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ddy's Toy Workshop
아침, 점심, 저녁 하루 3번 커피를 마십니다. 양치질은 두 번밖에 안 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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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에스프레소를 뽑아 마시다 보니 불편한 점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는데요. 에스프레소 머신의 압력계를 보다가 커피가 내려오는 걸 보려면 이렇게 앉아 아래서 위로 바라봐야 해요.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기 때문에 나름 병약한 체질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를 해보기도 했지만 저의 병약하고 섬세한 도가니는 갑자기 찾아온 게으름을 만나 뭔가 수단이 필요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뭔가 만들다가 남은 플라스틱 거울이 이쯤에 있으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든 거죠. 사실 집에서 에스프레소를 제조하는 사람들은 작은 손거울을 이쯤에 두기도 하고 조금 고가의 에스프레소는 이쯤에 반사경이 달려있는 걸 본 적이 있어요.
없으면 더러워서 만들고 말지라는 마음으로 자투리 거울을 적당히 자릅니다.
이쯤 위치에 이 정도 크기면 딱 좋겠네요. 정확하게 설치할 위치를 측정한 다음 그 크기에 맞춰 거울을 설계하는 것이 올바른 엔지니어의 마음가짐이지만 솔직히 적당히 만들고 적당히 맞춘 다음 나중에 치수를 맞추는 쪽이 더 빠릅니다. 마음도 편하고요. 꼼꼼히 측정해서 크기가 안 맞는 것보다 적당히 했는데 안 맞으면 마음도 덜 아픕니다. 회사에서도 그러면 사장님이 아파하시겠죠.
위치를 고정하고 자로 길이를 재봅니다.
대충 이렇게 생긴 받침이 있으면 좋겠네요.
약간 비탈진 면이 필요해서 팅커캐드 같은 간단한 프로그램 대신 Catia로 그렸습니다. 한동안 Creo로만 작업을 해서 조금 낯섭니다. 이 간단한 서피스를 그리는데 방법이 도통 기억나지 않아 좌절하며 아파트 사이로 지는 태양을 서글프게 바라보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크기가 작아 3D 프린터로 금방 만들었습니다. 사실 앞에 설계는 문제가 있었어요. 형상을 맞추려고 평면 대신 곡면을 그렸더니 거울도 곡면이 돼서 비친 모습이 왜곡되더라고요.
이제 안쪽에 자석을 접착제로 고정합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나무 필라멘트로 출력할 걸 후회하면서 색칠을 하고
처음 잘라 두었던 거울에 양면테이프를 붙입니다.
언제나 이렇게 꼭 맞는 건 기분이 좋습니다. 테트리스에 기다란 막대기 블록 같지요.
자석으로 되어 있어 에스프레소 머신 어디든 붙습니다.
고압 온수가 나오는 곳은 쉽게 오염된다고 하는데 이렇게 보니 더럽네요. 여기 뭐가 붙어 있건 분쇄된 커피는 필터 역할을 하기도 하니 조금 더러워도 괜찮다고 생각하면... 안되는 거겠죠?
이제 에스프레소 추출 압력과 추출되는 모습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거울 덕분에 에스프레소의 향은 더 진해졌고 맛의 밸런스는 더 견고해졌을 리는 없습니다.
그래도 제 도가니는 더 행복하겠지요.
그나마 앉았다 일어났다 움직임이 줄어들어 그만큼 더 병약해지기는 하겠지만요.
실제로 어떻게 만들었는지 영상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세요 : 3D 프린터 (미래의 과학자와 공학자가 꼭 알아야 할)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3314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