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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들 라이터가 두 개나 망가졌을 때

MAtt's Toy Workshop

by Matthew Min 민연기

벌써부터 크리스마스 제품을 장만하고 매일매일 불을 켜고 산타 할아버지에게 소원을 빌고 있습니다.


https://brunch.co.kr/@matthewmin/260


그리고 흔하지만 흔하지 않은 라이터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흡연자가 환영받지 못하는 요즘 흔하게 굴러다니던 라이터도 환영받지 못하나 봅니다. 집에서 불을 만들 수 있는 물건이 이렇게나 없었나 놀랐어요. 불이 나오는 부분이 긴 캔들 라이터가 2개나 있기는 한데 모두 고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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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가스통 마개가 망가져 가스가 더 이상 들어가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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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얼마 전 구입한 라이터는 가스는 나오지만 점화가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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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서로 다른 부분이 고장 나서 둘이 합치면 그럭저럭 살아날 수 있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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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버로 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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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크를 만드는 점화기와 가스통이 나옵니다. 가스 밸브가 열리면 곧이어 스파크가 불을 붙이는 간단한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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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식할 스파크 부품을 꺼냅니다. 안에는 압전 소자가 들어있는데 힘을 주어 누르면 높은 전압이 생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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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긴 전기는 전선 사이에서 번개처럼 공기를 통과합니다. 이 작은 번개가 가스에 불을 붙입니다. 옛날에 오락실에서 동전 넣는 데다 이걸 튕기면 공짜로 게임을 할 수 있다고 아이들 사이에서 무척 귀한 물건이었어요. 정말로 공짜 게임을 하는 걸 본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똑같은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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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작 불꽃이 튀어야 하는 끝부분에 전기가 통하지 않네요. 페인트로 모두 코팅이 된 탓이지만 전압이 높아 그래도 불꽃이 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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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시작한 간단한 이식 수술이라도 실패하면 창피하니까 줄로 문질러 페인트를 제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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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새 점화기도 모양이 똑같네요. 점화기만 최근 라이터에 넣고 분해했던 것과 반대로 조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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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망가진 2개 캔들 라이터로 정상적인 라이터 하나를 합성했습니다.


https://youtu.be/fMzVqOh6uLM


당장 필요한 라이터가 생겨서 좋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수지가 맞지 않은 수리였습니다. 이 라이터는 2,000원을 넘지 않거든요. 물론 당장 필요하면 가까운 다이소에라도 달려가야 하고 인터넷으로 주문한다면 가격보다 비싼 택배 비용을 지불해야겠지요. 2개를 찬찬히 뜯어보고 고치는 시간과 노력이 동네 다이소에 가는 것보다 품이 더 많이 든 거 같은 기분이에요.


그래도 2개 고장 난 라이터가 지구 어딘가에 버려질 바엔 하나만 버려지는 편이 그리고 버려진 하나도 철저하게 분해되어 재질에 따라 분해되었다고 생각하니 2,000원 만큼의 보람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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