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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thew Min 민연기 Mar 27. 2023

아끼던 깨진 컵 고치기

MAtt's Toy Workshop

신기하게 좋아하는 컵이나 아끼는 접시는 미운 그릇보다 먼저 깨집니다. 아주 박살 난다면 그래 너는 나를 떠날 운명이구나 보내주련만 꼭 모서리만 살짝 깨집니다.


'킨츠키'라는 기술이 있다고 합니다. 깨진 도자기를 옻을 이용해서 수선하는 기술입니다. 원형을 돌려놓는 것은 아니고 옻으로 접착한 부위에 금박이나 은박 등으로 장식을 하죠. 소중한 물건을 오래 간직하고 함부로 버리지 않는 마음이 담겨 있다고 하는데...


튜브로 되어 있는 킨츠키 퍼티는 제법 비쌉니다. 용량도 커서 이걸 샀다가는 그릇 수선 가게라도 차려야 하겠더라고요. 어떻게든 살려보기로 했습니다. 주변에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로 말이죠.



망가진데 가장 많이 사용하는 퍼티입니다. 주제와 경화제로 둘을 잘 섞으면 열이 나면서 돌처럼 딱딱해집니다.



깨진 부위가 넓다면 적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하지만 단단하게 굳는 거라면 순간접착제도 생각해 볼 만하죠. 점성이 없어 보여도 베이킹 소다 같은 분말을 뿌리면 그 사이에 접착제가 스며들면서 상당히 단단해집니다.



몇 번 반복하면 깨져 폭 들어간 자리도 메꿀 수 있습니다.



순간접착제로 붙인 부분은 줄로 쉽게 다듬을 수 있습니다. 단단하게 굳은 퍼티도 가공이 그렇게 힘든 건 아니지만 깨진 부위보다 두껍게 붙어 다듬는데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순간접착제와 베이킹파우더는 굳고 나서도 하얀색이라 이것만으로 제법 수리를 한 것처럼 보여요.




어느 정도 모양이 고쳐지면 더 가는 사포로 고친 면을 매끈하게 다듬습니다. 사포는 거친 것부터 가는 것까지 다 있는 손톱용 사포가 편리합니다. 안쪽이 스펀지로 되어 있어 잡기도 편하고요.



다듬은 면을 잘 닦아냅니다.



원래 색을 칠하기 위해 아크릴 물감을 쓸까 고민하기도 했는데 색을 만드는 게 귀찮아 마커를 쓰기로 했습니다.



청색은 의외로 감쪽같은데 흰색이 어색하네요. 마커를 썼는데 이대로 사용해도 좋을까 조금 걱정이지만



수리한 표면을 UV 레진으로 코팅했습니다. 완전히 굳고 나면 상당히 안전하거든요.



직사광선을 받으면 단단하게 굳지만 아쉬운 대로 아내가 손톱 장식을 붙일 때 사용하는 UV 램프를 사용합니다.



이렇게 조금 억지스러운 그릇 수리가 끝났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수선한 곳이 보이지 않아요. 물론 가만히 살펴보면 여전히 울퉁불퉁합니다. 한 번 울퉁불퉁한 곳을 보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계속 거기만 보이기 때문에 어설픈 땜이 계속해서 신경 쓰입니다. 아내에게는 여기가 고친 데야 하고 절대로 말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https://youtu.be/JwqdHX7OGf0


깨진 부분을 조심스럽게 수리하면서 '킨츠키'의 물건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처음부터 안 깨지는 게 더 좋은 거 아닌가요!!! 물론 좋아하는 컵은 다른 컵보다 더 자주 사용할 테니 다른 그릇보다 먼저 수명이 다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아끼는 접시는 다른 접시보다 예뻐서 일 테고 어쩌면 끝이 날렵하게 만들어져서 나도 모르게 애착하고 있었는지도 모르지요. 그래서 더 약했을지도요. 도자기를 좋아하는 일본 사람들은 그래서 '킨츠키'라는걸 고민했는지도 몰라요.


하지만 수많은 소재가 개발되고 사용하는 요즘도 예쁜 컵이 깨지는 건 문제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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