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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udie Jan 29. 2021

사랑은 검은색이다.

나는 사랑은 검은색이라고 말하겠다.

사랑이란 보편적인 감정에 색을 입힌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검은색이다.


보통 사랑에 색이 있다고 가정을 하자고 하면, 대게는 붉은색을 생각할 것이다. 우리가 아는 사랑을 표현하는 색이 빨강,  그리고 사랑을 그림으로 그린다면 심장의 모양을 본뜬 하트.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조금 다르다. 나는 블랙을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색이어서가 아니라,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블랙, 검은색이다. 그리고 사랑에는 특별한 모양이 없다.


나는 왜 사랑을 검은색에, 모양이 없다고 생각했을까. 검은색을 잘 생각해 보면, 어떤 색이던, 어떤 모양을 하고 있던, 위에다 덧칠을 하면 모든 게 가려진다. 온통 검은색이다. 다른 색이 빛을 낼 수 없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어떨까. 어떤 일이던, 어떤 모양이던, 사랑을 하면 그위에 그 사랑이 다 덮어진다. 다른 어떤 것도 그 사랑보다 더 잘 보이지 않는다. 온통 사랑에 가려진다. 사랑을 하면 그 사랑 말고 주위에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다. 오롯이 빛을 내는 것, 그게 사랑이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사랑의 색은 블랙이다. 아주 단순히 생각했을 때 말이다.


블랙은 반짝이지 않지만, 사랑은 반짝인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사랑이 검은색이라고 생각하기엔 조금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보통 검은색이라고 하면 어둠, 안 좋은 것을 생각을 많이 하지만, 또 다르게 생각하면 밤, 쉼, 그늘이 될 수도 있다. 검은색 하면 나는 종종 밤하늘을 떠올린다. 온 세상이 어두워지고 나면 하늘은 검은색이 된다. 컴컴한 그 속에서도 반짝반짝 별이 심어져 있고, 달이 불쑥 고개를 든다. 또 다르게는 밤바다를 생각한다.  밤바다는 굉장히 무섭기도 하지만, 또 굉장히 매력적이다. 생각보다 검은색은 매력적이다. 위험하고, 무섭고. 조금은 어두운 면이 보인다는 점에서도 사랑은 다르지 않다고 생각을 했다. 사랑이라고 해서 마냥 반짝이기만 하는 건 아니니까.


그냥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왜 사랑을 생각하면 빨강의 하트 모양을 생각할까. 왜 그렇게 됐지? 물론 그렇게 강렬하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에선 빨강이 어쩌면 더 잘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검정이 다 덮어버리면 사라지는 걸까. 그리고 왜 모양을 심장에 비유했을까. 세상이 도화지라면,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 도화지는 온통 같은 색일 텐데. 모양이 표현이 될까. 


사랑에 빠지면 눈뜨고도 장님이 된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그 사랑을 제외한 어떤 것도 눈에 들지 않는다. 심지어 그 사랑마저도 제대로 보기 힘들다. 내 마음에 담은 모습으로 보는 거지. 객관적으로 보기는 상당히 힘이 든다. 그렇게 봤을 때도 온통 검은색인 게 더 말이 된다고 생각했다. 온통 세상이 아무것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것. 그게 사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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