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t's Toy Workshop
베란다에 나무 데크를 깔고 자주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https://brunch.co.kr/@matthewmin/310
깔기는 지난봄이었지만 여름엔 엄청나게 더웠었잖아요. 여름내 나무 데크를 햇볕에 구워 말리고 나서야 날이 선선해졌습니다. 좋아하는 나무 의자에서 앉아 스마트폰도 보고 책도 보다가 잠들기를 반복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 의자 이상하게 불편합니다. 스마트폰 보기도 책 읽기도 불편한데 스르르 잠이 들 때도 어딘가 불편합니다. 왜 그런가 보니 팔 걸이가 없어요. 스마트폰도 책도 보려도 들면 벌 서는 자세가 됩니다. 잠들 땐 팔이 아래로 툭 떨어져 깨기도 하고요.
만들어야겠습니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올 거라 굳게 믿고 버리지 않은 각목입니다. 쌓인 먼지를 털어 줍니다.
적당한 크기로 정밀하게 잘라줍니다.
의자 여기쯤 있으면 좋을 거 같아요. 하지만 의자의 본래 모습은 훼손하고 싶지 않아요. 이 의자는 납작하게 접을 수 있거든요. 어설픈 팔걸이는 변신을 방해하죠. 모든 변신 로봇이 그렇듯 이런 액세서리는 끼웠다 뺐다 할 수 있으면 충분합니다.
이 정도 폭으로 고정하면 될 거 같아요.
긴 나사못 자리를 적당히 정밀하게 표시하고 구멍을 뚫어줍니다.
나사못이 의자에 미끄러지지 않게 실리콘 튜브를 끼워줄 겁니다.
이렇게요.
자투리 나무를 압축해서 만든 각목이라 표면이 거칩니다. 팔에 닿는 부분이니까 거친 부분 없이 다듬고 기름으로 색을 내줍니다.
이렇게 안쪽에 끼우면 완성입니다.
이제 따뜻한 가을 햇살 아래 스마트폰을 보다 책을 보다 스르르 잠들기만 하면 됩니다.
그런데 팔을 조금만 안쪽으로 움직이면 쏙 빠져버리네요.
나사못에 머리가 너무 작은 탓인 거 같아요. 실리콘 튜브를 뺄까 하다가 머리를 크게 만들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적당한 나무를 찾다가 와이 코르크 마개를 떠올렸습니다. 코르크도 나무니까요.
나사못이 들어갈만한 구멍을 뚫어줍니다.
마음이 급했나 봅니다. 너무 두꺼워 들어가지 않네요.
얇게 자른 코르크 마개로 바꿉니다. 안 들어 가네요. 마음이 더 급해졌습니다. 해가 지기 전에 빨리 잠들어야 하거든요.
이미 충분히 얇으니까 반대로 끼웁니다.
좋았어!!!
이제 따뜻한 가을볕에 느긋하게 잠들었습니다.
얼굴이 새카맣게 타 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