진 다른 장난감에서 이런저런 부품을 때어 붙이기도 하고



언젠가 쓸모 있겠지 하고 택배비가 아까워 샀던 리얼 마커로 명암을 그려보기로 했습니다.



리얼 마커 펜은 이렇게 그린 다음 휴지로 닦거나



함께 들어 있던 지우개 팬으로 지우면 썩 그럴듯해 보이거든요.



어쩐지 넘치는 잉여로움을 장난감에 태우는 기분도 들지만 이미 철물점에서 구입한 무광 투명 스프레이 페인트를 뿌리고 난 다음입니다.



무광 투명 스프레이를 뿌리고 나면 이렇게 파스텔로 명암을 넣을 수 있거든요.



이제 수많은 전장을 누비고 돌아온 듯 늠름해졌습니다.



연륜을 더하기 위해 녹이 슬어 녹물이 흐른 세월도 더해 줍니다. 로봇은 강철이 기본이고 강철에게 녹물은 눈물입니다.



어쩐지 오리지널 쿠라타스 보다 더 지저분해졌지만 돌아갈 수 없습니다. 아이들이 내 장난감 어디 갔지 하고 찾기 전에 치핑에 도전해 봅시다. 치핑은 금속 위에 벗겨진 페인트를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헤어스프레이에서 스펀지까지 다양한 도구와 방법이 알려져 있는데 다 복잡하고 귀찮으니 그냥 마커펜으로 그리기로 했습니다.



그런 다음 검게 칠한 안쪽에 속이 드러난 것처럼 은색을 칠합니다. 이쑤시개로 이렇게 콕콕 찍어주면 되죠.



마지막으로 무광 스프레이에 영향을 받으면 아쉬운 반짝이 스티커를 붙이고



마스킹 테이프를 때면



이제 진짜 로봇 다운 모습이 됩니다. 오리지널에서 저만치 멀리 떨어져 버렸지만 말이지요.



이제는 아빠의 예술 세계를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한 아이도 꽃단장을 한 장난감을 조금은 인정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함께 샀던 빨간 쿠라타스는 어쩌냐며



이것도 칠해 달라고 합니다.



아 몰라~!


오랜만에 두 쿠라타스가 격전을 시작했습니다.

https://youtu.be/m2RUYqGW8l4


빨간색 쿠라타스도 칠하자니 만사가 귀찮아져서


다시 바쁜척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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