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t's Toy Workshop
저도 미니멀한 삶을 지향해요. 하지만 미니멀한 깔끔한 삶을 시작하려면 버려야 한답니다. 1년에 한 번도 꺼내보지 않을 물건이라면 아무리 값나가는 물건이라도 과감하게 처분하라고요. 저는 전혀 값어치가 없는 물건도 좀처럼 버리지 못해요. 언젠가 꼭 쓸모가 있을 거 같거든요. 그렇게 점점 삶은 맥시멀 해지고 있습니다.
맥시멈 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어느 날 미니멀한 삶을 꿈꾸는 아내가 이야기했습니다.
"여기 와인을 깔끔하게 정리했으면 하니까 뭐든 만들어봐. 3D 프린터로 만들어도 좋고."
와인 선반은 와인보다 크겠죠?
와인은 용량이 비슷해도 병 모양이나 크기는 조금씩 다르기도 하고요. 일단 가장 큰 와인병을 재봅니다. 대략 10cm 정도의 칸막이라면 어떤 와인도 들어갈 거 같아요. 그리고 이만한 크기의 칸막이를 여러 개 만들려면 제가 가진 소박한 3D 프린터로는 어림도 없겠네요.
https://brunch.co.kr/@matthewmin/190
그래서 언제부터 인가 저의 맥시멀 한 삶을 함께한 와인 상자가 생각났습니다. 아마 10년도 전인 것 같은데 어떻게 집에 오게 되었는지 기억도 불분명한 목재 와인 상자가 3개 있거든요.
이 상자를 이용하면 쉽게 커다란 구조물을 만들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빈 상자로 계속 있었으니 상자로서의 쓸모는 앞으로도 없을 듯하고요. 경첩도 빼고, 못도 하나하나 빼서 과감하게 분해했습니다.
톱밥을 눌러 만든 판재가 아니라 나름 무늬가 예쁩니다. 아마 그래서 쉽게 버리지 못 했던 거 같아요. 아니면 나무라 재활용으로 버리지 못해 차일피일 버리기를 미루고 있었던 건지도 몰라요.
어쨌든 이 나무를 잘 잘라 끼워 맞춰도 되겠지만 아내가 3D 프린터로 만들라고 했으니 3D 프린터로 연결부를 냉큼 그렸습니다.
그리는 데는 몇 분 걸리지 않았는데 3D 프린터가 만드는 데 한참을 걸렸습니다.
얼마 전 겨울비가 한참 내릴 때 출력해서 그런지 출력물 사이에 가는 플라스틱 실이 거미줄처럼 잔뜩 생겼습니다. 라이터로 가열하면 쉽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분해한 판재의 두께가 모두 다르네요. 3D 프린터로 만든 연결부는 두께가 하나뿐이라 8mm 두께 판자만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여기서 원래 만들려고 했던 와인 선반의 규모가 확 줄었습니다.
종이로 필요한 크기를 그리고 잘라 본을 만듭니다. 나무판에 자를 선을 그립니다.
추워서 별로 나가고 싶지 않은 베란다에서 냉큼 잘라줍니다. 엄청 시끄러웠는데 모른척해야 합니다.
https://brunch.co.kr/@matthewmin/265
먼지가 많이 나도 추운 바깥으로 쫓겨나지 않기 위해 만든 스프레이 부스를 꺼냈습니다.
꽤 먼지가 많이 났는데 부스 밖에는 톱밥이 그렇게 많이 날리지 않았어요.라고 아내를 설득했습니다.
고급진 나무 무늬를 강조하기 위해 집에서 가장 싼 기름을 몰래 가져다 잘 발라줍니다. 그 기름도 비싼 기름이라는 건 나중에 알게 됩니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으니 와인 선반 만들기를 시작합니다. 그냥 끼우기만 하면 됩니다. 준비한 것에 비하면 너무 금방 끝나 버렸습니다.
와인을 두던 곳에 넣고 와인을 한 병 한 병 채웁니다.
저와 아내는 와인을 오래 두지 못하는 애주 패밀리입니다. 와인이 8개 들어가는 와인 칠러가 2대나 있지만 항상 대부분 비어 있지요. 그래도 세일을 하거나 연말에 증가하는 음주량을 공급하기 위해 많이 사는 때가 있어요. 이렇게 와인을 더 사둘 핑계를 위한 와인 선반이 만들어졌습니다. 이렇게 눈에 보이는 곳에 와인을 두면 술을 더 마실 게 분명하지만 말이죠.
https://youtu.be/51WgI4yM2pQ?si=wnaRUCtynSumRW4g
이렇게 저의 맥시멈 라이프를 함께 한 와인 상자가 십 년을 훌쩍 넘어 딱 필요한 용도를 찾았습니다. 이래서야 저의 삶은 조금도 미니멀해지지 못할 거 같습니다.
그래도 저는 미니멀한 삶을 지향하고 있는 거 맞습니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세요 : 3D 프린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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