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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핀 골목 만들기

MAtt's Toy Workshop

by Matthew Min 민연기

네이버에서 엄청 비싼 물건을 지르고 받은 제법 큰 포인트로 무얼 사면 좋을까 행복한 고민을 계속했어요. 그러다 페이스북 어딘가의 광고에서 작고 예쁜데 참 쓸모없는 물건을 발견했습니다. 저는 작고 예쁘고 쓸모없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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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rry Blossom Alley라는 제품입니다. 벚꽃 만개한 일본의 골목을 작고 예쁘게 만들 수 있는 제품이죠. 상자도 딱 중국에서 생산된 것 같은 하지만 중국의 인건비로 부품은 모을 수 있어도 도저히 만들 수 없는 그런 장난감입니다. 다 완성하고 나면 책 모양으로 책장에 책들 사이에 끼워둘 수 있답니다.

https://blog.naver.com/smoke2000/221526350986


예전에도 분명히 이런 비슷한 장난감을 샀다가 어두워가는 노안을 혹사했던 아픔이 기억났지만 무시했습니다. 마침 세일 중이었고 네이버 포인트가 세일가와 꼭 맞았거든요. 그건 테트리스의 긴 막대같이 절대 못 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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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서랍 구석에 굴러다니는 쪼가리를 잔뜩 넣은 봉투들이 쏟아지는 걸 보고서야 내가 대체 뭘 산 건가 정신을 차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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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장이나 겹쳐진 인쇄물과 그 용도를 설명하려고 깨알같이 적힌 설명서가 아찔해서 그냥 서랍에 넣으려고 했지만 상자도 제법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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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추 건전지가 3개 들어가는 LED도 있잖아요. 그냥 매일매일 조금씩 만들어 보기로 했어요. 지난번 토끼가 들어 있던 상자를 만들 때 더 이상 눈이 나빠지면 이런 거 못 만들지 모른다고 안타까워했던 것도 기억났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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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구슬에 더 작은 구슬을 목공 풀로 붙이고 돌돌 말린 무늬의 롤을 김밥 자르듯 적당히 잘라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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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만지작거리다 보면 이런 손톱 크기의 선반이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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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작은 스티로폼 조각도 붙이다 보면 작은 선반이나 진열장이 만들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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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대체 이건 뭘까 싶은 것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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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리를 찾으면서 숨었던 모양과 역할이 드러나는 것이 무척 재미있습니다. 지칠 즘 하나가 완성되고 거기에 기분이 좋아져 계속해서 만드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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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만들어진 작은 조각이 전체 어딘가 작은 자리에서 자기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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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나뭇조각도 무늬가 있는 종이로 창호지가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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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작은 나뭇조각은 의자와 책상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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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판지는 도안이 그려진 종이와 겹쳐 자르면 지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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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작은 무언가가 오밀 조밀 생겨나는 걸 구경하다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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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면으로 되어 있는 이 일본 골목의 한쪽이 만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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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파란 나무가 두 그루 들어 있어요. 이 장난감의 주인공인 벚나무인데 목공 풀을 바르고 분홍색 먼지를 붙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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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나무는 꽃이 모두 지고 난 다음에 푸른 잎이 나니까 모두 덮어줄까 싶다가 그만두었어요.

https://youtu.be/_waR_qAd2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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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만드는데 얼마나 긴 시간이 걸렸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데 아직 절반이나 남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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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정체를 알 수 없는 조각들이 서로 붙고 그 조각들이 모이면 이국 풍경에서 본 듯한 물건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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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D도 많아서 전기 공사도 만만하지 않습니다. LED와 배터리를 솔더링하고 수축 튜브로 덮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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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작고 작은 무언가를 계속 만들다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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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길의 1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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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층이 만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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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국의 풍경이지만 얼마 전 갔었던 일본의 느낌과 무척 비슷해요. 조용히 다시 여행의 기억을 떠올려보기도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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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돌과 바람에 날려 떨어진 벚꽃, 그리고 덩굴처럼 올라간 잎을 군데군데 붙입니다. 이미 절반을 만든 경험도 있고 찾아야 할 작은 부품 수도 절반으로 줄어서 훨씬 빨리 절반이 완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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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이 조금 원색적이라 무광 코팅을 하고 파스텔로 명암을 강조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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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책의 표지를 만듭니다. 도톰한 부직포에 천을 붙여 줍니다. 그런데 이 천이 상자에 꼬깃꼬깃 접혀있어 결국 다리미로 펴주었습니다. 그 위에 지금까지 만든 길의 좌우를 붙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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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 건물을 연결하는 전기 공사로 두 길을 하나로 연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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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처럼 접어서 책장에 끼울 수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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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좌우가 쫙 펼쳐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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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D가 제법 밝아 환한 곳에도 아기자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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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으면 앞과 위가 투명한 아크릴로 덮이기 때문에 딱히 먼지가 쌓이지도 않습니다. 쌓여도 구별할 수도 없겠지만요.

https://youtu.be/dCxqP6wfRi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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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아기자기한 걸 좋아하지만 이런 물건이 주변에서 시선을 어지럽피는건 싫어 보통은 실컷 만들어 놓고 어디 서랍에 숨겨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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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은 책장에 그대로 기워두고 가끔씩 불을 켜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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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높이와 책표지 색이 어울리지 않은 검은색 표지 책장에 옮겨두었습니다. 왠지 옆엔 일본 관련 서적을 두는 것도 재미있을 거 같네요.


시간도 오래 걸렸고 목공 풀로 아슬아슬하게 붙여야 하는 곳이 많아 만들면서 한숨을 몇 번이나 쉬었어요. 하지만 한참 지난 다음 또 이런 제품이 세일을 하고 마침 엄청 비싼 것을 사서 포인트가 많이 쌓여있으면 또 사겠지요. 왜 샀을까 후회하며 다시 한숨을 쉬며 만들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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