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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thew Min 민연기 Jan 24. 2022

세기말의 레트로 디지털카메라

Daddy's Toy Workshop

디지털카메라도 레트로가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이제는 세상 대부분이 디지털이라 메타버스 정도 들어가야 첨단 기분이 듭니다. 디지털이란 단어를 강조하면 되려 골동품 같아 보일 지경이에요.


그래서 1999년에 사용하던 디지털카메라는 차라리 스팀펑크가 연상되기도 합니다.



소니의 1세대 디지털카메라 마비카(Mavica)입니다. 지금도 있으면 좋은 옵티컬 줌은 10배나 되는 카메라입니다. 디지털 줌 기능이 있는 카메라는 더 비쌌어요.



터치스크린 같은 건 상상도 못했던 시절이었으니 작은 액정 화면을 다룰 버튼에 빼곡합니다.



USB나 메모리 카드는 너무 최첨단이라 사진은 3.5인치 플로피 디스켓에 저장됩니다. 저장 버튼 아이콘의 실물이죠.



서랍에 20년 가까이 잠들었던 탓인지 일어나지 않습니다. 배터리를 충전해 봤지만 반응이 없네요.


같은 배터리를 아직도 팔고 있지만 일단 고쳐보기로 했어요. 당시 배터리는 어떻게 설계되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초음파 진동으로 녹여 붙인 케이스를 칼로 잘라 조심스럽게 열어봅니다. 시간에 바랜 배터리 얼룩에서 긴 세월이 읽힙니다. 하지만 이 배터리는 지금도 여전히 사용하는 리튬이온배터리 셀입니다. 당시 소니가 얼마나 배터리 선택에 고민했을까 상상해 봅니다.



리튬 이온은 기본 전압이 같기 때문에 셀만 교환하면 되살릴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matthewmin/221


물론 불이 나거나 폭발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작업은 친구네 집에서 하시는 걸 추천드려요.



배터리 셀은 더 작아졌기 때문에 가벼워졌습니다. 뜻밖에 경량화 성공입니다.



잘 켜집니다. 일본 제품이 세계를 지배하던 시절에 만들어진 제품이라 높은 신뢰성은 여전합니다. 그렇게 많이 눌렀는데도 말을 듣지 않는 버튼이 하나도 없습니다. 요즘 이렇게 제품 만들면 아무도 새 제품을 사지 않아 회사 망할 거예요.



그래도 카메라입니다. 노출도 조절 가능합니다. 그때는 포토샵도 흔하지 않아서 찍을 때 잘 조정하지 않으면 사진을 망쳤지요.



소니의 캠코더를 기본으로 만들어서 인지 UI가 비슷합니다. 포맷을 선택하면 징징징 소리와 함께 플로피 디스켓이 포맷됩니다.



1.44 메가 바이트 용량에 10장 정도가 기록됩니다. 디스켓을 10장만 들고 다니면 100장은 사진을 찍을 수 있으니까 어딜 놀러 가도 원 없이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아무렇게나 찍은 사진 한 장에 플로피 디스켓 4장은 필요한 요즘과 비교하면 참 어처구니없는 화질이지만 당시 필름과 인화 가격을 생각하면 정말 경제적이었습니다.

https://youtu.be/ec6BzSFAAto


플로피 디스켓 안에는 언제 찍었는지 모를 사진이 몇 장 더 있었는데 이 사진을 읽을 방법이 없네요. 요즘 컴퓨터에는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는 커녕 CD 드라이브도 사라졌으니까요.


우리의 기억이 종이나 마그네틱테이프가 아닌 순수한 정보만으로 추억하기 시작하던 때는 아마도 이 카메라가 등장하던 즈음이었을 거예요. 이미 디지털로 기록된 이 사진들은 그때를 구분할 수 없겠지만 이 카메라는 정보를 담고 싶은 그때의 마음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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