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치 깨가 아프다.
자취하던 방을 정리하고 부모님 댁으로 내려온 지 이제 1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여태 이렇게 까지 심하게 느껴본 적 없었던 층간소음을 요 열흘새 분노에 차올라 살의가 느껴질 정도였다. 애들이 뛰는 소리가 아니라 어른이 뛰는 소리 같았다. 그 정도로 소리가 매우 컸다. 뛰기만 하는 게 아니다. 아침부터 청소기를 돌리면서 물건을 던지는지 부시는 소리가 요란하다. 적당한 수준의 오전이 아니라 아무리 생각해도 아침이었다. 아침부터 청소기를 돌리고 뛰기 시작하면서 물건이 던져지는 소리에 잠이 깬다. 아무리 밤낮이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늦어도 아홉 시, 열 시엔 일어나는데 그런 내가 아침이라고 느낀다고 하면, 매우 이른 시간일 거라고 생각한다.
코로나 때문에 학교를 못 가서 그런 걸 거라는 엄마의 말도 용서가 되지 않는다. 정말 미안하게도 코로나가 시작되고 학교에 가지 않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은 것은 아니지 않나. 올해 내내 학교를 가다가 안 가다가 했으며, 방학기간도 분명 있었을 거다. 내가 여기에 내려와 지낸 지 벌서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물론 그 이전에도 뛰지 않은 것은 아니다. 분명 이 이전에도 화가 나서 천장을 막대기로 친적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어느 정도 참을만했고, 애들이니까 라고 웃어 넘기기도 했다. 그때까지는.
요 며칠 정말 잠도 못 자고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은 탓일까. 매우 예민해졌고, 예민해진 덕에 다시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산부인과 진료를 받아야 하나 겁이 나고 걱정이 나서 점점 더 예민해졌고, 소음의 강도는 날이 갈수록 더 심해졌다. 이건 분명 애들 뛰는 소리를 넘어섰다. 애들이 뛰어봤자 얼마나 크겠는가. 참을 수 있을 정도라 생각한다. 근데 어른이 내리찍는 소리는 진짜 그 소리의 크기 자체가 다르다. 누가 봐도 어린 아기는 아닐 것이라 추측한다.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저학년이 내는 소리는 저렇게 까지 클 수가 없다. 그리고 그 시기를 지나면 생각이라는 걸 하는 부모라면, 혹은 생각이라는 걸 하는 아이라면 집에서 그렇게 까지 뛰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린아이가 뛰는 것. 물론 이해 못할 일이 아니다. 애기가 좀 뛸 수도 있지. 어린아이는 자라면서 근육이나 관절이 간질 거린다고 한다. 그래서 뛰고 싶다 생각하지 않아도 뛰게 마련이다. 키가 자라야 하므로 뛰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니까. 몸이 그걸 또 원하니까. 하지만 애기가 그러는 건 그럴 수 있지. 그래 애기가 좀 뛸 수도 있지 그런 걸로 가지고 이렇게 까지 화를 내냐. 고 말을 하면 그래 나도 화를 낼 수 있지.라고 말을 하련다. 애기가 좀 뛸 수 있지. 근데 그걸 어른이 그냥 넘기면 안 되지. 애가 뛰고 싶어 하면 마음껏 뛸 수 있게 공간을 만들어 주던가. 그런 공간에 데려다주던가. 코로나로 바깥출입이 어렵다는 핑계를 댈 거라면 그건 틀렸다. 방방 같은 실내에 설치 가능한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생각 없는 어른의 잘못인 거다. 누군가가 층간소음으로 인해 괴로워한다는 것은.
며칠 내내 화가 나서 막대기로 천장을 몇 번 쳤다. 그러면 조금은 조용해지곤 했는데, 그것도 몇 번이지 지나니 이것들이 무시를 하더라. 그래서 스피커를 최대한으로 틀어놓고 비명을 질러보기도 했다. 잠잠해지더라. 하지만 그것도 몇 시간 가지 않았다. 효과가 금세 사라졌고, 날이 지날수록 그 정도가 점점 더 심해졌다.
살의가 느껴진 건 오늘 점심을 먹기 위해 조리를 하던 중이었다. 평소의 두배 이상의 소음이 시작되었다. 분노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지경이 돼서 부들부들 하니 엄마가 그렇게 화가 나면 윗집에 가서 이야기를 해라. 얼굴 보고 이야기를 하면 좀 괜찮아지지 않겠냐고 했다. 사실 나는 낯가림도 심하고 나쁜 소리를 얼굴 보고 잘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누군가를 지켜내거나 업무에 문제가 생긴다거나 내가 어떤 것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그런 것을 잘하지 못한다. 그래서 여태 올라가지 않은 것도 있고, 한번 화가 나서 얼굴을 마주하기가 어렵지 만약 내가 올라가서 이야기를 하게 되면 나는 분명 일이 생길 때마다 올라가 따지겠지. 여러 가지 의미로 참았다. 하지만 오늘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가스 불을 켜 둔 채로 점퍼를 챙겨 입고 마스크를 쓰고 슬리퍼를 신고 쿵쾅쿵쾅 윗집으로 올라갔다. 윗집에 도착해 초인종을 누르니 초인종은 이미 고장 나있었다. 아무리 눌러도 소리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노크를 했다. 처음엔 정말 노크를 했다. 몇 번을 노크를 해도 답이 없었다. 애들 깔깔 거리는 소리와 물소리가 나는 걸로 봐서 사람이 나가고 없는 것은 아니었다. 화가 나서 문을 조금 더 세게 쳤다. 이때부턴 노크가 아니다. 진짜 쳤다. 몇 번을 쳐도 답이 없었다. 애들의 소리는 멈췄다. 그렇다는 것은 소리를 들었다는 거겠지. 기다려도 답이 여전히 없었다.
웬만해서는 나오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주먹으로 문을 때리기 시작했다. 내가 여자라고는 하지만 여태 힘을 쓰는 일들을 했기에 힘이 약하진 않다. 부서져라 문을 때렸다. 조금 있으니 물소리도 멈췄다. 그래도 나오지 않았다.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토마토가 되어버린 나는 문을 정말 쾅쾅쾅 쾅쾅 내리쳤다. 발로 차는 건가 싶을 정도로 내리 쳤다. 그리고 소리를 질렀다. '나와보시죠!!! 나와보시라고요!!!!!! 안에 있는 거 다 아니까 나와보시라고!!!!!!!!!' 그래도 나오지 않았다. 끝까지 나오지 않았다. 숨죽이고 없는 척을 하더라.
황당함과 머리 끝까지 약이 올라 시뻘게진 얼굴을 한 채로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는 얘기해봤냐고 물었다. 얼굴도 못 봤다고 씩씩 거리며 얘기했다. 집에 오니 거짓말처럼 조용했다.
"이봐라. 이봐라. 암만 문을 두들겨도 나오도 안 하더라. 애새끼 깔깔대고 물소리 나디만은 갑자기 없는 척 쥐 죽은척 조용하더라. 내참 어이가 없어서. 끝내 안 나오더라. 미친 거 아니가. 내가 이마이 참다가 어? 올라갔는데 없는 척을 하노 진짜 어이가 없다. 내가 무서웠으면은 그러지 말았어야지. 이게 뭔데 지금 내 한번 올라갔다고 이마이 조용하니 * * 진짜. 어른이가. 생각이 있나. 애들만 있는 거 아니다 백퍼."
"그래 아침부터 맨날 청소기 돌리는 거 보면 모르나. 어른도 있다. 그래서 얼굴 진짜 못 봤나."
"어 얼굴 보도 모했다. 진짜 빡이쳐서. 경찰 부를까 진짜 오만가지 생각 다했다. 거기서."
"니는 뭐 뻐떡하면 경찰 부른다 카노."
"아, 경찰 안 부르게 생겼나. 지금 이게 며칠 째고 내가 이렇게 화낼정도면 말 다한 거 아이가. 내가 올라갔으면 미안해서라도 얼굴 빼꼼 해가지고 나와서 사과를 해야지. 대가리에 뭐가 찼길래 저렇게 예의도 없냐고. 말이 되나 저게 지금! 아 생각할수록 화가 나네. 관리실 전화번호 어딨노!!!"
"야 관리실에 전화한다고 저 집이 받겠나, 갔는데도 얼굴도 안 비주는데. 엉가이도 전화받겠다. 그리고 저거 뭐야 인터폰으로 윗집에 바로 전화도 할 수 있다. 예전에 한번 한 적이 있는데 안 받드라. 가도 안 나오는데 뭐한다 받겠노."
"아 진짜 가만 안 둔다 진짜."
"코로나 때문에 못 나가서 그런 갚지. 아는데 요 며칠 점점 커지긴 해. 전에는 이러진 않았는데. 그래도 네가 너무 예민한 거 아니가. 너무 예민한 거 같은데."
"내가 예민해서 라고 하기엔 더 예민했던 기간을 1년 내내 보냈는데, 지금 와서 이마이 못 견딘다는 건 지금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하다는 말 아니가. 말이 되나. 저거를 그냥 둔다는 게 말이 되냐고. 층간소음문제로 살인이 일어난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기 시작했으면 말 다했지."
"조심해라. 그러다가 진짜 큰일 난다."
"어, 윗집에서 설치기 전에 내가 칼 들고 올라갈 거다. 조만간."
"야아."
밥 먹는 내내 엄마랑 이런 대화를 주고받았다. 정말 체할 뻔했다. 분노가 사그라들지를 않았다. 다행히 밥 먹는 동안은 조용했고, 밥을 다 먹고 설거지를 하려고 하니 다시 소음은 시작되었다. 엄마는 네가 지금 너무 예민해서 작은 소리도 들리는 거라고 다독이려고 했고, 나는 작은 소리도 들리는 게 아니라 내가 설거지를 하는데도 물소리랑 수세미 소리를 뚫고 저게 먼저 들리는 거면 작은 소리가 아닌 게 분명하다고 했다. 설거지를 끝내고 친구와 카톡을 하다 분에 못 이겨 글을 타이핑하고 있는 지금도 위에 집은 부서져라 뛰고 있다.
아이는 그럴 수 있다. 아직 많은 것을 모르는 시기고 조금만 지나도 대수롭잖게 넘기는 시기일 테니까. 하지만 어른은 아니다. 어른은 그러면 안 되는 거다. 배운 게 없는 것인지. 생각이 없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아이에게 관심이 없는 것인지. 정말 그러면 안 되는 거다. 한 번 더 분노가 참을 수 없으면 정말 경찰이라도 불러야겠다. 요즘 스트레스받을 일이 없어서 문제가 생긴 적이 없었는데, 건강에 문제가 다시 생긴 게 층간소음 문제로 받은 스트레스라면 가만두지 않을 거다.
요양을 하려고 집에 있는 것이지, 병을 키우려고 집에 있는 게 아닌데. 정말 화가 사그라들지 않는다. 제발 이제는 눈치라도 봤으면 좋겠다. 아주 조금만이라도 눈치를 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층간소음을 코로나 탓으로 돌린다면 정말 미개한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아.................. 또 뛴다. 또 뛰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