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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thew Min 민연기 Aug 02. 2022

커피 가루를 푸는 도구를 세우는 도구 만들기

Daddy's Toy Workshop

커피 만들기는 생각보다 많은 도구가 필요합니다. 내 맛없는 커피의 원인이 대체 무얼까 고민하다 보면 그런 도구들은 끝없이 늘어나지요.



그라인더로 분쇄한 커피 가루는 정전기 때문에 잘 뭉치곤 하는데 이걸 풀어주는 도구도 있습니다.



왠지 바늘 7개가 모여야 소원이 이루어질 것 같은 이름의 칠침봉입니다. 이걸로 커피를 한번 휘저어주면 딱딱하게 뭉친 나의 승모근 같은 커피도 부드럽게 풀어집니다. 물론 제가 구입한 칠침봉은 인터넷 최저가를 찾아 구매한 것이다 보니 침은 고작 3개뿐입니다. 그래서 삼칠봉이라고 불러 촌스러워졌지요.


하지만 진짜 촌스러운 점은 따로 있는데 이게 가만히 서있지 못합니다. 각 없는 둥근 연필처럼 이리저리 먼지와 함께 굴러다니지요. 처음부터 받침도 있고 침도 7개 있는 걸 샀어야 했어요.



일단 받침을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대충 크기를 재보고,



지난번 그려 좋아졌던 각진 모양에 둥근 고정 구멍을 더합니다. 치수가 정밀할 필요는 없으니 그냥 어린이용 캐드로 그렸어요. 어린이는 어른의 스승이니까요. 잉?



이제 만든 도면을 3D 프린터용 파일로 바꾼 다음



출력합니다. 3D 프린터 필라멘트에서 나는 냄새가 건강에 좋을 리 없어 요즘은 베란다에 창문을 열고 사용하는데 지금 같이 더운 여름에는 필라멘트가 습기를 먹어 사용하기 무척 불편해요. 여기에 공기 청정기와 온습도 조절을 위한 에어컨을 따로 설치하면 참 좋겠다고... 생각만 했습니다.



3D 프린터로 만든 물건은 층이 나누어집니다. 면을 고르게 만들려면 사포로 다듬어야 합니다. 지난번 전동 드릴로 만든 그라인더가 사실 이것 때문이었어요.


https://brunch.co.kr/@matthewmin/247



바탕색이 될 회색 스프레이를 칠합니다. 프라이머 대신 자주 사용하는데 이렇게 뿌리면 마무리되지 않은 면이 잘 보입니다.



이번에도 시멘트 같은 느낌으로 만들고 싶어 회색 플라스틱 퍼티를 발랐습니다.



그런데 뚜껑이 잘 잠기지 않았는지 퍼티가 단단하게 굳어 버렸습니다.



억지로 다 발랐습니다. 경기 침체로 말라버린 내 지갑같이 금이 쩍쩍 가버렸지만 이대로 말라도 예쁠 것 같아요.



반질반질한 시멘트 느낌이 나도록 고운 사포로 다시 한번 면을 고릅니다. 아무리 없어도 푸석푸석하면 안 되겠지요.



독특한 느낌을 주고 싶어 모서리는 은색으로 드라이 브러싱을 해줍니다. 이쯤에서 나는 커피 용품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말았습니다.


https://youtu.be/pogWQYi-2Ig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나의 칠침봉 아니 삼칠봉은 이렇게 새 스탠드에 올라가 있었습니다.



이제 바늘을 4개 더해 칠침봉으로 만들 주면 됩니다. 어쩐지 하나 새로 사는 게 훨씬 쉽지 않았을까 조금 후회되지만


이런 게 인생이야 라는 아저씨같은 생각을 하며 쓴 커피를 마셨습니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세요 : 3D 프린터 (미래의 과학자와 공학자가 꼭 알아야 할)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331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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