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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thew Min 민연기 Aug 18. 2022

동글동글 타이타닉 조명 달기

MAtt's Toy Workshop

한참 전에 환율이 미친 듯이 오르기 전에 구입한 타이타닉입니다.

https://brunch.co.kr/@matthewmin/246


이 동글동글한 타이타닉은 실제 모양을 그대로 재현하는 프라모델의 기본 원칙에 정면으로 도전한 모형입니다. 이렇게 둥근 모양으로 제대로 물살을 가르기 힘들겠지요. 그래서인지 이상한 오기가 발동했어요. 정말로 진짜처럼 만들어 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렇다고 이 제품을 길쭉한 원래 모형으로 개조하는 건 정말 정신 나간 짓이겠죠.



일단 조명을 설치할 겁니다. 낮이야 실내 등을 껐을지 모르지만 대낮이라도 작은 창문밖에 없는 선실은 어두침침하지 않겠어요. 침몰했을 밤 시간에야 당연히 조명이 환하게 빛나고 있을 테고요. 진짜 같은 타이타닉이라면 조명이 필요한 법이지요.



그리고 4개나 되는 굴뚝에서도 연기가 피어올랐을 테죠. 굴뚝에 연기도 피어올라야 감히 타이타닉이라 할 수 있는 겁니다.



LED 조명을 위해 별도로 회로를 꾸며볼까 했는데 연기를 만들 초음파 진동 모듈에 LED가 있더라고요. LED는 빛을 내는 역할을 하지만 한쪽 방향으로만 전류를 흐르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다이오드 대신 사용하기도 하거든요. 그런데도 저항은 거의 없는 특이한 부품입니다.



원래 있던 LED를 떼어내고 타이타닉의 실내 등을 밝힐 LED를 달아 주었습니다.



배 밑에 이렇게 넣어줄 거예요. 배는 아래쪽이 무거워야 하는 법입니다.



전원 버튼을 넣을 구멍을 아래 뚫어줍니다. 전원을 위해 배터리를 넣어줄까 했는데 이미 꽉 차버려서



전기를 공급할 USB 단자를 달아 주었습니다.



여기서 진짜 같은 타이타닉과는 저만큼 멀어졌지만 이미 나버린 구멍은 다시 메울 수 없습니다. 생각 없이 친구에게 던진 말에 생긴 마음의 상처 같은 거죠.



이제는 돌이킬 수 없습니다. 가즈아!!!



선실에 창문에 구멍을 뚫습니다. 그리고 다시 뚫고, 또 뚫고, 계속해서 뚫어줍니다.



내가 대체 뭘 하고 있나 싶을 때쯤이 되면 구멍 뚫기가 끝나는데, 뚫기만 해서는 배 건너편이 횅하니 보입니다.



이제 투명한 봉으로 창을 막아줍니다. 이 봉은 LED의 빛을 창문으로 전달합니다. 투명하게 접착해야 하니 자외선 접착제를 사용합니다. 이 투명한 접착제는 자외선을 쬐면 굳는데 이렇게 UV LED 램프를 사용해서 굳힐 수 있지요. 아내의 손톱 키트에서 몰래 훔쳐 왔습니다.



이렇게 만든 창문은 다른 창문보다 훨씬 그럴듯하죠.

https://youtu.be/Z8X5gKTqwBA


정신줄을 놓아버릴 만큼 많은 창문을 더 환하게 밝히기 위해



빛을 반사할 알루미늄 테이프를 붙입니다. 진짜 타이타닉도 선실은 이렇게 번쩍번쩍하지 않았을까 상상하면서요.



LED 조명을 중심으로 적당히 붙여줍니다.



그런데 신나게 만들고 보니 위층에도 창문이 있네요. 노란색으로 그냥 칠할까 고민했지만 그럼 진짜 같은 타이타닉과는 노란색 페인트만큼 멀어질 테니 일단



뚫어봅시다. 다시 뚫고, 또 뚫고, 계속해서 뚫어줍니다. 대체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 때쯤 투명 봉은 아까 다 써서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고민고민하며 화방과 동네 쓰레기통을 뒤지고, 넷플릭스 드라마를 몰아보고, 스팀에서 구입했던 게임을 하다가 거의 포기할 즈음 페트병을 잘라보기로 했어요.



투명한 페트병도 이렇게 빛을 전달하는 효과가 있거든요.



끝이 너무 네모네모라 불로 둥글게 녹이면 적당한 광케이블이 됩니다. 그러고 보니 안 쓰는 광케이블이 어딘가 있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너무 많은 페트 조각을 잘랐으니 이제부터는 모른척하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는 바닥에도 구멍을 뚫어야 합니다. LED가 아래 칸에 있으니까요. 아까 만든 구멍과 같은 숫자만큼 뚫고, 뚫고, 또 뚫다 보면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는 걸까 하는 고민에 휩싸이게 됩니다.



이번에도 자외선 접착제를 사용해서



하나하나 접착하면



이렇게 2층 조명에도 불이 들어옵니다.



2층 창은 가만히 보면 조금 네모네모 하지만 멀리 보면 그럴듯해요.

https://youtu.be/DltLujMFHy4


진짜 타이타닉과 비교해서 어디가 그럴듯하냐고요?


진짜 타이타닉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냐고 우길 겁니다. 영화 타이타닉의 디카프리오가 저에게 시비 걸기 전까지요.


안 그래도 별로 알려지지 않은 중국 프라모델 메이커에 아무도 모를 타이타닉, 그중에서도 동글동글한 모형을 만드는 이 마이너 한 취미에 조명까지 달면서 더 더 마이너 한 취미가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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