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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thew Min 민연기 Feb 04. 2021

오큘러스 퀘스트 2, 뭐가 이렇게 복잡한 거죠?

아빠의 장난감 공방


갑자기 SK에서 오큘러스 퀘스트 2를 정발했답니다. 지난번에 내가 산 오큘러스 퀘스트 2는 정발이 아니었나 잠시 어리둥절합니다.


https://brunch.co.kr/@matthewmin/182

공식 홈페이지에서 또박 또박 주소 넣고 구입한 내 오큘러스 퀘스트가 3달 만에 중고가 되어 버렸습니다. 아 3달 사용했으면 중고가 맞네요. 하지만 팔지 않을 거니까 중고라는 단어에 서글퍼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만큼 즐겁게 사용하고 있으니까요.


오큘러스 퀘스트 2는 정말 손쉽게 그럴듯한 가상현실을 보여주는 제품이지만 오큘러스 퀘스트 2만 사용하면 어딘지 아쉽습니다. VR 게임의 정수라는 알릭스도 해볼 수 있습니다. 물론 그전에 무언가 상당히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긴 하지요.


https://blog.naver.com/smoke2000/222218303700

알릭스는 오큘러스 퀘스트 스토어에서는 찾을 수도 없습니다. Steam이라는 곳에서 파는데 이것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이것저것 설치가 필요합니다. Steam VR, Virtual Desktop, SideQuest, Wifi5 등 여기저기 검색해 얻은 정보로 따라가다 보면 되는데 내가 게임하나 해보자고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인가 싶기도 하지요.


여기 오큘러스 퀘스트 2 주변에 복잡한 VR 생태계를 이해하고 나서야 복잡한 어른들의 세상이 조금 납득이 됩니다.


긴 사연을 읽기 귀찮으시면 아래 영상에 요약해 두었습니다.

https://youtu.be/xm4ZAr3hnwM


여하튼


그 시작은 PC VR입니다.


VR은 360도 전 방향을 3차원으로 보여주어야 하는데 우리 눈에 각각 보여줘야 하니까 성능 좋은 컴퓨터가 필요합니다. 화면이 엄청 넓은 3D 게임이 2개 돌아간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워요. (물론 정말로 그런 건 아니지만요) 그러니 일단 VR 장비를 사기 전에 지갑과 등짝이 허락하는 가장 좋은 게임용 컴퓨터를 구해야 합니다.


이제 이 컴퓨터에 VR 전용 게임을 설치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PC 게임이 그렇듯 Steam 이란 곳에서 온라인으로 구입이 가능하지요. 심지어 Steam은 VR 장비에서 즐길 수 있는 Steam VR도 준비해 두었습니다.


그런 다음 꼬박꼬박 모아 남몰래 숨겨둔 비상금을 털어 VR 장비를 구입하면 PC VR을 위한 여정은 끝이 납니다.



한번 하면 다른 게임은 뭘 해도 맘에 들지 않게 된다는 전설의 게임 하프라이프 알릭스를 즐길 수 있게 된 거죠. 이 세계가 원래 그렇듯 여기도 컴퓨터와 VR 장비에 얼마나 많은 자금력을 자랑했는지에 따라 게임의 퀄리티도 달라집니다.


하지만 돈으로도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점이 하나 있는데 VR 장비와 컴퓨터를 선으로 연결해야 합니다. 김연아 선수가 VR 쓰고 트리플 악셀을 시도한다면 USB 선에 목이 졸리고 말 테지요.


그래서인지 PC VR이 생긴지 오래라도 아직까지 대중적인 IT 장비가 되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알릭스 때문에 무리해서 지갑과 등짝을 내준 용자가 조금 늘었다 하더라도 말이에요.



페이스북의 오큘러스 퀘스트는 복잡한 컴퓨터 없이 동작하는 VR 장비입니다. 스마트폰처럼 안드로이드 OS로 돌아갑니다. 컴퓨터는 성능이 좋은 대신 모니터랑 마우스랑 키보드가 필요하지만 스마트폰은 간편하지요. 오큘러스 퀘스트가 딱 이런 VR 기기입니다.


그리고 오큘러스 퀘스트 등장 후 고작 1년 만에 출시한 퀘스트 2는 더 뛰어난 화질과 속도, 거기에 더 저렴한 가격으로 돌아왔습니다.

평가가 좋은 퀘스트 2용 게임도 많이 출시되었습니다. PC VR 만큼은 아니지만 스마트폰 게임보다 멋진 게임들을 만날 수 있지요. Steam이니 고성능 컴퓨터니 몰라도 됩니다. 전원 버튼만 누르면 VR 세상이 펼쳐집니다. 여기서 다시 한번 지갑이 홀랑 털립니다. 와 잼난다 하면서 하나둘 결재하다 보면 달러로 표시된 카드 영수증을 잔뜩 만나게 되지요.


그런데 오큘러스 퀘스트는 또 다른 기능이 있습니다. 컴퓨터와 연결이 됩니다. Steam VR을 접속할 수 있지요. PC VR을 하기 위해 고성능 컴퓨터를 마련하고 이제 VR 기기만 준비하면 되는 사람들에게 저렴한 대안이 등장한 셈입니다. 페이스북도 그런 사정을 아는지 PC와 연결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해 두었고요.

이렇게 오큘러스 퀘스트는 VR 세상을 세상 간편하게 만날 수도 있고 여차하면 PC VR도 할 수 있는 매력 있는 VR 기기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오큘러스 퀘스트 2에게는 진짜 필살기가 아직 숨어 있습니다.

Virtual Desktop이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선 없이 무선으로 PC와 연결이 가능하게 된 거죠. 이제 우리는 오큘러스 퀘스트 2를 쓰고 백조의 호수 춤을 춰도 USB 케이블에 온몸이 구속되는 일 따위 없습니다. 그게 뭐가 그리 중요하냐고 하시겠지만 그렇지 않아요. 길을 가고 있는데 보이지 않는 손이 목을 조른다고 생각해 보세요. 이게 PC VR의 USB 케이블이었으니까요.


물론 여기도 난관은 하나 더 남았습니다. Virtual Desktop의 무선 기능을 제대로 사용하려면 Wifi-5 이상의 성능을 가진 무선인터넷 환경이 필요합니다. 거기서 SK가 등장하는 거죠. 초고속 무선 인터넷 시장이라는 잇속이 여기서 겹치거든요.


물론 SK가 아니더라도 Wifi-5 기능을 가진 무선 공유기면 관계없습니다. 인터넷과 연결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컴퓨터랑만 잘 연결되면 그만이니까요. 하지만 요즘에는 무슨 공유기가 좋을까 찾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SK의 정발 오큘러스 퀘스트 2는 맘 편한 선택이 됩니다. 무이자 할부에 AS까지 책임진다고 하니까요.


여기서 오큘러스 퀘스트 2를 한 대 더 사면 아이들이랑 탁구를 복식으로 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오큘러스 퀘스트와 Virtual Desktop이 준비되었어도 Steam VR을 있는 그대로 만나지 못합니다.


여기서 사이드 퀘스트가 등장합니다.

https://sidequestvr.com/


Virtual Desktop으로 Steam VR을 동작시키려면 패치가 필요하거든요. Virtual Desktop이 알아서 해주면 참 좋겠는데 무언가 어른들의 사정이 있나 봅니다. 이 패치를 설치하려면 무언가 다른 방법이 필요합니다. 스토어를 거치지 않고 앱을 설치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 바로 사이드 퀘스트입니다.

사이드 퀘스트를 사용하려면 개발자 등록을 하는 절차까지 필요해서 여기까지 해본 사람이라면 게임 한번 하자고 뭐 하는 짓인가 누구나 현타를 경험하게 됩니다. 하지만 사이드 퀘스트는 그만한 가치가 있어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APK 파일을 바로 설치할 수 있는 것처럼 사이드 퀘스트는 오큘러스 퀘스트에게 똑같은 자유를 줍니다. 오큘러스 퀘스트 안에 파일들도 마음껏 확인할 수 있지요.


그래서 다양한 게임을, 그것도 상당히 재미있는 게임을 무료로 설치할 수 있습니다. PC용 둠 3가 있으면



오큘러스에서 실행되는 둠 3인 Doom3Quest가 있습니다. 오래된 게임도 가상현실이 주는 오싹함은 각별하지요. 그래픽이 좋아 보이는 건 기분 탓만은 아닙니다. 오큘러스 전용 게임인 배틀 시스터와 비교해도 더 좋을 정도지요.


(이 글을 쓰는 동안 사이드 퀘스트를 오큘러스 퀘스트 2에서 바로 실행할 수 있는 업데이트가 소개되었습니다. 사이드 퀘스트를 설치하면서 느낀 현타를 다시 경험하고 있습니다.)


VR의 신묘한 세계는 PC VR과 오큘러스 퀘스트 외에 다른 곳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https://m.blog.naver.com/smoke2000/220733374849


골판지 상자와 스마트폰으로 이루어진 구글의 카드보드도 있었고요. 게임의 명가 플레이스테이션 4도 VR이 있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은 본격적인 게임 콘솔이니 VR도 게임기만의 남다른 재미가 있습니다. 물론 전용 게임들이라 다른 VR에서는 만나기 힘듭니다.



하지만 VR 게임의 킬러 타이틀이라는 비트 세이버는 플레이스테이션 외에도 Steam이나 오큘러스 퀘스트 2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오큘러스 퀘스트 2는 어떤 VR 기기보다 높은 가성비를 가진다고 생각해요.


VR에 관심이 없어도 비트 세이버는 꼭 한번 경험해 보세요. 가까운 사람들에게 시연했는데 모두 10초도 지나지 않아 모두들 '와 이거 진짜 재미있다.'라는 혼잣말을 하게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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