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유튜브 채널을 가지고 있습니다. 애초에 컴퓨터에 동영상을 저장할 공간이 부족해서 만든 채널인데다 딱히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썸네일에 공을 들이거나 홍보도 하지 않아요. 지금 있는 조회 수는 아마 내가 가끔 들어가 보던 숫자가 아닐까 생각되는 그런 채널이죠. 마치 이 블로그 같습니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fUaGi4J7r4gan7UCguDftQ
그래도 제 유튜브 채널에는 가끔 공들여 무언가를 만들던 영상을 편집해서 올리고는 해요. 그중에서는 썩 오랫동안 고민하고 긴 시간 만들 것들도 있지요. 하지만 여전히 조회 수는 30회를 넘지 않으니 제가 만드는 물건과 사람들의 기대가 30 정도 밖에 일치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 인공지능 분야에 한 축을 이끄는 그룹인 OpenAI에서 새로운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 DALL E 2를 소개했습니다.
원하는 이미지를 글로 묘사하기만 하면 그럴듯한 이미지를 생성하는데 묘사한 객체 간의 관계까지 이해합니다. 이미 사진 편집에서 인공지능툴과 손으로 편집한 포토샵으로 승부를 했다가 패배한 적이 있었던 터라 이 DALL E 2도 무척 기대하고 있었어요.
https://brunch.co.kr/@matthewmin/232
애초에 인공지능은 사람들이 만든 2차원 이미지를 학습한 것일 테니 내가 만들던 물건을 인공지능에게 똑같이 물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만들어 영상으로 올린 물건과 인공지능이 생각한 물건과 다르다면 내 생각과 사람들의 생각이 그만큼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아닐까 하고요. 물론 진작에 신청한 DALL E 2는 아직 소식이 없으니 그와 유사한 알고리즘을 사용했다는 DALL E mini로 해보기로 했습니다.
https://huggingface.co/spaces/dalle-mini/dalle-mini
검정, 빨강, 하얀색의 미니 드론 컨셉 디자인
/ Black red white colored Mini Drone Concept Design
DALL E mini는 한글을 모릅니다. 영어로 바꾸면서 의도가 사라질지도 몰라 가능한 꼼꼼히 영어로 바꿨습니다. 일단 저는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서둘지 않고 느긋하게 만들기도 해서 며칠이 걸렸지만 인공지능은 1분 만에 만들었습니다.
프로펠러가 6개에 다리 하나는 보이지 않지만 일단 누가 봐도 미니 드론입니다. 재미있는 건 미니 드론이라고 해서인지 모터 역시 완구형에 많이 쓰는 브러시 모터입니다. 내 미니 드론은 비싼 BLDC 모터라고!!!!라고 영어로 쓸 걸 그랬어요. 그래도 제법 비슷한 거 같아요.
USB 꼬리가 달린 반려돌
/ Pet Stone with USB tail
그게 뭐냐고요? 돌도 함께 지내면 반려돌이 되는거죠. 꼬리는 반려의 느낌이 안 들어 달아준 것뿐입니다. 꼬리를 다는 행위 자체가 반려라는 존재의 의미를 강요하는 행위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건 인정합니다. 그래서 꼬리는 USB 그것도 C Type으로 달아주었습니다.
그리고 인공지능이 생각한 USB 꼬리 달린 반려돌은
이런 모습입니다. 어떻게 USB가 반려돌과 연결되어 있는지 모호하고 잘 보면 USB도 아닌 것 같은데 그보다 돌이 반려로 삼기에 너무 투박한 것 아닌가요?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인공지능의 반려돌은 저런 모습일 수도 있지요.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와인 코르크로 만든 작은 집
/ The tiny house made with a wine cork
마시고 마셔서 남은 와인 코르크 마개는 좋은 향기와 세피아 색상으로 참 좋아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 코르크 마개는 도무지 쓸모가 없어 계속해서 쌓이기만 했지요. 그래서 만들었습니다.
인공지능은 처음에는 정말 집을 만들었습니다. 캠핑카 느낌도 들어서 아마 'Tiny'라는 형용사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닐까 짐작이 되었습니다. 급히 'Toy'를 추가했습니다.
정말 이름에 충실한 집을 만들었습니다. 제가 생각한 디자인과도 비슷하고요. 제가 만든 것보다 훨씬 공들인 게 분명한 집입니다. 인공지능은 저보다 꼼꼼하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작은 이끼 집
/ Tiny toy stone house and curved entrance surrounded with moss in a square box
'Moss House를 그려봐'라고 인공지능에게 이야기해 봐야 세상 이상한 것을 그려낼 테니 내 짧은 영어 단어 '보케불러리'를 총동원해서 묘사했습니다.
나, 나는 이걸 만들었으니, 너는 떡을, 아니 그림을 그려라 인공지능!!!
어딘지 비슷한 것 같은데 그럴듯합니다. 어쩌면 제가 만든 집보다 훨씬 고퀄인지도.... 아직 졌다고 포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레고 마스크
/ White Mask for Lego figure
좀 더 정밀한 작업을 비교해 보기로 했습니다. 0.1mm 단위로 초정밀 설계를 진행했던 레고 용 코로나 마스크입니다.
마스크 정도야 가볍게 해내지 않을까요? 인공지능인데요.
그런데 의외로 레고와 비슷한 마스크를 그려냈지만 레고에 쓸 수 있는 모양은 아닙니다. 역시 쓸모 있게 만드는 데는 아직 휴먼의 힘이 필요한가 봅니다.
이 이긴 건가!라고 하얗게 불타버린 어깨를 들어 올리다가 그럼 내가 만든 레고 마스크는 쓸모가 있었나라는 생각이 미쳐서 다시 고개를 떨구고 말았습니다.
내가 낫네 인공지능이 낫네,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게 이런 거란 말인가 하고 고민을 하다 OpenAI의 DALL E 2 접속권을 얻었습니다.
DALL E mini보다 훨씬 그럴듯한 이미지를 만들어 볼 수 있게 되었어요.
Sacredness
Giant Red Crab
언제고 그려야지 마음만 먹던 나의 게으른 상상력에 최고의 붓이 생겼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솜씨가 아닌 보는 눈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이제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